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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연 청산은 시대의 당위/안기부의 탈정치 이뤄져야 한다(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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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연 청산은 시대의 당위/안기부의 탈정치 이뤄져야 한다(사설)

입력
1992.09.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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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을 오래 앓다보면 쾌유에의 기원도 더욱 간절해지는 법이다. 민주국가에서 가장 공정한 성역이어야할 선거에 마저 관권이 공공연히 개입했고,국가안보 업무를 전담할 툭수기관들이 앞다퉈 권력층의 하수인으로 정치공작에 동원되어왔던 우리 사회의 반민주·전근대적 고질을 이번에야말로 뿌리뽑자는 움직임이 각계에서 일고 있어 반갑다.정치권이 연기군 관권선거 소동의 반성으로 중립선거 내각구성을 표명한 이래 한때 부재자투표의 공정성 시비로 구설수에 올랐던 군부가 탈정치를 선언했는가하면 경제계마저 정경유착의 소지를 좁힐 실명제를 건의하기에 이른 마당이다.

그런데 더욱 반가운 사실은 지금껏 역대 전체정권의 충직한 하수인과 친위대로 온갖 정치공작의 본산으로 여겨져 온 안기부마저 정치탈색과 중립 및 본연의 업무에 복귀할 것을 다짐하기에 이르렀다는 소식이다.

이같은 변화의 움직임은 관권과 특수기관들의 정치중립이 거역할 수 없는 시대적 요청일뿐 아니라 과거와 같은 파행이 더 이상 용납될 수 없을 정도로 우리 사회가 다양화되고 국민의식도 높아졌다는 것에 다름 아니다.

하지만 한편으론 걱정도 남아있다. 민주화를 표방한 6공 탄생이후 걸핏하면 탈정치의 본연 업무 충실을 선언했지만 옛 버릇을 버리지 못해왔던 안기부가 아니었던가. 지난 총선에서 흑색선전물 투입사건과 연기총선에서의 관계기관 대책회의 주도가 명백한 증거였던 것이다. 과거가 그래 왔기에 안기부는 이번에야말로 뻐를 깎는 자성과 말없는 실천으로서만 과거의 오명을 가까스로 씻을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또 다시 선언을 위한 선언으로만 끝나게될 경우 안기부가 설 자리는 더욱 어려워 질 것이다.

이같은 국민적 당부의 뒤안길에는 총분한 이유와 아픈 상처가 도사리고 있다. 군사쿠데타로 집권한 3공의 군부세력이 국가안보를 명분삼아 정권적 차원의 정치공작과 탄압 하수인으로 창설한게 안기부 전신인 중앙정보부였다. 무소불능에 나는 새도 떨어뜨린다고 했던 충정이 개입해 여당뿐 아니라 야당마저 급조하고 선거때마다 관권개입을 주도하는가 하면 인권과 민권을 탄압해 세계적으로 오명을 떨치지 않았던가. 그런 중보의 악역이 없었다면 전제적 군부통치도 그렇게 오래 지속되기가 어려웠을 것이고 보면 오랜 국민적 사기야말로 자업자득이요,중요 국가기관을 남용해온 권력층에 책임이 있을뿐인 것이다.

이같은 악연의 청산말고도 안기부가 하루빨리 거듭나야할 또 다른 중대한 이유가 있다. 탈냉전과 이데올로기 대결의 소멸과 함께 국가안보 개념도 적과 아군의 무력적 대결의 단순차원에서 벗어나 국가발전을 위한 산업·과학기술 등 광범한 안보개념으로 격상되고 있다는 사실이 그것이다. 이런 달라진 고차원적 직분을 수용하려면 국가적 특수기관인 안기부의 거듭남이 뭣보다 절실해진다 하겠다. 그동안 안기부 실무진의 경우 정치권의 편파적 인사의 남용,새로운 위상정립에 대한 무관심으로 사실상 한계를 느껴온 감이 없지 않았다.

우리의 민주화란 그 진척이 설혹 더디다해도 안기부마저 정치에서 손떼겠다고 할 지경이면 이제 보람도 차츰 드러날때이다. 국민들은 깊은 관심으로 결과를 지켜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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