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옐친,「고르비 그림자」 지우기 초강수/출금금지 조치 왜 내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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옐친,「고르비 그림자」 지우기 초강수/출금금지 조치 왜 내렸나

입력
1992.10.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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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체제·잦은 해외활동에 곤혹/법정증언 미끼 위상훼손 의도【베를린=강병태특파원】 옐친 러시아 대통령은 2일 고르바초프 전 소련 대통령에게 출국금지 조치를 취했다. 이는 해외에서 고르바초프의 「반옐친,반러시아」 활동을 봉쇄하고 자신과 러시아를 덮고 있는 「고르비」의 그림자를 지우려는 시도로 해석되고 있다.

이 출국금지조치는 공산당 금지령과 관련한 헌법재판에 고르비의 증언을 요구한 헌법재판소의 요청에 따른 것이다. 이 재판은 구공산당 골수세력이 청구한 옐친의 공산당 금지령에 대한 위헌심사에 관한 것인데 옐친 정부가 전 공산당 서기장인 고르비의 증언에 적극성을 띠는 것은 다소 의외다.

다만 옐친 정부는 현 체제에 비판적인 고르비의 위상을 훼손하기 위해 「공산당 재판」에 증인으로 세우려한다는 분석이 있었다. 이 때문에 고르비는 이 재판을 「정치재판」으로 규정,증인소환을 거부했었다. 그러나 어쨌든 이번 출국금지 조치는 고르비의 과거 지위나 국제적 위상 등에 비춰볼때 초강경 조치다. 공산당 재판자체가 현 상황에서 별의미가 없다.

옐친의 새로운 「돌출수」는 고르비에게 전직 국가원수용으로 지급된 최고급 「질」 승용차를 지난 여름갑자기 회수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독일 언론에 의하면 옐친은 현실적 힘이 없는 고르비를 우습게 여기는듯 하면서도 실제 그의 잇단 비판과 해외활동에 당혹감을 갖고있다.

고르비는 옐친이 국내적으로 곤경에 처한 상황에서 개혁실패와 독립국가연합(CIS)체제의 붕괴를 끊임없이 예언하고 있다. 특히 「모스크바 망명정부」로 불리는 고르바초프 재단을 중심으로 추종세력을 유지하면서 재단 총재 자격으로 해외각국을 잇달아 방문,열렬한 환영을 받으며 재단기금을 끌어 모으고 있다.

일본방문때는 강연료만으로 50만달러를 벌였고,미국에서는 참석자 1인당 5천달러의 환영오찬 모임에 수천명의 고르비 팬이 몰렸다.

최근에 베를린에서 열린 사회주의인터내셔널(SI) 총회에서 『사회주의는 끝나지 않았다』는 연설로 환호를 받았고 베를린 시민의 「고르비」 연호에 다시 휩싸였다. 폴크스 바겐사 초청으로 방문한 고르비를 콜 총리 등 독일 정계 지도자들이 환대했고 수십만달러의 재단기금이 모였다.

옐친을 특히 곤혹스럽게 하는 것은 고르비가 세계를 돌아다니며 저서소개와 강연 인터뷰 등을 통해 자신의 업적을 한층 빛내면서 옐친의 위상을 초라하게 만드는 것이다. 고르바초프는 독일방문때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옐친의 개혁은 파탄지경에 있고 국민들의 인내는 한계에 도달했다』면서 『국민의 대다수가 연방복귀를 바라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같은 고르비의 해외활동과 환대에 옐친은 조롱 당하고 있다는 느낌마저 갖고 있다고 모스크바의 네자비시마야가제타지는 전했다. 고르바초프 재임시절 막대한 지원을 했던 독일이 옐친의 지원요구를 외면할 뿐 아니라 국빈방문시 예우도 고르비에 형편없이 못미친데 커다란 반감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옐친은 일본방문 취소때 『고르바초프처럼 시위군중을 피해 해외방문에 나서진 않는다』고 말하는 등 고르비를 의식하는 발언을 거듭해 『고르바초프의 그림자에 눌려있다』는 지적을 낳았다. 이 그림자를 지우려는 강경조치는 그만큼 옐친의 곤경이 깊다는 것을 반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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