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중국은 관계가 순항고도로 급상승하고 있다. 한국 관·민의 『빨리』 『빨리』 체질은 이미 국제적으로 소문나 있는 정도이므로 한·중 관계의 쾌속접근이 이상할 것은 하나도 없다. 「만만디」의 체질인 중국이 한국 못지않게 발빠르게 호응하는 것이 이례적이다. 공산 중국의 대미·일 개방을 주도했던 명 재상 주은래의 「일의대수」(한가닥의 띠와 같은 좁은 바닷물을 사이에 둔 관계)가 연상된다. 주 수상은 72년 9월 일본과의 국교정상화 회담에서 이 표현을 썼다. 모택동·주은래가 없는 개방중국과 한국의 「지각국교」가 그동안의 「지각」을 보충이나 하려는듯 급행으로 진척되고 있는 것이 나쁠 것은 없다. 한·중 관계는 지리,문화,역사적으로 근린의 특수관계이므로 모든 면에서 먼 것보다 가까운 것이 정상이다. 여전히 이데올로기는 다르다고는 하나 냉전체제가 소멸되고 상호 추구하는 가시적 국가적 목표에 상충이 없고 보면 접근의 과속에 과민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다만 우려하는 것은 상호간의 과잉기대가 과잉실망을 가져올지 모른다는 점이다. 서울의 북경행과 북경의 서울행이 이제 러시를 이루고 있다. 쌍방러시다. 한·중의 관·민이 상호 안전운행에 유의하는 것이 어떨까 한다. 한국기업들은 재벌기업이나 중소기업을 가릴 것 없이 중국행 버스를 놓칠까봐 서두르고 있다. 일본기업들도 72년 국교정상화 때에 북경행이 러시를 이뤘었다. 정치·외교적인 굴곡도 있었지마는 일본의 대중국 경협은 초기의 열기에 비해서는 괄목할만한 것이 못됐다. 한국기업들은 국내에서나 마찬가지로 모방성이나 추종성이 강하다.낙오되는 것이 두려워 남이 하는대로 따라간다. 이번 노태우대통령의 방중에 37명의 재벌기업의 총수와 사장들이 동행했다.
양측기업간의 접촉이 활발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재벌그룹들은 대형프로젝트에의 참여를 추진하고 있다. 지금까지 한국기업의 투자는 총 2백72건에 2억3천7백만달러다. 섬유·봉제·신발·라면·차량부품·컨테이너 등 주로 국내에서 경쟁력을 상실한 노동집약적 업종이다. 다건소액에서 유추할 수 있듯이 한국의 대중국 투자는 건당 약 1백만달러 규모의 중소기업형 노동집약산업 투자가 태반이다. 다른 나라들도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 좀 낡은 통계이지만 91년 계약기준으로 홍콩은 8천5백건 72억2천만달러,대만 1천7백여건 13억9천만달러,일본 6백여건 8억1천만달러로 나타나 있다. 한국의 대중국 투자는 이제부터 양상이 바뀌어진다. 재벌그룹들의 대형프로젝트 참여로 한·중 경협은 대형화,고도화된다. 양국관계의 고리가 그만큼 굵어지는 것이다. 삼성그룹의 길림성 에틸렌공장,포철의 상해 석도강관공장,대우의 산동성 시멘트공장,럭키·금성의 상동성 전자교환기공장 건설 등이 현재 교섭이 구체화되고 있는 사업들이다. 이밖에 현대그룹이 천진 소형상용차공장과 황하 다목적댐 건설,기아가 연길 자동차조립공장과 장춘 자동차부품공장,쌍용이 목재와 시멘트 합작투자를 추진하고 있다. 또한 선경은 유전탐사,석유화학공장,비디오테이프공장,양자강유역 댐건설공사 등 여러 사업에의 참여를 모색하고 있다. 노태우대통령과의 회담에서 양상곤 국가주석이 밝혔듯이 중국은 그들의 제8차 5개년계획(91∼95년)에의 한국 참여를 크게 희망한다는 것이다.
중국은 사회발전 10개년계획(90년∼2천년)을 동시에 추진하고 있는데 총소요자금은 약 3천억달러다. 중국이 원하는 것은 한국의 자본과 기술이다. 우리가 호혜원칙이나 상업적 기준에서 협력할 수 있는 한계는 어디인가. 중국이라는 「거대한 미지와 잠재력」을 상대함에 있어 지피지기가 돼야겠다. 이제부터 미·일·중·소 등 주변 4강과 균형있는 조회를 쌓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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