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경제체질 바꿔야 한다/김인준 서울대·국제경제학(목요진단)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경제체질 바꿔야 한다/김인준 서울대·국제경제학(목요진단)

입력
1992.10.01 00:00
0 0

노 대통령의 당적이탈과 중립내각 구성은 대통령 선거의 공정성을 기한다는 측면에서는 긍정적이나 정권 말기 레임 덕(lame duck) 현상과 더불어 일관성 있는 경제정책 추진을 더욱 어렵게 할 것이다. 더불어 일관성 있는 경제정책 추진을 더욱 어렵게 할 것이다. 그렇다면 새로운 경제환경에 맞는 경제개혁이나 체질개선은 새로운 정부의 출현과 더불어 행해지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다. 누가 새로운 정권을 맡든지 집권초기에 우리의 경제체질을 바꿔야 하며 지금부터 여기에 대비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5년을 더 기다려야 하든지 영원히 실기할 수 있다.앞으로 우리 경제는 개방 경제시대,기술경제시대,그리고 안정성장 진입시대를 맞을 것이다. 국제적으로 국가간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기술이 국제경쟁력을 좌우하고 고도성장에서 안정성장으로 진입하는 그런 시대가 올 것이다. 그렇다면 새시대에 맞게끔 경제체질을 과감히 바꿔야 한다. 과거에 성공한 정책이 결코 앞으로의 성공을 보장하지 못한다.

먼저 새로운 시대에 맞게 경제분야 정부의 조직이 개편되어야 한다. 예를 들어 체신부의 역할이 앞으로 정보와 통신 분야에 치중하게 된다면 그 이름과 조직을 거기에 걸맞게 바꿔야 한다. 상공부의 업무도 통상정책과 산업정책이 주라면 조직개편이 이를 효과적으로 추진할 수 있도록 이루어져야 한다. 예산과 경제정책 조정 업무를 담당하는 경제기획원의 역할과 위상에 대한 재검토도 해볼 시기이며 교육과 과학기술 정책을 담당하는 부서의 정부 부처내의 위상도 제고되어야 한다. 물론 과거에도 이와같은 행정기구 개편 노력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으나 기대한 성과를 거두지 못했었다. 이제는 새로운 경제환경을 맞이해서 이에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조직을 갖도록 해야 한다.

다음으로 경제력 집중에 대한 대응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경제력 집중문제는 효율성과 형평성,그리고 이것이 가져오는 경제·정치·사회적·부작용이 무엇인가 하는 차원에서 접근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 국제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대규모 기업이 효율적인 경우가 있다. 특히 최첨단 산업 분야에서는 범세계적인 경쟁시대에 돌입,살아남기 위해서는 기업의 대규모화가 필요하기도 하다. 규모의 경제가 기업의 대규모화를 요구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경제력 집중을 막는다는 것이 기업의 성장을 막거나 국제 경쟁력을 저하시켜서는 안된다.

그런데 경제력 집중과 관련,문제가 되는 것은 소유의 집중,그리고 거기에 따른 권력의 집중이다. 소유의 집중은 형평성을 저하시킬 뿐만 아니라 효율성도 저해한다. 소유의 집중은 기업을 관료조직 이상으로 관료화와 경직화 시키면서 효율성을 저해한다. 소유의 집중이 정경유착내지 직접 정치개입이라는 권력의 집중형태로 나타나면 형평성 저하라는 사회·정치문제를 야기 시킬 뿐만 아니라 경제 효율성도 떨어 뜨린다.

그동안 우리는 상속세제 강화,기업공개 유도,여신관리 강화,공정거래법 도입 등으로 경제력 집중이 완화될 수 있으리라 기대해왔다. 그러나 최근 연구결과에 의하면 경제력 집중은 완화되기는 커녕 오히려 가속화되고 있다고 한다. 이제는 왜 이와같은 정책들이 실효성이 없었는지 내부적인 문제가 어디에 있는지를 직시하고 과감한 개혁조치를 취해야 한다. 특히 문민정치로 이행하는 과정에서 함의 공백을 일부 재벌들이 메우려 시도한다면 이것은 그 재벌 자신에게도 우리 경제에도 결코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경제체질을 바로 잡기위해서는 금융실명제도 조속히 실시해야 한다. 물론 금융실명제가 실시되었다해서 우리 경제가 가진 모든 문제가 해결되고 경제정의가 곧바로 실현되는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근로소득과 자산소득에 공평하게 세금을 부과하여 탈세를 막고 검은 돈을 차단하고 지하경제를 줄이기 위해서 금융실명제는 필요하다.

사람들은 금융실명제 실시에 따른 금융자금의 시장이탈,실물투기 심화,자금의 해외유출,그리고 증시불안 등을 우려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국내 금리 수준이 해외보다 훨씬 높고 국제간 가본이동이 아직 제도적으로 제악받고 있으며,부동산 가격은 당분간 안정되리라 예상되고,주식가격은 거의 바닥을 치고 있는 현 시점이 오히려 이와같은 부작용을 줄일 수 있는 적기라고 볼 수 있다. 재계에서 금융실명제에 대해 조건없는 지지를 표명한 것은 그만큼 금융실명제 실시가 대세라는 것을 의미하며,이의 추진을 수월히 할 것이다.

우리의 경제를 한의 경제,신바람의 경제라고하는 사람들이 있다. 맞는 말이다. 과거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맺혔던 한이,그리고 헝그리(hungry) 정신이 오늘날 이만큼의 경제성장을 가져오게 한 것이다. 우리의 전통적인 신바람이 오늘날 한강의 기적을 낳은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이제 국제화시대,기술경제 시대,그리고 선진경제에 진입하면서 더이상 한의 경제,신바람 경제에만 의존할 수 없다. 보릿고개를 모르는 젊은 세대에게 왜 헝그리 정신이 없냐고 탓할 수 만은 없다. 다가오는 21세기를 맞이하여 우리는 한과 신바람 뿐만 아니라 냉철한 이성을 가지고 경제문제에 대처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경제환경 변화에 맞게 경제체질을 바꿔야 한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