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일운동 왜 안했나” 묻고 항상 죄책감/작년엔 기념 음악회도/수원문화원장 심재덕씨33년전 위대했던 예술가 안익태선생과의 해후를 소중한 기억으로 간직해온 경기 수원 문화원장 심재덕씨(53)가 29일 안익태선생 기념사업비로 성금 1천만원을 한국일보사에 기탁했다.
서울대 농대 2학년이던 59년에 수원캠퍼스 대강당에서 안익태선생 귀국환영회가 열렸을때 젊은이의 당돌한 질문으로 안 선생을 괴롭게 했던 심씨는 그뒤 궁핍과 고난의 시대에 예술가의 삶과 문화의 힘을 이해하게돼 안 선생에게 진 「문화의 빚」을 갚는데 힘써온 사람이다.
귀국 환영회 당시 애국가 연주와 강연회가 끝난뒤 질의·응답차례가 됐을때 두번째로 나선 심씨는 『선생께서 그토록 나라와 민족을 위해 고심해왔다면 왜 이 땅에서 항일운동을 하지 못하고 눈물을 뿌리며 일본으로 건너 갔느냐』고 질책했다.
심씨의 「당돌한 질문」에 안 선생은 대답을 하지 못한채 고개만 떨구었고 얼마간의 침묵이 흐른뒤 강연회는 중단되고 말았다.
심씨는 『젊은 혈기에 선생의 깊은 뜻을 헤어리지 못한 죄스러움에 애국가를 들을때마다 가슴에 못질을 당하듯 아팠다』며 『미망인 롤리타 안 여사(73)가 스페인 외딴섬에서 홀로 고생하신다는 보도를 보고 속죄하는 길이 없을까 하고 생각해 왔다』고 말했다.
심씨는 안 선생을 지휘로 애국가가 농대 강당에 울려퍼지자 열광한 청중이 3번이나 거듭 연주를 요청했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고 말하고 있다.
안익태선생에 대한 심씨의 관심과 애정은 날이 갈수록 각별해졌다. 안 선생을 잠시나마 괴롭혔다는 죄의식이 늘 안 선생을 생각하게 했다는 것이다. 문화부가 지난해 8월을 「안익태의 달」로 정하자 수원문화원은 같은해 8월 14∼18일 개최한 한여름밤의 음악축제를 안익태선생 기념행사로 치렀다.
장안공원 야외특설 무대에서 안 선생의 「한국환상곡」이 수원시립교향악단과 합창단의 협연으로 연주되자 1천여명의 청중은 뜨거운 박수로 안 선생을 기렸다.
87년부터 수원 문화원장으로 재직하면서 지역문화 발전에 기여해온 심씨는 개인사업(동서철강대표)으로 번 이익금의 상당액을 문화사업에 투자해 왔다.
수원문화원은 홍난파선생의 고향이기도한 수원을 음악의 도시로 발전시키기 위해 매년 한여름밤의 음악축제를 개최하고 수원 사랑 큰잔치,수원 성곽순례 등 각종 문화행사를 열고있다.
『난파 선생 기념관도 수원에 건립했으면 좋겠다』는 심씨는 96년 수원성 축성 2백주년을 맞아 화성행궁 복원사업과 문화회관 건립도 추진중이다.<수원=정정화기자>수원=정정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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