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품질 일제」 가격 관계없이 각국에 뿌리/흑자 되레 늘수도… “내수 주도형 전환기회”【동경=이상호특파원】 엔화시세가 달러당 1백10엔대까지 진입하는 신엔고시대를 맞아 일본기업들이 비명을 올리고 있다. 지난 85∼88년의 엔고때와는 달리 국내 경기의 부진까지 겹쳐 「2중펀치」를 맞게됐다며 대책마련에 부산을 떠는 모습들이다.
그러나 일본기업들은 이번에도 세계 최강수준인 상품경쟁력을 바탕으로 엔고를 무난히 헤쳐나갈 것으로 전망돼 요즘의 요란스런 비명소리가 「가성」에 불과하다는 지적들이다.
우선 이번 엔고로 수출이 크게 떨어져 일본의 경상수지 흑자가 감소할 것인가라는 의문에 대해 『그렇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일본정부는 「헤이세이(평성) 불황」이라고까지 불리는 국내 경기의 혼미속에서도 경상수지 흑자가 연 1천억달러 수준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는데 대해 그 원인으로 ▲엔고 ▲수입감소 ▲기업들의 수출드라이브 정책 등을 들고있다.
즉 엔고에 따른 수출가격 상승과 일본제품의 뛰어난 국제경쟁력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따라서 최근의 엔고 진행에 대해 대장성 등에서는 『완만한 엔고로는 경상수지 흑자가 줄어들기는 커녕 역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며 무역마찰 심화 등을 우려하고 이다.
엔고는 중장기적으로 일본의 흑자 축소를 가져올 것이라는 것이 지금까지의 정설이었다.
대장성도 공식적으로는 무역흑자 확대에 대해 『지난해 이후의 엔고에 따른 J커브 효과의 초기단계』라고 설명하고 있다. 엔화가치가 상승하면 J커브 효과에 따라 초기에는 수출액이 늘어나나 시간이 갈수록 해외에서의 판매가격 상승 등으로 수출은 줄고 수입은 늘어 흑자가 감소한다는 논리다.
하지만 『J커브 효과 후반에도 흑자감소는 기대할 수 없다』는 전망이 최근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이같은 예상의 근거로 ▲저가격으로 수출량이 늘어났던 80년대와는 달리 현재의 일본제품은 고품질·고가격으로 판매되고 있으며 ▲대표적인 수출품인 반도체 등에서 볼 수 있듯이 세계 각국의 산업에 있어 일본제품은 가격에 관계없이 쓸 수밖에 없는 필수품이 되어 있다는 점 등을 내세우고 있다.
일본의 대표적인 민간경제연구단체인 삼화종합연구소는 최근 『일본제품은 세계 각국의 경제활동에 이미 깊숙이 침투해 있어 환율조정만으로는 여간해서 수출이 줄어들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 연구소는 『엔고만으로 오는 96년의 흑자액을 1천억달러 수준에 머물게 하려면 환율이 달러당 50엔 정도가 되어야 할 것』이라고 추산했다. 이와함께 일부에서는 오히려 미 대통령 선거후 흑자가 더 늘어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부시 대통령이 선거전에서 『미국의 적자가 줄었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일본으로부터의 수입을 무리하게 억누르다가 선거후 일본의 흑자가 갑자기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지난 85년부터의 엔고불황을 훌륭히 이겨내고 호황으로 이끌었던 경험과 그동안 꾸준히 추진해온 엔고 대응력 등이 바탕이된 자신감의 표현이다.
때문에 일본으로서는 엔고에도 불구하고 흑자가 줄지않을 경우 더욱 악화될 세계 각국과의 무역마찰 심화와 현재 사상 최저수준인 금리의 추가인하 압력 등을 크게 우려하고 있다.
결국 일본의 흑자감소에는 『내수확대 이외에는 별다른 방법이 없다』는 점에 정부 및 경제계가 모두 의견을 같이 하고 있다. 이번 엔고를 거품경제로 이상비대해진 기업의 체질개선과 나아가서는 일본경제의 내수 주도형으로의 구조전환을 위한 계기로 활용해야 된다는 목소리가 높은 것도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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