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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통합 불안감」 금융혼란 초래/유럽 통화위기 배경·전망 총정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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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통합 불안감」 금융혼란 초래/유럽 통화위기 배경·전망 총정리

입력
1992.09.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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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국 경제 격차」 드러나 EMS “흔들”/「소통합」후 단계적 합류 가능성 커져【베를린=강병태특파원】 유럽통화제도(EMS)의 대혼란이 불러온 유럽경제 화폐통합의 장래에 대한 논란은 각국의 이익갈등에 따른 엇갈린 분석과 주장들로 사태를 이해하고 전망하는데 혼선을 빚게 한다.

이번 사태에 관련된 기본 사항들과 앞으로의 전망을 상세히 정리해본다.

▷유럽통화제도(EMS)◁

서유럽 각국간의 금융결제 절차를 간편히하고 화폐정책공조를 이루려는 노력은 50년대초부터 시작돼 EC(유럽공동체)의 발전과 함께 지속돼왔다. 이중 괄목할 진전이 75년 EC 각국간의 결제수단으로 창설된 가상의 화폐 ECU(유럽통화단위)이다. 각국 화폐를 경제력에 따라 차등적 비율(예:마르크 30.1%,프랑스 19%,파운드 13%)로 통화바스켓을 형성하는 ECU는 당초 정치적 상징에 불과했으나,79년 각국 통화간의 환율안정을 통한 교역 확대기반 구축을 목표로 유럽통화체제가 독일과 프랑스의 주도로 창설되면서 EC 각국간 결제수단으로 자리잡았다.

ECU와 함께 유럽통화체제의 핵심구성요소를 이루는 것이 환율조정체계(ERM)이다. ECU에 대한 각국 화폐의 교환비율은 EMS 창설당시 또는 후속가입시 각국화폐의 가치에 따라 정하고,이 기준환율을 중심으로 한 각국화폐 상호간의 환율변동을 ERM으로 일정한 범위내에서 머물도록 통제한다.

ERM에서 허용하는 환율변동폭은 기준환율의 상하 2.25%다. 다만 90년 뒤늦게 EMS체제에 참여한 영국과 스페인 포르투갈 등 3개국 화폐에 대해서는 상하 6%까지 환율변동을 허용한다. 외환시장에서 특정화폐환율이 이 제한선 이하로 떨어질 경우 각국 중앙은행이 개입,자국화폐로 약세화폐를 사들여 환율을 지지하도록 돼있다.

그러나 이같은 EMS체제에서도 각국 경제의 상이한 발전과 이에 따른 화폐가치 변동을 무한정 막을 수는 없다. ERM 재편으로 불리는 기준환율조정은 EMS 창설초기 3년간 6차례에 이를 정도로 수시로 단행됐었고,마지막 대폭 재편은 지난 87년에 있었다. 이 때까지만 해도 각국은 화폐 평가절하를 자국산업의 경쟁력 제고수단으로 삼았었다. 그러나 이후 각국은 특히 국가적 권위의 유지 등을 이유로 화폐평가 절차를 기피,ERM체제는 지난주까지 변동없이 외형상 지속적 안정을 유지해왔다.

▷EMS체제 혼란의 배경◁

영국 파운드화의 ERM 임시탈퇴를 몰고온 유럽 금융시장의 대혼란의 원인에 대해 흔히 독일의 고금리정책과 마르크화의 지나친 강세를 지적한다. 통일비용 조달에 따른 부채증가와 인플레 등으로 독일의 재정안정이 흔들리고 있는데도 국제금융시장의 돈이 독일 마르크화로 몰리는 이상현상이 빚어지면서 다른 화폐들의 환율이 압박을 계속 받게 된 것이다. 그러나 독일의 고금리정책은 자국 경제사정만으로 볼 때는 불가피하다고 할 수 있다. 독일의 「책임」은 다만 다른나라들의 사정을 돌보지 않았다는데 있다. 반면 영국과 이탈리아 등은 자국의 경제재정 정책의 파탄에 따른 화폐평가절하 등의 부담을 스르로 지는 것은 회피한채 독일에 대해 계속 「책임」을 져줄 것을 요구해왔다고 할 수 있다.

어쨌든 미국까지 가세한 금리인하 압력에 독일은 끝내 굴복,지난 14일 금리 소폭인하를 단행했다. 그러나 오히려 EMS체제에 대혼란이 야기된 근본원인은 오랫동안 경제력에 맞지 않게 고평가돼 있는 파운드와 리라 등 약세통화의 환율을 정치적 고려로 억지로 유지해온 EMS체제가 「시장의 힘」을 견디지 못한데 있다. 87년이후 EC 각국 경제는 격차가 확대돼왔고 최근 한층 심화됐다.

예를들어 이탈리아는 연율 7%의 인플레와 GDP 대비 10.6%의 재정적자 및 GDP 99%의 공공부채를 안고 있다. 프랑스의 경우 인플레 3% 재정적자율 1.6% 공공부채율 47%,독일은 인플레 4% 재정적자율 1.9% 공공부채율 44%다(91년 기준).

대처 총리시절의 「허상의 성장」의 유산을 안고 있는 영국은 전후 최장기 불황에 빠져 90년이래 경제성장이 중단된 상태다. 이에 따라 불황극복을 위해서는 경제현실에 맞는 화폐평가절하가 불가피하지만 메이저 정부는 국가적 위신을 경제논리보다 앞세워 파운드화 가치방어를 고집해왔다.

