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영 메이저 리더십 부재로“시련”/파운드화 붕락이후 정치위기 휘말려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영 메이저 리더십 부재로“시련”/파운드화 붕락이후 정치위기 휘말려

입력
1992.10.04 00:00
0 0

◎ERM 탈퇴등 정책패배 노출/“통합 소극적이다” 유럽서 고립/언론들 “적극적 통합정책·새 경제좌표 제시 시급”【런던=원인성특파원】 영국의 존 메이저 정부가 파운드화 붕락으로 빚어진 정치위기에 휘말려 곤욕을 치르고 있다. 야당은 물론 친보수당계 언로조차 러디십의 부재를 지적하며 메이저 정부의 우유부단함을 공박하고 있는데,특히 5일부터 열리는 보수당 정기전당대회에서는 유럽통합에 반대하는 의원들을 중심으로 지도부에 대한 성토가 만만치 않을 전망이어서 메이저는 총선승리이후 가장 어려운 시련을 겪게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4월9일 총선에서 승리한 메이저가 5년 임기를 시작한지 겨우 반년만에 비틀거리게 된 가장 큰 이유는 파운드가 폭락하고 급기야 영국이 유럽환율체계(ERM)에서 탈퇴한 지난달 16일의 「검은 수요일」 때문이다. ERM을 통한 유럽화폐 통합에 적극 참여하고 평가절하를 절대안하는 것을 기본정책으로 공언해온 정부로서 ERM 탈퇴와 사실상 15%에 이르는 파운드화 평가절하는 엄청난 정채적 패배로 간주될 수 밖에 없다.

그러나 메이저 정부를 더욱 곤경에 몰아넣은 것은 검은 수요일이후의 잘못된 대응이라는게 일반적인 분석이다. 영국 정부는 정책의 실패는 전혀 인정하지 않은채 책임을 독일에 떠넘기는 모습을 보였다. 노먼 라몬트 재무장관이 『독일 중앙은행이 파운드화 폭락을 방조했다』고 비난하면서 시작된 두 나라간의 갈등은 사태를 악화시키기만 했다. 독일 정부의 한 고위소식통은 메이저 취임이후 유지돼온 두나라 정상간의 밀월관계가 이 사건이후 사실상 금이 갔으며 1주일에 몇차례씩 주고 받던 정상간의 전화통화마저 끊긴 상태라고 밝힌바 있다. 여기에다 영국내,특히 보수당내의 유럽통합 반대 목소리가 높아지는데 주춤한 메이저가 마스트리히트 조약비준과 ERM 복귀문제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자 영국은 다른 유럽공동체(EC) 회원국 사이에서도 고립무원 상태에 빠지게 됐다.

파운드화 폭락이후 영국내에 확산되고 있는 유럽통합 반대 움직임과 경제계의 혼란도 메이저의 입지를 좁히는 요인이 되고 있다. 특히 대처 전 총리와 노먼 테빗 전당의장 등을 필두로 한 당내 통합 반대론자들은 메이저에 대한 직접적인 공격을 서슴지 않았다. 20여명에 불과하던 반통합파 의원들도 최근들어 거의 두배이상 늘어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메이저가 이 난관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경제정책을 서둘러 공표해 혼돈상태에 빠진 경제계에 새로운 좌표를 제공하고 통합조약을 적극적으로 추진해 EC파트너들과의 신뢰관계를 회복하는게 급선무라고 언론을 분석하고 있다. 여기에는 라몬트 장관의 경질요구도 포함돼 있다.

파운드 폭락사태이후 보름 가까이 장고로 일관하던 메이저는 지난달 29일부터 프랑스,덴마크 정상과 회담을 갖고 다른 EC정상들과 전화접촉을 갖는 등 난국타개 작업에 나섰다. 1일에는 연말이나 늦어도 내년초까지는 마스트리히트 조약의 의회비준을 강행하겠다고 발표해 반통합론자들과의 정면대결을 선언하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메이저가 안팎의 곤경을 타개하고 리더십을 회복해 다시 적극적인 유럽통합 대열에 뛰어들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이다. 전임자 대처식의 독선적인 지도력보다는 조화와 타협을 중시해온 그의 정치 스타일에 비추어 지금의 상황은 상당한 결단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당장 재무장관의 경질문제에 대해서도 메이저는 유임을 공언하고 있으나 야당과 당내 반대파는 물론 선,데일리 메일,데일리 텔레그래프 등 친보수당계 신문과 권위있는 경제전문지 파이내셜 타임스까지 경질을 촉구하고 있다. 언론은 라몬트의 사임은 시간문제라고 보고 있는데 여론의 압력에 굴복해 재무장관을 바꿀 경우 메이저에게는 또 한번의 정치적 타격이 될 수 밖에 없다.

마스트리히트 조약의 비준문제도 결코 단단치는 않다. 야당인 노동당과 자유민주당이 유럽통합을 적극 지지하고 국민투표 반대당론을 굳힌 것은 메이저로서는 다행스런 일이다. 하지만 노동당이 조약비준에 무조건 찬성표를 던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노동당은 EC사회정책과 단일통화에 대한 유보조항을 철회하자는 입장이어서 비준동의를 전제로 이같은 요구를 할 가능성도 있다. 당내 통합 반대파의 반발 때문에 노동당이 동의해주지 않는 한 조약 비준은 무산될 수 밖에 없으며 이는 곧 메이저의 정치적 생명이 끝나는 것을 의미한다. 개인적 인기에 힘입어 보수당의 4기 연속 승리라는 신화를 창조한 메이저가 집권초기부터 휘청거리는 것은 이같은 복잡한 국내외 사정에서 비롯된 것이다. 파운드화 폭락에서 비롯된 메이저와 영국정치의 위기는 EC사회정책과 단일통화에 대한 유보조항을 철회하자는 입장이어서 비준동의를 전제로 이같은 요구를 할 가능성도 있다. 당내 통합반대파의 반발때문에 노동당이 동의해주지 않는 한 조약비준은 무산될 수 밖에 없으며 이는 곧 메이저의 정치적 생명이 끝나는 것을 의미한다. 개인적 인기에 힘입어 보수당의 4기연속 승리라는 신화를 창조한 메이저가 집권초기부터 휘청거리는 것은 이같은 복잡한 국내외 사정에서 비롯된 것이다. 파운드화 폭락에서 비롯된 메이저와 영국정치의 위기는 EC가 마스트리히트 조약을 통해 선언한 원대한 「거대유럽」의 꿈에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더욱 심각하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