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 운영에 독자적 추진력 있어야/관권개입 차단 「철저한 장치」 마련도온국민의 기대속에 헌정사상 첫 실험을 하는 중립선거 관리내각의 일차적 관심은 이 내각을 이끌어갈 국무총리에 모아지고 있다. 대통령 중심제 아래서의 국무총리가 임면때만 뉴스의 초점을 받는 자리로 불릴만큼 실권이 없는 자리이긴하지만 중립내각에서는 그렇지 않을 것 같다. 대통령이 집권당 당적을 버리고 국정을 초월한 위치에 서겠다고 공언한 만큼 국정운영의 상당한 축이 총리에 옮겨갈 수 밖에 없다. 민자·민주·국민 3당은 우선 총리인선에 협의한뒤 이를 대통령에게 건의,총리를 먼저 임명하고 새총리의 각료임명 제청을 받는 헌법상의 절차를 밟아 중립내각을 출범시키는 쪽으로 의견을 접근시켜가고 있다. 모처럼만에 명실상부한 「일인지하만인지상」의 자리에 오를 가능성이 큰 새 총리의 이모저모를 미리 살펴본다.
중립선거 내각의 총리는 정파를 초월해 엄정하게 선거내각을 관장하는 상징적 위상을 지녀야만 한다. 따라서 그 역할과 성격이 어느때보다 특수할 수 밖에 없다.
더욱이 「중립총리」에 대한 헌정사의 경험이 사실상 전무하다고 할때 이번 총리의 정치·행정적 비중과 역할은 시험대에 올라있는 셈이다.
다만 이번 총리의 경우 헌법상 규정돼 있는 고유권한을 「실제로」 행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여 그 지위와 성격이 대통령 중심제에 내각책임제 요소가 가미된 색다른 조명을 받게될 것임은 틀림없다.
현행 헌법상 국무총리는 대통령의 명을 받아 행정각부를 통할하고 국무위원에 대한 임명제청권 및 해임건의권을 가지며 대통령 유고시 권한대행을 할 수 있는 정부 제2인자이자 대통령 보좌기관의 지위를 지니도록 되어있다.
그러나 총리의 각료제청권이란 헌법상의 절차가 제대로 지켜진적이 거의 없었던 것처럼 총리의 「실제지위」는 명분상 규정과 상당한 거리가 있어 왔다. 따라서 새총리는 과거와 같이 「대통령의 방패역」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실질적인 권한을 행사하는 명실 상부한 「실세총리」의 입지를 자연스럽게 확보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새 총리는 5개월 남짓한 한시적 임기에도 불구하고 「공정한 선거관리」라는 대외명분을 무기삼아 주요 정책결정 과정에서도 독자적인 발언권을 행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따라서 내각에 대한 장악력 역시 과거와는 비견할 수 없을 정도로 강해질 것 같다.
그러나 「누가 중립총리가 되느냐」의 문제는 이러한 실질권한의 행사여부를 가늠해볼 수 있는 중요한 잣대가 된다.
중립성이 너무 강조된 나머지 그야말로 무색무취한 인물이 새총리에 기용될 경우 자칫 엄정한 선거내각 관리라는 본래 취지와 크게 어긋나는 아무도 바라지 않는 결과가 초래될 수도 있다.
▷하마평◁
3당 모두가 새총리 인선과 관련해 섣불리 특정인물을 거론하기를 꺼려하고 있다. 대통령의 고유권한인 인사권이 존중돼야 한다는 원칙에 동의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28일의 3당 수뇌회담을 통해 새총리에 관한 인선협의가 이루어지더라도 협의내용이 대통령에게 전달되기까지는 철저한 보안이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3당은 비공식적이나마 그간의 막후접촉을 통해 「국민과 정치권이 납득,수용할 수 있는 불편 부당한 인물」이라는 포괄적 인선기준을 나름대로 마련해 놓고 있다.
민자당은 3당 수뇌회담에서 총리를 비롯한 각료 인선문제를 논의하되 합의가 어려울 경우 4자 회담이나 대통령과 3당 대표간의 개별회담을 추가로 갖고 최종결정은 대통령에게 맡기자는 입장이다. 철저하게 「협의와 건의」에만 치중하겠다는 자세이다. 디만 김영삼총재의 지난 16일 회견직후 민자당 주변에서 이한빈 전 부총리 고흥문 전 국회 부의장 이회창대법관 등이 조심스럽게 거론되고 있다.
