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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비투자/호황때 몰리면 상투잡기 “십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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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비투자/호황때 몰리면 상투잡기 “십상”

입력
1992.09.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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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따라 부화뇌동… 조절기능 전혀 못해/「침체」때가 적기… 첨단업종 등에 눈돌려야설비투자가 너무 기복이 심하다. 경기동향에 지나치게 민감해 경기가 좋으면 너도나도 투자를 크게 늘려 과잉투자가 되고 경기가 나빠지기 시작하면 일제히 움츠러들어 과잉위축이 되고 있다. 특히 최근엔 투자가 하강곡선을 그리는 국면에서 정치적 불확실성까지 가세,기업들의 투자기피 경향을 더욱 자극하고 있다.

쉽게 달아올랐다가 쉽게 식어버리는 이러한 「냄비투자」는 호황과 불황 등 경기동향의 위아래 진폭을 더욱 크게 벌려놓는 부작용을 낳고있다. 경기가 한창 상승곡선을 그릴땐 기업들의 투자가 너무 집중됨으로써 과열양상을 보이게 된다. 반면에 경기가 하향국면으로 돌아서면 투자가 급속도로 위축돼 경기침체를 재촉한다. 호황경기엔 투자를 자제해 과열을 예방하고 불황경기엔 투자를 늘려 새로운 수요를 창출함으로써 급강하를 막는 바람직스러운 투자와는 거리가 멀다.

뿐만 아니라 이같은 투자속성은 기업의 장기적인 시장대응력 부재라는 병폐를 심화시키고 있다. 경제규모의 팽창에 따라 설비투자도 대형화 추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에 투자를 시작해서 본격적인 생산을 시작하기까지에는 최소한 1,2년이 걸린다. 따라서 경기가 팽창하기 시작했을때 설비투자를 개시하면 이미 늦다. 심한 경우 설비투자를 완료,상품생산을 본격화할 시점엔 호황은 끝물로 접어들고 있다. 예컨대 단군이래 최대 호황이라던 86∼88년간 호황도 확장기간은 28개월에 불과했던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확장기간이 이정도라면 경기가 좋아지기 시작했을때 투자에 나서서는 재미를 보기는 커녕 불황때 쌓이는 재고를 감당하느라 정신이 없을 것이다. 이 엄청난 호황기에 이익을 톡톡히 챙긴 기업은 호황이 오기 전에 투자에 나서 이때쯤엔 벌써 투자를 완료한 업체들이다.

호황기에 미래적인 새 수요를 위해서가 아니라 당장의 수요를 목표로 투자하는 것은 가을철 수확기에 곧바로 먹겠다고 다짜고짜 파종에 나서는 엉뚱한 농부와 같다. 그럼에도 국내 기업의 상당수는 호황때 그 다음의 불황을 생각하고 불황때 그 다음의 호황을 예비하는 장기적투자보다는 호황때 우르르 몰리고 불황때 우르르 빠지는 뇌동투자를 하고 있다.

28일 산업은행이 발간한 연구보고서 「국내 제조업의 설비투자 동향 파악을 위한 지수개발」에 따르면 지난 69년 이후의 경기순환 변동과 고정투자 증가율을 분석한 결과 경기와 투자가 거의 동일한 오르내림세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투자가 경기조절 수단으로서의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증명해 주고 있는 것이다. 89년 만큼은 예외적으로 경기가 이미 꺾였는데도 투자가 여전히 증가하는 특징을 나타내고 있다. 당시에 재벌그룹들이 석유화학 부문에 대규모 과잉투자를 한 탓이다.

72∼91년 사이의 평균 경제성장률은 8.7%였는데 설비투자·민간소비·수출·건설투자 등 4개 부문이 이 기간동안 경제성장에 기여한 값을 산출한 결과 설비투자가 1.67로 가장 높았고 다음이 건설투자 1.33 수출 1.27 민간소비 0.91로 나타났다. 그만큼 설비투자가 경기조절 수단으로서 유효하다는 분석이다. 그런 투자의 이같은 경기조절 기능이 현실적으로는 충분히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

올 하반기 설비투자는 상반기의 6.4% 보다도 더 낮아져 4.0%에 머물 전망이다. 경제전문가들은 기업인들이 신 시장의 획득과 기술개발 기회를 포착,과감한 신 투자를 감행할 때 비로소 그 기업인은 단순한 자본의 소유자가 아니라 이윤을 추구하는 진정한 기업가로 변신하는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자동차 석유화학 시멘트 가전 등 분야에서 기존제품의 추가생산을 위안 시설확장은 거의 턱에 찬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종전의 업종들이 신 성장 산업으로 전환해가는 첨단영역에 대한 투자다. 그러한 투자는 호황에 대비하는 것일 뿐만 아니라 호황의 도래 자체를 앞당기는 역할을 한다.<홍선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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