금융시장의 신뢰는 지난 6월 덴마크 국민투표에서 마스트리히트조약이 부결되면서 무너지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금융시장의 돈이 안정된 마르크화와 금리가 높은 독일로 몰렸고,이는 프랑스의 국민투표가 다가오면서 가속화됐다.

이같은 EMS체제의 혼란에 제동을 걸기위한 독일의 금리인하와 이탈리아 리라화의 평가절하는 일시적으로 금융시장을 진정시켰었다. 그러나 이 안정은 단 하루만에 역전,파운드·리라화 환율이 폭락하는 대혼란으로 치달아 결국 파운드 리라의 ERM 잠정 탈퇴로 이어졌다.

이와관련,슐레징거 독일 연방은행 총재가 파운드화의 평가절하 등 ERM의 추가재편을 시사한 발언이 결정적이란 비판이 많았다. 주목되는 것은 이 발언이 ERM 재편 즉,파운드화 등 약세통화의 평가절하를 강요하기 위한 의도적인 것이란 지적이다.

▷유럽통화제도 및 화폐통합의 장래◁

전문가들은 『EMS와 같은 70년대 체제로는 오늘날의 금융시장을 통제할 수 없다』는데 의견이 일치한다. 각국의 경제력 격차가 뚜렷한 상태에서 인위적인 환율고정과 투기적 자본의 이동억제는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독일측은 이같은 판단을 전제로 파운드화 평가절하 등 시장현실에 적응할 수 있는 ERM 재편을 EMS체제 회복의 관건으로 삼고 있다. 그러나 영국은 이에 대해 평가절하를 완강히 거부한채 독일의 금리 추가인하를 ERM 복귀의 조건으로 고집한다. 미국도 『독일의 대폭적 금리인하만이 EMS 안정회복의 유일한 방안』이라고 거들고 있다.

독일정부와 분데스방크는 금리인하 가능성을 단호히 배제하고 있다. 그러나 민간전문가들은 독일은 금리추가 인하여력이 있고,실제 단계적 인하를 단행할 것으로 전망한다. 다만 관건은 영국의 메이저 정부가 평가절하 단행 즉,파운드화에 걸린 국가적 「자존심」을 포기할 수 있는 정치적 힘을 갖고 있느냐에 달린 것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궁극적으로 유럽통화제도와 금융시장의 안정여부는 마스트리히트조약의장래에 대한 전망과 직접 연결돼 있다. 화폐통합이 핵심인 마스트리히트조약의 장래에 대한 회의가 높은 한 마르크화에 대한 자본폭주와 이에 따른 금융시장 불안은 막을 수 없다.

그러나 당면한 과제인 덴마크의 재국민투표를 통한 조약비준을 얻어내기 위해서는 어떤 식으로든 화폐통합 등 주권포기에 반대하는 여론을 무마해야 한다.

이 난제에 대한 해결방책은 조약자체의 수정없이 조약조문해석이나 부칙형식으로 개별국가의 특수이익을 보장하는 부속선언을 채택하는 것이다. 콜 독일 총리와 미테랑 프랑스 대통령은 지난 22일 파리에서 가진 긴급회담에서 바로 이같은 방안에 합의,다음달 16일 EC 특별정상회담에 제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독일과 프랑스는 통합반대론 무마와 동시에 『불가피할 경우 통합에 적극적이고 경제요건을 갖춘 국가만으로 화폐통합을 강행한다』는 강경책을 칼 오토 펠 전 분데스방크 총재 등 민간전문가들과 언론을 통해 공공연히 시사하고 있다.

마스트리히트조약은 화폐통합 추진의 2단계가 끝나는 96년말 각국 경제의 재정건전도 등의 격차해소 정도 즉,「수립요건」 충족여부를 평가해 97년 1월 단행되는 화폐통합에의 제외여부를 결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때 요건미달 회원국이 절반 즉,6개국 이상인 경우 화폐연합 발족을 99년 1월로 연기하되 99년에는 요건충족국 숫자에 관계없이 화폐통합을 단행하도록 돼있다.

특히 가장 문제가 되는 영국은 일단 통합추진단계에 참여하되 96년말 의회가 최종 참여여부를 결정,화폐연합에 참여하지 않을 수 있는 별도의 참여유보(Opt­out) 조항을 두고 있다. 영국은 전통적으로 유럽대륙국가들로부터 독자적인 고립을 스스로 고수해왔다. 경제사회체제 또한 미국식 순수자본주의로 사회주의적 요소가 강한 대륙국가들과 차이가 커 유럽통합 노력에 소극적이었고 오히려 통합을 우려,방해하는 「유럽의 문제아」로 간주돼왔다. 이 때문에 영국은 58년 창설된 EC에 73년에,79년 발족한 EMS에는 90년에야 참여했다. 이 뒤늦은 참여도 현실적 불이익을 피하기 위한 마지못한 결정이었다. 이런 사정들로 미루어 영국은 결국 화폐연합에도 뒤늦게 참여할 것이란 예상이 진작부터 있어 왔다.

유럽통합은 유럽인들의 끊임없는 노력이다. 이 지속적 과정의 장애와 난관을 「우럽통합 와해위기」로 유독 강조하는 것이 영국과 미국쪽 언론이란 점은 눈여겨 볼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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