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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규명 한계/이희정 사회부기자(기자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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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규명 한계/이희정 사회부기자(기자의 눈)

입력
1992.09.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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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범 김구선생 암살범 안두희씨(75)는 24일 『암살직전 고 이승만 전 대통령을 만나 백범저격을 암시 받았고 장은산 포병사령관의 직접 지시에 따라 단독범행을 결행했다』고 밝혔다.안씨가 김창용 특무대장의 지시였다고 했던 지난 4월의 주장을 번복,이 대통령의 관련사실을 증언함에 따라 43년동안 의혹속에 감춰져 온 백범암살 사건의 전모와 배후를 밝히는 작업은 상당한 진전을 보게 됐다.

그러나 관련 핵심인물이 모두 세상을 떠나 지금 그의 새로운 증언을 뒷받침해 줄만한 구체적 증거는 아무것도 밝혀지지 않고 있다.

끈질기게 「단독범행」을 주장하다 침묵을 깬뒤에도 거짓증언과 번복으로 국민을 혼란스럽게 하고 있는 안씨의 언행으로 볼때 그가 살아있는 동안 또다시 말을 뒤집을지도 모른다는 우려도 짙다.

안씨는 8년여동안 자신을 뒤쫓아온 권중희씨(56) 등에게 1차 증언을 한뒤 24일 기자들과 만나 자리에서 증언동기에 대해 『죽기전 진실을 밝히고 싶었다』고 말했지만 뒤이은 경찰조사에서 『감금된 채 수없이 폭행을 당했다』고 주장,증언의 임의성을 의심케하고 있다.

권씨가 납치·폭행혐의로 경찰에 연행된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안씨는 1차 증언내용을 대체로 시인하면서도 권씨 등의 사후보복을 두려워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40여년동안 「진짜 테러리스트」의 의리를 지켜온 안씨는 참회의 눈물은 커녕 동정을 바라는 자기 변명을 늘어 놓는데 급급했다.

백범암살의 배후를 캐기위해 권씨가 택한 방법도 문제가 많다. 시간의 흐름속에 묻혀져 가는 역사적 진실을 밝히려는 노력과 성과에도 불구하고 목적이 옳다고 해서 구타·감금 등 폭력이 모두 정당화 될수는 없기 때문이다.

이제 역사를 규명하는 작업을 더이상 개인의 폭로성 증언과 이를 강요하는 폭력의 끊임없는 반복속에 방치해 두어서는 안된다.

정부당국의 관련 역사자료를 공개하고 진상조사를 위한 활동에 나서야할 것이다. 감춰진 역사를 사형과 강박으로 규명하려 해선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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