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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집마다 빨랫줄에 기저귀 펄럭이는 마을로”(특파원 리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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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집마다 빨랫줄에 기저귀 펄럭이는 마을로”(특파원 리포트)

입력
1992.10.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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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농어촌/「인구늘리기」 묘안백출/세번째 자녀엔 양육비·학비지급/가임 젊은부부 정착땐 “1백만엔”/“최소한 현상 유지라도”… 마을마다 총력전【동경=문창재특파원】 일본의 농어촌 인구가 급격히 줄어들자 지방행정 당국이 기발한 인구증가 시책을 시행하고 있다.

세번째 자녀를 출산한 부부에게 적잖은 양육비를 지급하거나 아이의 학비를 보조하는 마을이있는가 하면 출산가능한 젊은 부부가 이주해오면 한꺼번에 1백만엔씩을 주는 곳도 있다.

인구밀도가 낮은 동북지방 야마가타(산형)현 내륙 시리다카(백응)정이란 마을은 지난 12년동안 인구가 2만7천명에서 1만8천명으로 줄었다. 12년째 정장으로 일하고 있는 곤노(감야정랑·61)씨는 고심끝에 지난해 「건강한 은어약육금」이란 양육비 보조기금을 만들었다. 마을 어린이들이 은어새끼처럼 쑥쑥 자라달라는 기원을 담은 기금.

양육비는 세번째 아기를 출산한 부부에게 30만엔,네번째 아이는 40만엔,다섯번째 아이는 50만엔. 단 출생시에 일률적으로 10만엔씩을 주고 나머지는 아이가 국민학교에 입학할때 이자를 붙여서 지급한다. 아이의 국민학교 입학때까지 마을에 살도록 붙잡아두려는 것이다.

아직 효과가 나타날때는 아니지만 지난해 다섯번쩨 아이를 출산한 부인이 있어 곤노촌장을 흥분 시켰었다. 집집마다 빨랫줄에 기저귀가 펄럭이는 마을풍경을 만들고 싶다는 촌장의 꿈이 언제쯤 실현될지 주민들도 관심이 뜨겁다.

동해에 면한 돗토리(조취)현 아오다니(청곡)정이란 어촌에서는 「1만명 GO­GO­GO작전」이 2년전부터 시작됐다. 1만3천명이 었던 인구가 8천명으로 줄어들자 1만명으로 늘려보자는 몸부림이다. GO는 일본어로 「5」의 음으로,세번째 아이가 태어나면 출생시와 국민학교 중학교 입학때 각각 5만엔씩 보조금을 주는 제도다.

규슈(구주) 서남단 가고시마(녹아도)현 긴보(금봉)정은 가임부부 유치작전을 시작했다. 현의 과장으로 일하던 오쿠보(대구보성·55)씨가 지난해 고향 사람들의 권유로 촌장에 당선되자마자 착수한 위기극복 사업이다.

그럴수밖에 없는 것이 1만8천여명의 인구가 8천9백명으로 반감한데다,젊은이들은 찾아보기 어렵고 65세이상 고령인구가 주민의 32%나 돼 인구가 계속 줄어가고 있는 것이다. 인구를 줄이는 것이 어렵다면 현상유지라도 해야 한다는 급박한 위기의식에서 나온것이 젊은 부부 전입유치 작전이다. 40세미만의 가임여성 세대가 마을에 전입해 10년동안 살아주면 1백만엔의 정착금을 주겠다는 것이다.

현재까지 해당자는 1명뿐이고 5명이 신청중이어서 사업의 결실이 나타나려면 아직 멀었다. 그러나 큰일났다고 한탄만하지 않고 작은 일에서부터 착실히 밀어가는 오쿠보촌장의 얼굴은 어둡지 않다.

그는 이것만으로는 안된다는 것을 잘알고 있다. 젊은이들이 농사일을 마친뒤 마을에서 가볍게 한잔 할 수 있는 곳을 만들어줄 구상도 갖고있다. 채산성이 없다고 스낵바를 운영할 희망자가 없다면 관영업소라도 만들 생각이다.

일본의 농어촌 인구감소와 대도시 비대화 현상은 한국과 크게 다를바 없다. 일본에는 6백56개의 시와 2천5백90개의 정 촌이 있다. 우리의 읍·면에 해당하는 정 촌의 인구는 3만∼4만명 규모의 큰 마을도 있지만 인구 5천이상 1만명 미만규모가 8백98개로 가장 많다.

경제대국이 되기전에는 그렇지 않았으나 고된 농사일을 싫어하고 직장생활을 동경하는 시골 사람들의 도시병이 농어촌 인구과소화를 가속시킨 결과이다.

늘리기보다는 더 줄지 않도록 안간힘을 다하는 촌장들의 기발한 작전이 이웃마을로 번겨갈 추세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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