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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엽제 고통 외면 말라(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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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엽제 고통 외면 말라(사설)

입력
1992.09.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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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전쟁에서 고엽제 피해를 입은 참전장병들이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음은 이미 널리 알려진 일이다. 지난 26일 독립기념관에서 열린 「파월의 날」 기념행사에 참석했던 2천5백여 베트남전 참전장병중 4백여명은 고엽제 피해에 대한 보상을 요구하며 경부고속도로 상하행선을 점거하고 시위를 벌여 큰 교통혼잡을 빚기까지 했다.경찰은 이들이 사전계획에 의해 조직적으로 시위를 벌였는지를 조사한다고 나섰거니와 다중의 힘으로 장시간 교통을 마비시켜 시민생활에 큰 불편을 준 행위도 문제지만 그동안 정부가 고엽제 후유증의 실상을 파악하고 짜임새있게 대책을 추진했는지의 문제도 생각하게 된다.

국지적으로 마치 가랑비 오듯 뿌려진 이른바 「에이전트 오렌지」 등으로 불리는 고엽제를 맞은 한미 장병들은 이미 그 당시부터 피부에 생긴 가려움증이나 발진현상을 겪으며 의아해했다.

73년 주월 한국군이 철수한 이후 얼마 안지나서부터 고엽제 후유증이 점차 두드러져왔지만 해당약품의 성분이 어떤 것이며 그 부작용이 어떠한지에 대해서 제조,공급회사들로부터 하등 성의있는 설명을 우리는 아직 들은바 없다. 그동안 허다한 참전장병들의 후유증 호소가 있었던 만큼 미국정부는 물론,한국정부도 성의껏 실상파악에 적극 나서고 대책수립도 서둘렀어야 했다.

미국정부는 월남전쟁중 실종자 가운데 아직도 월남에 억류당하고 있는 미군이 있는지를 계속 찾고 있으면서 고엽제 후유증에 시달리는 한국측 참전자들에 대해서는 성의있는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우리정부도 나름대로 자체적인 조사나 대책을 서두르고 그들을 파월했을 때 성대했던 환송행사 만큼은 못하더라도 가시적 조치를 취했어야 옳았다.

세상이 변했다고들 하지만 그것은 엎치락뒤치락하는 국제환경의 변화이지 인간생명의 소중함까지 변할순 없다. 어느나라 정부나 자국 전사자나 실종자에 대해 적극 우예를 갖추고 끝까지 추적하는 것은 그들의 복무 참전이 헛된 것이 아니며 그들이 잊혀질 수도 없다는 것을 알리는 당연한 자세이고 보면 부상자나 고엽제 피해자도 결코 소외될 수 없는 것이다.

지금도 아마 어엿하게 기업을 영위하고 있을 고엽제 관계업체들은 자사제품으로 오랫동안 고통받는 참전장병에 대해 국적을 가리지않고 치료,보상의 길을 마련하는데 인색치 말아야 한다. 한미 양국 정부도 월남전에서의 협조에 못지않는 성의로 뜻밖의 후유증에 시달리는 한미 참전장병들에 대한 응분의 배려에 나태하지 않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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