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달리는 도박/이성철 사회부기자(기자의 눈)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달리는 도박/이성철 사회부기자(기자의 눈)

입력
1992.10.03 00:00
0 0

흙탕물을 일으키는 미꾸라지 몇을 들어내는 것으로 경마장을 정화시킬 수 있으리라고 보았던 검찰의 당초 계산은 빗나가도 크게 빗나갔다.뜻밖에 조교사 2명이 연쇄 자살하면서 그 정확한 동기를 두고 의혹이 증폭되고 있고 온갖 비리에 대한 소문이 끝도 없이 사회에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벌집을 건드린 격이 되어버린 검찰이 예상밖의 여파에 놀라 허겁지겁 수사종결 방침을 밝혔으나 사태는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정부와 마사회측도 서둘러 경마운영에 대한 제도개선안을 내놓아 사태의 조기 진화를 노렸으나 이것도 치료책으로서는 기대이하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사실상 이번 사건이 터지기전부터 경마장을 건전한 오락장으로 인식하고 있던 사람들은 거의 없었다.

『경마장에 다닌다』는 말부터 드러내놓고 떳떳하게 하기가 쑥스러웠고 주변에서 경마에 빠져 패가 망신한 사람들을 만나기도 어렵지 않았다.

경마자체가 이 모양이니 경마장을 운영해온 마사회가 어떠했으리라는 것은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다.

한 수사검사는 『왜 수사를 적극적으로 확대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제대로 손댈 경우 조기단을 포함한 현재 마사회 체제가 거의 붕괴될 것』이라며 『조직의 문제이전에 경마를 도박으로 보는 일반의 인식이 진짜 문제』라고 말했다.

이런 뜻에서 『왜 우리만 희생양이 되어야 하느냐』는 조교사·기사들의 불만은 직접적으로 마사회간부에 쏠리는 것이지만 확대하면 우리 사회전체에 만연된 「도박병」에 대한 항변일 수도 있다.

지난 1일부터 본보 사회면에 연재되고 있는 「도박병」 시리즈는 우리사회의 핵심치부를 파헤치고 있다는 점에서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내기」가 돼야 오락으로 대접받을 만큼 오염된 풍조에 대한 반성이다.

「경마는 건전한 레저스포츠」라고 아무리 강조해대도 이같은 사회분위기 속에서 오락과 도박의 경계는 쉽게 허물어져 버리기 마련이다.

『경마가 과연 오락인가 도박인가』하는 질문은 『우리 사회가 건강한 사회인가』라는 물음과 같은 것이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