민주당은 대통령의 인사권을 존중,대통령이 3당 대표와 협의해 총리를 임명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는 「9·18조치」직후 『중립내각은 3당 대표와 합의해 구성해야 한다』던 입장에서 다소 후퇴한 것이라 할 수 있다. 민주당 주변에서는 서영훈 전 KBS사장과 김준엽 전 고대총장에서부터 장을병 성대총장 이홍구 주영국대사까지 거론되고 있으나 김대중대표는 전력시비의 소지가 없고 정치권을 잘아는 인물을 내심 선호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국민당은 인선절차에 관해 민주당과 비슷한 입장이나 경우에 따라서는 노 대통령의 「독자인선」도 수용할 수 있다는 보다 유연한 자세이며 내부적으론 추천요구에도 대비하고 있다.
▷비슷한 사례◁
선거관리를 위한 중립내각은 우리나라 헌정사에 있어서 처음있는 일이다.
대통령중심제를 채택한 국가에서는 원래 대통령이 무한책임을 지기 때문에 총리는 대통령에 대해서만 정치적 책임을 진다고 볼 수 있다.
총리를 대통령이 스스로 판단해 임명하는 것이 아니라 여야의 의견을 반영해 임명한 경우는 지금까지 우리 헌정사에서 없었다.
다만 의원내각제를 채택한 나라에서 국가가 전쟁·경제공항 등 위기상황에 처해있을때 위기수습을 위해 여야가 공동으로 참여해 「거국내각(National Government)」을 구성한 경우는 더러있다.
대표적 예가 재1,2차 세계대전으로 국가가 위기에 처했을때 여야가 같이 참여한 영국의 조지 내각과 처칠 내각이다.
우리 헌정사에서는 4·19로 인해 이승만대통령이 하야해 「힘의 공백상태」에서 위기를 관리한 허정 과도내각(60·4∼60·8)이 중립내각과 유사하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그러나 다수의 정치학자들은 이번의 경우가 그때와는 상당히 다르다고 말한다.
현직 대통령이 실권을 가지고 엄연히 국정을 수행하고 있으면서 여야의 의견을 수렴해 총리 등 각료를 임명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처음 시도해보는 중립내각에 대한 평가는 대통령 선거가 끝난뒤 내려질 수 밖에 없다.
엄정한 선거관리와 선거문화 개혁으로 민주화를 한단계 높여 놓았다는 긍정적 평가가 나올 수 있겠지만 국정의 공백상태를 초래했다는 부정적 평가가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역할과 기대◁
새총리는 중립내각의 구성취지에 따라 우선 연말 대선의 공정한 관리에 만전을 기해야할 책무를 우선적으로 지닌다.
또 대통령의 임기말에 있을 수 있는 권력누수 현상과 공무원들의 기강해이를 최대한 줄이고 정부 이양작업을 순조롭게 마무리해야 한다.
오랫동안 사실상 존재해온 관권선거의 악습을 혁파하기 위해서는 총리가 단순히 자신만이 선거개입을 하지 않는 「소극적 중립성」을 탈피,일선 공무원들의 부정선거 개입 가능성을 철저히 차단하는 「적극적 중립성」을 견지해야 하는 주장이 지배적이다.
총리는 공무원들의 정치적 중립성을 보장할 수 있는 제도적 방안을 구체적으로 마련하고 이들에 대한 지휘감독도 철저히 해야 한다.
새 총리는 우선 3당 대표의 의견을 참작,대통령에게 각료 임명을 제청하게 된다. 야당이 선거관료 부처라고 주장하는 내무 법무 공보처장관 추천에 각별한 신경을 써야할 것 같다.
특히 선거일선 업무를 관장하는 내무부를 탈바꿈시키고 국방부의 군부재자 투표 부정소지를 원척적으로 제거하는 것도 중요한 업무중 하나가 될 것이다.
이같은 업무들을 효율적으로 처리하기 위해서는 총리 직속으로 「공정선거특위」(가칭)를 구성하는 것도 적극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신임총리는 침체와 혼란에 빠진 경제의 안정에도 힘써야 하지만 이는 경제담당 부총리 몫이 될 것 같다.<정진석·김광덕·권대익기자>정진석·김광덕·권대익기자>
◎3당이 바라는 「중립총리」/인선은 대통령의 권한/정 총리 교체 안했으면/민자당 김영구 사무총장
연말대선의 공정한 관리를 위해 중립내각을 구성하는 문제는 두말할나위도 없이 인사권자인 대통령의 뜻에 달려있다.
따라서 중립내각 구성에 따른 총리의 경질여부나 후임총리의 인선에 관해서도 전적으로 대통령의 의사에 따른다는게 민자당의 입장이다.
우리당의 김영삼총재도 이미 이번 대선을 명실상부한 공명선거로 치르겠다는 의사를 밝힌바 있고 또 과거 여권의 관행이었던 관권선거를 하지 않겠다고 천명한 이상 그 연장선상에서 중립내각이 구성될 것으로 본다.
