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기와 도박 좋아 하기로는 우리도 빠지지 않는다. 인간고유의 사행심을 자극하는 도박의 스릴과 재미에다 일확천금의 투기 욕심마저 보태어지면 패가망신은 저절로 찾아든다. 최근 인천 희망백화점 대표 황인철씨가 내기 골프 및 고스톱으로 잃은 20억원이 불법행위에 의한 채무여서 무효라고 민사소송을 제기한 사건은 우리 사회에 깔린 지나친 도박근성의 어두운 단면을 여지없이 드러낸 것이다. ◆삼국사기에는 백제 개로왕때 고구려 간첩승 도림이 왕이 잡기에 빠져 국사를 돌보지 않게해 나라를 망쳤다는 내용이 있다. 대동야승도 도박·잡기에 대해 언급,『너무 즐겨 의지를 상실하는 자도 있고,혹은 재산을 손해보는 자도 있었다』고 했다. 오늘에 와서도 고스톱을 망국병이라 하고 황씨처럼 패가망신 지경에 이른 경우도 생기는 것을 보면 옛말의 교훈이 새삼스럽다. ▲형법에는 도박죄가 있다. 재물을 걸고 노름하는 죄인데 일시적인 오락에 제공되는 물건이나 금품수준일때는 예외이다. 또 이 죄는 승패의 결정,재물의 득실과 상관없이 그 행위에 착수하는 것만으로 성립되기에 피해자 황씨도 거금을 챙긴 다른 꾼들과 함께 당연히 처벌을 받게된다. 검찰이 민사소송과 별도로 이들의 혐의가 확인되면 모두 사법처리키로 한것도 그 때문이다. ◆비단 이같은 구체적 도박사건에서만 아니라 우리 사회의 온갖 부문에서도 도박근성이 활개치고 있다. 소위 「죽기 아니면 살기」라는 극단 논리와 목적을 위해 수단방법 안가리기 풍조야 말로 법과 양심마저 내 던지는 진짜 큰 도박이 아닌가. 또 정당하고 정상적인 절차나 과정을 통해 제대로 차근차근 일할 생각은 않고 엉뚱한 술수로 어려운 국면을 벗어나거나 보신만 하려는 것도 도박과 다를게 없겠다. ◆떼돈을 번 사람들은 투기에 20억짜리 도박을,서민층 주부들조차 가사를 팽개친채 고스톱 재미에 빠지고 있고 정작 관권선거 수사는 엉거주춤인채 엉뚱한 일을 만들어 더욱 소연한 정치권이다. 그런 작은 도박 큰 도박을 뿌리 뽑아야만 사회정의도 되살아날 것같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