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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교의 뒤안/유동희 홍콩특파원(기자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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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교의 뒤안/유동희 홍콩특파원(기자의 눈)

입력
1992.09.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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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태우대통령의 중국방문기간중 천안문광장은 특히 번잡했다. 10월1일의 건국기념일,10월12일 중국 공산당 14차 당대회 등 연이은 기념일과 중요행사를 앞두고 한껏 단장한 천안문광장에는 전국 각지에서 몰려든 관광객들이 연일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다. 중국의 서민들은 그러나 천안문에 사상 처음 내걸린 태극기에 특별한 눈길을 주지 않았다. 이를 무관심하다고 말하기도 어려웠다. 그보다는 오성홍기와 엇갈려 게양된 태극기가 하등 이상할 것이 없다는 표정들이었다는 것이 보다 정확한 표현일 것이다.광장의 몇몇 사람을 붙잡고 물어보면 태극기는 한국 국기이고 한국의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중이라는 사실은 대체로 알고들 있었다. 후렴처럼 따라붙는 것이 올림픽을 통해 한국을 잘 알게 됐다는 말이었다.

한중수교와 한국 대통령의 중국방문은 동북아냉전의 틀을 허무는 외교적 사건임에 틀림없다. 그렇지만 중국의 민초들은 벌써 이를 사건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그만큼 익숙해져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중국인들의 반응을 보고 느끼게 되는 것은 우리 민족만이 아직도 냉전의 질곡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씁씁한 자기 확인이다.

한중수교후 중국을 둘러싸고 소용돌이치는 국제조류는 새로운 질서를 향한 진통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F16기 대만판매를 둘러싼 미국과 중국간의 갈등,대만과 러시아의 경제접근,중국의 군사팽창에 대한 서방언론의 잇단 경고 등…. 어제의 「우호」가 오늘에는 「갈등」으로 바뀌는 숨가쁜 「합종연횡」이 다채롭게 전개되고 있는 것이다.

「냉전구도 청산열차」에 가까스로 타고 보니 기차는 이제 딴 방향을 향해 가고 있는 형국이다.

한중 정상회담에서 북한의 핵문제가 주의제가 됐다는 사실은 우리에게 신질서 속에 자기 위상을 모색하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사실을 확인시켜 준다.

주변 각국이 국익을 앞세우며 합종연횡의 게임을 벌이는 동안 우리는 여전히 북한과의 냉전구도 청산이라는 「해법」에 골몰하여야 한다.

중일합작 호텔에 내걸린 중일수교 20주년을 알리는 플래카드와 천안문광장에 걸린 태극기에 대한 담담한 중국인들의 반응은 우리가 역시 한참을 뒤처져 있다는 것을 일깨워준다.<북경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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