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부에 집까지 배달·「특수치수 서비스」도/재고수출 돌파구… 브랜드수도 대폭줄여『6개월간 무이자로 가져가세요』 『집까지 배달해 드립니다』 『매장에 나오시면 안락한 휴게실도 있습니다』 자동차 같은 거창한 제품의 판촉전략이 아니다. 옷이다.
요즘 의류업계에 탈불황 아이디어가 백출하고 있다. 불과 몇년전만 해도 생각조차 못했던 기발한 묘안까지 나오고 있다. 그래서 단순한 할인판매로 손님을 유혹하는 것은 이제 「촌스러운」 방법이 돼버렸다.
아이디어를 주도하고 있는 회사는 삼성물산의 에스에스패션. 최근 「홈 익스프레스 서비스」란 제도를 신설했다. 손님이 원하는 옷을 48시간내에 집으로 배달한다. 색상이나 디자인,사이즈를 지정하기만 하면 된다. 매장에 나왔다가 마음에 드는 옷이 없어 헛걸음 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이에 앞서 특수치수 서비스도 개시했다. 몸집이 일반 사람보다 너무 크거나 작아 기성복을 외면하던 사람들도 고객으로 끌어들이겠다는 생각이다. 뚱뚱한 사람에겐 특대사이즈를,홀쭉한 사람에겐 특소사이즈를 제공한다. 이랜드의 (주)헌트도 무료배달서비스를 실시하기도 했다.
아이디어의 압권은 재고수출이다. 경기부진으로 불어나는 옷 재고를 외국에 내다 파는 방법이다. 상표이미지도 지키면서 외화도 벌어들인다. 논노가 대표격이다. 지난해 약 4백만달러어치를 미국을 비롯,일본 구 소련 남미 등에 수출했다. 올해에는 4백30만달러를 예상하고 있다. 에스에스패션도 지난해부터 재고수출에 나섰는데 금년 재고예상수출액은 2백50만달러다.
자동차업계에서 많이 쓰는 할부판매도 도입됐다. 지난해부터 활성화돼 웬만한 여성복 회사는 다 실시하고 있다. 논노,서광,대현,코오롱,신원 등이다. 대개 6개월 무이자 할부다. 즉 30만원짜리 숙녀복을 구입했다면 매달 5만원씩 6개월 납부하면 된다. 물론 회원카드가 있어야 된다. 자금부담이 꽤 있지만 매출증대에는 큰 기여를 하고 있다.
이들 아이디어의 공통점은 장기불황을 극복하기 위한 적극적인 자구책이란 점. 할인판매에 대한 대안이다. 지난해 국내 옷시장 규모는 숙녀복 2조원,신사복 1조2천억원 등 총 6조5천억∼7조원으로 추산된다. 그러나 90년말부터 불황에 빠지면서 성장속도가 둔화됐다. 특히 올 상반기의 경우 시장외형은 지난해에 비해 15% 가량 커진 반면 이익은 만성 할인판매 때문에 제자리걸음을 하는 기현상을 빚었다. 즉 정상가로 파는 대신 서비스 수준을 끌어올리려는 판촉방법이다.
또 다른 특성은 아이디어가 판촉에만 국한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회사 내부에도 적용하고 있다. 브랜드 수를 급격하게 줄이고 있다. 재고 등으로 인한 관리비와 광고비 부담을 덜고 주력 브랜드를 집중육성 하기 위해서다. 반도패션의 경우 올들어 캠퍼스프래그 등 6개 브랜드를 없앴다. 제일모직도 베네통 등 4개를 축소,총보유 브랜드가 12개가 됐다. 성도어패럴은 4개 브랜드를 「더 톰보이」로 통합했다. 내년 생산량 역시 대부분의 업계들이 올 수준으로 동결했다.
발상의 전환을 강조하는 회사도 늘고 있다. 제조업체이면서도 백화점 같은 서비스정신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주로 『만들면 팔린다』는 생각에서 벗어나 고객 중심으로 생각하고 행동해야 한다고 직원들에게 강조하고 있다. 에스에스패션은 지난 5월 「고객만족운동」 실천사무국을 설치했고 신원,유림 등 숙녀복업체는 매장에 별도의 휴게실을 마련했다.<김경철기자>김경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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