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 반도체인 64메가D램의 실험시제품 공동개발에 성공을 거두었음에도 불구하고 이에 참여했던 업체간에 「개발」 홍보전으로 물의가 일어나고 있다. 문제의 발단은 공동개발에 참여한 삼성전자가 지난 25일 64메가D램의 실험시제품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고 발표한데서 일어났다. 이에대해 라이벌 업체로서 함께 개발 프로젝트에 참여한 현대전자가 『삼성전자가 국책사업으로 공동개발 해온 것을 삼성이 독자개발한 것처럼 발표한 것이다』고 이의를 제기하고 『삼성전자는 64메가D램의 공동연구 결과에 대한 발표는 사전 전자통신연구소(ETRI)와 협의,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협약(21조)을 위한 것이다』고 지적했다.또다른 공동연구 참여업체인 금성 일렉트론사는 입장의 공식표명을 유보하고 있으나 현대전자에 동조하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에대해 다른 주장으로 대응한다. 즉 『전자통신연구소와의 협약 21조는 반도체 설계·연구방식 등 연구결과에 관한 것이지,시제품의 개발은 각사가 개별적으로 할 수 있는 것이며 상업용 샘플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기 때문에 그렇게 발표한 것이다』고 했다. 삼성전자는 『공공개발이기는 하지만 실험시제품 생산에서는 업체간의 기술격차가 있으므로 먼저 개발한 업체가 다른 업체가 개발할때까지 기다려 줄 수 없다』고 기술이 축적된 선발업체로서의 이점을 사장시키지 않겠다는 것이다.
삼성전자가 선도업체로서의 차별화를 주장하는데에 일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전자통신연구소와 상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세계최초의 개발」을 발표한 것은 공동개발의 협약을 위반한 것으로 모든 관계자들이 지적하고 있다. 과기처에 따르면 이번의 16 및 64메가D램 공동연구사업은 전자통신연구소를 주관 연구기관으로하여 삼성,현대,금성 일렉트론,화학연,과기원,대학 및 장비업체들이 참여,89년 4월에 4년 계획으로 착수한 것이다. 소요연구비 총 1천9백억원은 민간업계 3사에서 1천1백50억원,과기·상공·체신 등 정부 3부처에서 7백50억원을 분담키로 하고 추진해온 것이다. 지금은 요소기술개발,기본 공정개발,셀구조 설계완료 등의 과정을 거쳐 실험시제품 개발단계(92년 4월∼93년 3월)다.
상공부 관계자는 시제품 개발에서의 각사별 능력의 차이는 인정돼야 한다고 말하는데 비해 과기처 관게자는 시제품 개발도 전단계의 공동연구 개발의 결과가 사용되는 것이므로 『제품의 독자개발 주장』은 불합리하다고 했다.
우리는 이번 물의로 일부 재벌기업간에 모처럼 형성되기 시작한 기술공조 체제에 균열이 가서는 안되겠다고 강조하고자 한다. 256메가D램 등 정부의 소위 G7프로젝트는 모두 관·민·연 등의 공동연구로 추진토록 돼 있다. 제한된 자본과 인적자원으로 선진국의 기술 패권주의를 극복하는데는 기술개발 공조체제가 확립돼야 한다. 선진국 기업들은 자국내에서 뿐만 아니라 외국기업과도 기술상호 사용계약(크로스 라이센싱)을 체결하는 것이 보편화 되고 있다.
지난 1월에만해도 미 반도체 메이커인 인텔사가 일본의 도시바사와 반도체 부문의 크로스 라이센싱 계약을 맺었고 최근에는 미 모토로라사가 화란의 필립스사와 무선전화기 부분에서 제휴했다. 기술개발이나 이용의 상조체제는 시대적 요청이다. 기업들도 지나친 이기주의를 자제,이 요청을 수용해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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