그러나 대통령의 인사권을 존중하는 우리 당의 입장에서 총리경질을 전제로해 후임총리의 인선기준 등에 대해 당론을 정할 수는 없다.
또 앞으로 있을 민주·국민당과의 협의도 다른 정치사안처럼 절충이나 협상의 자리가 아니기 때문에 우리로서도 별도의 복안을 가지고 있을 필요도 없다.
다만 대통령이 민자당의 당적을 떠나면서까지 중립내각 구성의 의지를 명백히 한 이상 총리가 경질될 경우에도 대선에 있어 어느 한쪽에 치우침없는 선거관리를 통해 선거후 공정성 시비의 여지를 불식시켜줄 것을 기대한다.
대통령의 남은 임기동안 차질없이 국정을 이끌어갈 인사가 기용될 것으로 본다.
그러나 정원식총리는 관권선거의 시비를 불러일으킨 연기군 사건과 하등 관련이 없을뿐 아니라 이번 개각은 그 사건에 대한 문책도 아니며 정 총리가 보여준 그동안의 경륜 등에 비춰 경질되어야할 특별한 이유가 없다고 본다.
◎3당이 바라는 「중립총리」/단순 「행정 실무형」 곤란/정치력도 갖고 있어야/민주당 조세형 최고위원
중립내각에서 새 총리가 누가 되느냐에 따라 노태우대통령이 공언한 공정한 선거관리의 성패가 판가름날 것이다.
따라서 새 총리는 민자 민주 국민 등 3당이 반대하지 않는 중립적 인사여야 한다.
중립적이라는 것은,과기의 행적을 통해 그것이 입증되어야할 뿐만 아니라 앞으로 국정을 수행해 나가는데 있어서도 그러한 믿음을 주어야 한다.
다시말해 어떠한 외압에도 흔들리지 않고 공정한 선거관리라는 맡은 바 소임을 성실히 수행할 수 있는 인물이어야 한다.
헌법상 국무총리는 대통령을 보좌하며 행정에 관해 대통령의 명을 받아 행정각부를 통할한다.
또한 국무위원 제청권도 가지고 있다.
새 총리는 헌법에 규정된 권한 이외에 현재의 특수한 정치상황을 잘 인식하여야 하며 정치권 사정에 밝아 이에 상응하는 정치력이 있어야 할 것이다.
단순히 대통령의 명을 받아 이를 실천하는 실무형만으로는 부적합하다.
앞으로 구성될 중립내각은 구성원 개개인의 소극적 중립성보다 내각 전체가 적극적 중립성을 발휘,실천할 수 있어야 한다.
따라서 중립내각은 집행력이 없는 형식상의 「중립인사 내각」에 그쳐서는 안된다.
따라서 새 총리는 이같은 역사인식을 바탕으로 총리의 헌법상 권한인 국무위원 제청권을 소신껏 행사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3당이 바라는 「중립총리」/내외압 이겨낼 수 있는/꼿꼿한 성품자 발탁을/국민당 김정남 원내총무
새 총리는 지금까지의 어떤 총리와도 다른 역할을 하게된다.
따라서 새 총리는 자신의 임기가 5개월이라는 생각아래 국정수행에 대한 분명한 입장을 스스로 확인해야 한다.
국가적으로 우리는 힘있는 정부를 필요로 하는 시점에 와 있다. 급변하는 국제정세와 경제전쟁 속에서 차기정부는 강력한 지도력으로 우리나라를 선진국 대열에 올려놓아야 한다. 그런 힘있는 정부를 만드는 방법은 바로 이번 대선을 어떻게 치르느냐에 달려있다.
공명정대하고 깨끗한 선거분위기 속에서 탄생한 정부라야 힘을 가질 수 있다.
따라서 새 총리는 어떤한 외압이나 내부적인 압력도 이겨낼 수 있는 중립적이고도 투철한 신념의 인물이어야 한다.
대통령이 중립을 선언한 이 시점에서도 총리에 대한 여러가지 형태의 외압이나 내부압력이 있을 수 없다고 본다. 이러한 모든 어려운 환경에 흔들리지 않고 총리로서의 위치를 굳건히 지킬 수 있는 강한 정치적 신념과 철학,역사의식은 새 총리에게 요구되는 필수 불가결한 덕목이다.
공직자의 일부는 아직까지도 선거,특히 대선에서는 은연중 집권당 후보를 도와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정서를 아직도 갖고있다. 이러한 타성적 정서까지를 막아야 하는 것이 새 총리의 역할이다.
따라서 새 총리는 중립적이고 「대가 센」 성품외에 행정이나 공무원 사회의 속성도 파악하고 있는 인물이라면 더욱 바람직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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