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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 떠난 비 수비크만/「제2의 홍콩」 꿈꾼다(세계의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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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 떠난 비 수비크만/「제2의 홍콩」 꿈꾼다(세계의 창)

입력
1992.10.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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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골프장·비행장 그대로 남아/수돗물 정화­하수처리등도 완벽/해외투자가들 앞다퉈 몰려들어【수비크만(필리핀)=최해운특파원】 지난해말로 미국과 임대계약이 끝난 필리핀의 수비크만을 「제2의 홍콩」으로 개발하기 위한 노력이 한창이다.

냉전시대 미국의 최대 해외기지였던 수비크만에 남아 있는 각종 시설에 대한 관리운영권이 11월말까지 필리핀 당국에 넘어감에 따라 미군이 남기고갈 각종 시설 및 부지에 대한 세일이 절정에 다다르고 있다.

미국측은 수비크만을 떠나기전 3개의 드라이도크와 7천여회선의 전화교환기 등 값비싼 시설과 장비를 거두어가긴 했으나 항만시설과 선박수리소,비행장,발전소,호텔,골프장 등 많은 시설은 고스란히 남겨두었다.

산허리를 깎아만든 큐비포인트 비행장에는 보잉747 정보기가 이착륙할 수 있는 활주로가 시원스럽게 뻗어있다.

올롱가포항에는 22개의 대형창고와 냉동·냉장시설을 갖춘 화물전용항시설(41㏊),27척의 배를 동시에 수리할 수 있는 선박수리소(55㏊),50여개의 항만관련 빌딩이 들어서 있다.

26메가와트 발전용량의 주발전소와 부속발전소,석유 윤활유 등 대형 유류저장소 등이 그대로 남아있다.

이밖에도 6백개 이상의 주택과 호텔,18홀의 골프장,회의장·수영장·극장·쇼핑센터 등 각종 편의시설 등 없는 것 없이 잘 갖춰져있다.

게다가 수돗물공급 정화시설과 하수처리시설까지 갖추고 있는 수비크만은 필리핀에서는 보기드문 완벽한 항구도시이다.

미군은 이곳을 떠나면서 이같은 「선물」을 남겨 놓았지만 이곳에서 일하던 3만5천명의 필리핀인은 실업자로 전락했다.

이에따라 필리핀정부는 수비크만을 홍콩과 같은 자유무역항으로 개발한다는 청사진을 내놓으면서 해외투자가들을 유치하기 위해 열을 올리고 있다.

필리핀정부는 이 지역으로 유입·유출되는 모든 재화의 자유로운 무관세이동을 허용하고 이 지역에서 취득한 순이익의 5%만을 세금으로 거두어들이며 25만달러 이상의 해외투자가에게는 영주권을 주겠다고 발표했다.

해외투자가들은 이같은 유혹에도 불구하고 필리핀의 정치·사회불안을 이유로 그간 입질을 하는 정도에 그쳐왔다.

그러나 미군이 수비크만 시설의 관리권을 필리핀에 넘겨주는 시기가 다가오자 해외투자가들은 우선 좋은 시설을 선정하기 위해 앞다투어 몰려들고 있다.

이미 대만의 한 컨소시엄은 3백㏊의 수출가공지대를 세우는 계약을 따냈다.

싱가포르의 셍바왕 주롱 케펠 등 3개 조선수리회사,영국의 애플 도어사,일본의 가와사키중공업 등은 조선수리시설을 차지하기 위해 치열한 경합을 벌이고 있다.

싱가포르 항만당국,홍콩의 호프웰사,대만의 에버그린 상선그룹 등은 켄테이너항 운영권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영국 페트로리움사,필리핀 내셔널 오일사,싱가포르 스타 서플라이사 등 7∼8개 회사는 석유저장소 운영권을 따내기 위해 올롱가포 시장실을 바삐 드나들고 있다.

대만의 투넥스건설,일본의 마루베니사 등은 산업용 부동산에 뛰어들고 있다.

많은 외국기업인들은 이미 쓸만한 건물을 매입하고 있는데 한국기업도 이 대열에 끼여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멀지않아 식당 쇼핑센터 극장 호텔 골프장 수영장 등 각종 위락시설의 임대운영권에 대한 입찰이 있을 예정이어서 수비크만의 「세일잔치」 분위기는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그러나 일부 투자가들은 최근 납치사건의 성행 등 필리핀의 사회불안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는 점을 들어 수비크만지역이 과연 홍콩과 같이 발전할 수 있을지에 대해 회의적 시각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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