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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인학교 출발/최해운 싱가포르 특파원(기자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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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인학교 출발/최해운 싱가포르 특파원(기자의 눈)

입력
1992.10.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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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8일 주싱가포르 한국 대사관 회의실. 한인사회의 숙원사업인 한국 학교설립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한인회 한글학교 추진위 및 대사관 관계자 등 30여명이 모였다. 분위기가 다소 무거워 보였다.그도 그럴것이 지난 2년간 지지부진 끌어온 한국학교 설립문제,이젠 내년학기 학교문을 여느냐,아니면 또다시 연기 또는 무산이냐 가부간 결정을 내려야할 중요한 회의였기 때문이다.

한글학교 설립을 추진해 오면서 벌써 수십차례 회의도 갖고 모금 방법 등을 놓고 의견대립도 있었다. 우여곡절 끝에 학교부지까지 매입,어떻든 학교문부터 열려는 한인회측으로 볼때 대사관측의 신중론은 걸림돌로 비쳐질 수 밖에 없었다. 『좋은 결론을 내려달라』는 대사의 인사말에 이어 토의가 시작됐다. 『한글학교가 필요없다』 『현 재정상태로 내년 개교는 무리다』 『우선 은행빚부터 갚고보자』 『내년개교 결정이 내려지지 않으면 지금까지의 노력은 물거품이 된다』는 등… 난상토론이 계속됐다.

예전의 회의처럼 이날도 어떤 결론을 이끌어내기는 어려워 보였다. 사실 회의에 참석한 인사들은 중년에 접어든 회사지사장이나 은행지점장,공공기관의 대표,교포실업인들로 자신의 자녀들은 이미 성장했거나 직장으로부터 교육비를 지원받아 외국인 학교에 다니고 있어 일반 주재원들처럼 자녀교육의 어려움을 절박하게 느끼지 못하고 있는 사람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일반 주재원 가운데도 회사지원으로 이미 자녀를 외국인 학교에 보내고 있는 경우 한국 학교에 대해 무관심하거나 속으로는 「안생겼으면 좋겠다」는 마음까지 갖고 있는게 사실이다.

그러나 새로 전입 오거나 현재 자녀교육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대부분의 주재원들에게 한국학교는 꼭 필요하다.

의견이 분분할 수밖에 없다. 점심시간을 넘겨 배달시킨 햄버거를 먹어가며 토론은 계속됐다. 아침 10시반부터 4시간 이상 벌인 토론 끝에 내린 결론은 당연히 가야할 길이라면 가자는 것이었다. 『내년 국교 1∼3학년 개교,이를 위해 함께 노력하자』는 결정이 찬성 25명,반대 2명으로 내려졌다. 그간의 갈등과 오해는 간데없고 회의장은 웃음으로 가득찼다. 흐뭇한 광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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