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사관측 소극적 입장 일관/부지·건물매입 완료 “빨리 열자”/한인회/“재정부족” 본격 추진 계속 미뤄/대사관/“이민후 1년간 자녀교육 불가” 대책시급【싱가포르=최해운특파원】 싱가포르에 한국학교를 설립하기 위해 주재상사 직원 및 교민들로부터 거둔 성금으로 학교부지까지 매입한 상태에서 추진주체인 싱가포르한인회측과 대사관측의 의견이 대립,무산될 위기를 맞고있다.
한인회측은 새로 싱가포르에 온 교민의 자녀들이 교육여건상 적어도 6개월이상 1년 가까이 학교에 다니지 못하고 있는 절박한 상황에서 매입한 부지와 건물을 이용,학교를 일단 열고 보자는데 반해 대사관측은 완벽한 재정확보와 함께 번듯한 학교를 세워야한다는 견해로 팽팽히 맞서 학교 설립계획이 지연돼왔다.
한인회는 지난해 삼성 럭키금성 대우 등 싱가포르 주재 25개 한국상사와 교민 1백40명으로부터 1백79만달러(이하 싱가포르달러·9억원)를 모금,정부 보조금 78만달러와 한인회 자체보조금 17만달러를 합쳐 모두 2백74만달러의 자금을 조성했다. 당초 계획한 소요예산 5백23만달러에는 크게 부족하다. 그러나 한인회측은 현대 포철 등 각 상사가 약속한 기부금 1백34만달러는 학교설립 계획이 본격 추진될 경우 들어오게 될 것으로 보고 일단 홍콩은행으로부터 2백50만러를 빌려 지난해말 학교분지를 매입했다.
리안우 로드에 위치한 학교부지 8백18평에는 학생 2백60명을 수용할 수 있는 2층건물(3백80평)이 서있다.
교회를 빌려 교포자녀 3백60명이 공부하던 토요학교도 현재 이곳으로 옮겼다. 한인회측은 업체로부터 약속된 기부금을 받고 약간의 정부와 한인회 보조금을 보태면 조금은 부족하지만 꾸려나갈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한인회측은 이미 공사에 들어간 홍콩의 한글학교 설립기금 조성방식을 도입,기부금을 채권화해 자금을 조성,학교를 신개축하겠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그러나 대사관측은 채권발행 방식에 반대하면서 현재의 재정상태로는 학교설립에 무리가 있다고 주장,한인회측의 추진에 소극적인 입장을 보여왔다. 당초 학교 설립계획은 대사관이 주도적으로 추진하다 대사가 여러번 바뀌면서 한인회측으로 떠넘겨졌다.
한인회측은 자금계획이 완벽하지는 않으나 이미 부지를 매입한 상태에는 일을 적극적으로 추진,내년 3월에 일단 1∼3학년만이라도 학교문을 연다는 목표아래 대사관을 통해 지난 2월 학교설립 인가신청을 냈다.
그러나 대사관측은 계속 충분한 재정이 확보되는게 선결요건이라며 신청서를 반려했다. 대사관측의 담당자도 4번이나 교체됐다.
이로인해 학교 설립계획이 지지부진하자 기부금을 낸 일부업체는 돈을 되돌려 달라고 요구하는가 하면 기부금 약속업체도 눈치만 보고 아무도 돈을 내려하지 않고있다.
한인회측은 학교 설립계획이 무산될 상황에 처하자 대사관측의 처사에 정면으로 반발하고 있다.
한인회측은 최근 대사관을 방문,대사에게 이 사업에 성의를 보일 것을 촉구하자 『서울의 명문 Y고교 정도의 번듯한 학교를 세워야한다』면서 기존입장을 되풀이했다. 이에 안동영 한인회장 등 회장단 전원이 사의를 표명하거나 사퇴서를 냈다. 토요학교 교장도 사표를 냈고 17명의 교사들도 이에 동조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한인회측은 『일본학교의 경우도 처음에는 판잣집에서 시작,20여년동안 6번이나 옮긴 끝에 현재와 같은 훌륭한 학교를 가꿨다』면서 대사관의 주장을 반박했다.
새로 싱가포르에 전입오는 주재원들의 자녀 교육문제는 심각하다. 외국인 학교는 거액의 기부금을 내고도 자리가 없어 1년이상 기다려야하고 로컬학교는 영어시험을 통과해야 하기 때문에 많은 자녀들이 집에서 개인교습으로 시간을 보내는 딱한 형편이다. 현재 외국인학교에 다니는 한국인 학생 1백80명이 내는 학비는 한해 10억원이 넘을 정도로 엄청나게 비싸다. 이들 외국인학교에 내는 학비 2년치만 모아도 대부분의 교민들이 원하는 한국학교를 세울 수 있는 셈이다.
한글학교 설립에 소극적인 대사관측을 비난하는 소리가 높고 토요학교도 문을 닫아야할 심각한 상황에 놓이자 대사관은 한인회와 토요학교 교사들의 반발을 무마하면서 뒤늦게 학교설립 문제에 관심을 나타내기 시작하고 있다.
과연 한인회와 대사관측의 대립이 해소돼 학교가 문을 열게될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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