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년간 재활용쓰레기 판매/심장병 어린이에 새생명/양은그릇 모아 작은사랑 실천/손길 미친곳 17곳… 「성금광」 별명/자식들도 “부전자전” 음성 꽃동네에 매달 온정한국일보사와 서울시가 제4회 서울시민대상 수상자로 선정한 서울 은평구 응암2동 환경미화원 김화홍씨(50)는 일찌감치부터 재활용쓰레기를 모아 팔아 심장병으로 고통받는 어린이들에게 새 생명을 찾아준 사랑의 「청소부」다.
그래서 그가 마련한 성금은 적지만 값지고 그가 실천하는 이웃사랑은 새벽별처럼 빛난다.
김씨의 사랑실천은 청소에서 시작된다.
매일 새벽 청소 손수레를 끌고나와 응암2동 주택가에 쌓인 쓰레기를 치우면서 버려진 양은그릇을 따로 모아 판 재활용품 판매대금은 10년간 펴고있는 사회사업의 훌륭한 「밑천」이 돼왔다.
김씨가 이렇게 모은 양은그릇은 매달 평균 1백50∼1백80㎏ 정도. 김씨는 이 양은그릇을 ㎏당 3백원에 내다팔아 마련한 6만원을 매달 미련없이 불우이웃돕기에 쓰고 있다.
남의 도움을 받아야 할 처지인 김씨가 본격적인 「자선 사업가」로 변신하게 된 것은 지난 84년 봄.
82년 사회정화위로부터 모범공무원으로 선정돼 받은 상금 3만원을 불우이웃돕기 성금으로 내놓은 것을 계기로 연말이나 명절때면 빠짐없이 이웃돕기 캠페인에 참여했던 김씨는 그해 3월 MBC TV가 방영한 심장병 어린이특집 「아! 가슴이 아파요」라는 프로를 보는 순간 10여년전 병명도 모른채 숨진 당시 3살난 첫딸의 얼굴이 떠올라 밤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파리한 입술로 시들어가는 어린 새싹들의 모습이 숨지기전 딸의 모습과 너무 비슷했다.
지난 69년 서울로 올라와 불광동 독박골 2만원짜리 단칸 전셋방에서 숟가락 3개로 살림을 시작했던 시절 원인모를 병을 얻은 첫딸 아이는 변변한 치료 한번 받아보지 못하고 열흘만에 숨진 것.
TV를 보고 뜬눈으로 밤을 지샌 김씨는 이튿날 아침 한국 심장재단에 달려가 성금 1만원을 기탁했다.
김씨는 그날 이후부터 불우이웃돕기에 발벗고 뛰어들어 이제는 한국심장재단 뿐만 아니라 은평천사원,충북 음성 꽃마을,선덕원(고아원),한국어린이재단 등에 매월 1만원씩의 성금을 내고 있다.
김씨는 이중에서도 한국심장재단 만큼은 매달 직접 찾아가 성금을 낼 정도로 심장병 어린이에 대한 관심이 각별하다.
『심장재단에 성금을 내고 나올 때면 다리도 가벼워진다』는 김씨는 「성금광」이라고 해도 좋을만큼 여유만 생기면 이웃사랑을 실천해 왔다.
불우이웃돕기 성금 36회 54만원,새세대심장재단 48만원,한국심장재단 38만원,은평아동복지천사원 31만5천원,충북 음성 꽃동네 21만원,선덕원 19만원,수재의연금 7만5천원,소년의집 3만원,무의탁결핵환자 구제비 2만5천원 등 5천∼1만원씩 그의 손길이 닿은 곳은 무려 17곳에 이른다.
자신도 어려운 처지면서 남을 돕는 김씨이기에 그동안 주위사람들로부터 오해도 많이 샀다.
『쓰레기 치우는 주제에 무슨 불우이웃돕기냐,술이나 마시고 고기나 사다 먹지』
이같은 주위의 비아냥은 그래도 견딜만 했다. 그러나 자신의 선행이 가끔 공개될 때마다 자녀들이 직장과 학교에서 단지 아버지가 미화원이라는 이유로 수모를 당하고 울면서 돌아왔을 때는 정말로 가슴이 아팠다.
그러나 김씨의 계속되는 선행을 이제는 모두가 잘 이해하고 있다.
함께 일하는 동료들은 언제부턴가 작업중 양은그릇이 눈에 띄면 반드시 챙겨와 김씨에게 건네준다.
전에는 휴지 빈병 헌책 구리 등 재활용 가능한 물건이면 무엇이든 김씨가 사회복지 기금으로 활용해왔지만 최근 서울시가 쓰레기 분리수거제를 시행하면서 그나마 값도 떨어지고 양도 많지 않은 것을 모두가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아버지가 환경미화원인 것을 부끄럽게 여기던 자녀들도 용돈을 절약해 매달 충북 음성 꽃동네에 성금을 내고 있고 올해초에는 큰아들(21)이 아버지의 뜻을 좇아 성균관대 사회복지학과에 입학했다.
고향인 전남 영암에서 상경,지난 69년 서울시 환경미화원으로 취직한 이후 23년간 이 일을 계속하고 있는 김씨는 『한때는 자녀들에게 직업을 숨기기도 했지만 이제는 천직으로 생각하고 있다』며 『이 직업을 그만두는 날까지 불우이웃돕기를 계속하겠다』며 활짝 웃었다.
김씨는 지난해 은평구 응암2동 106의20 자신의 집인 15평짜리 낡은 주택을 헐고 대지 23평 건평 44평짜리 2층집을 지어 월 70만원의 봉급으로 5식구가 빠듯하게 살고 있다.
『나보다 훌륭한 사람도 많은데 큰 상을 받게 돼 부끄럽다』고 수상소감을 밝힌 왜소한 체구의 가난한 사회사업가 김씨는 오늘도 그의 사회사업기금이 될 양은그릇을 차곡차곡 소중히 모아가고 있다.<김상우기자>김상우기자>
◎심사소감/“이웃·겨레·국가에 대한 뜨거운 사랑 감동”/“모든시민 귀감이자 사회발전 거울되길”
우리 1천만이 넘는 서울시민이 온국민과 더불어 온갖 힘과 정성을 다해 세계 인류 평화와 화합을 위해 크게 이바지한 88년 제24회 서울올림픽대회를 기리는 뜻과 우리 겨레를 위해서 꾸준히 힘쓰는 서울 시민을 찾아내 표창하는 이 상은 89년에 마련된 바 있습니다. 올해는 이제 그 넷째해를 맞아 지난 7월25일부터 여러 분야에서 추천을 받은 92분 가운데 6분을 서류심사,탐방조사,종합심사를 거쳐 후보자를 신중하게 가려 지난 9월22일 결정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오늘 이 훌륭한 분들을 수상자로 발표하게 되었음을 시민 여러분과 함께 기쁘게 생각하는 바입니다.
오늘 시민대상을 받으실 분들의 겨레에 대한 뜨거운 사랑,꾸준한 실천력은 시민 모두의 거울이 될 것이요 우리 모두가 본받아야 할 것입니다. 여러분의 진실되고 정열에 넘치는 숨은 공로에 심사위원 모두는 깊이 감명받은 바 있습니다. 우리는 이같은 훌륭한 시민이 많이 있음을 볼때 우리 겨레의 발전이 더욱 굳건히 이룩될 것으로 믿어집니다.
심사 결과는 다음과 같습니다.
대상 한분 김화홍님 본상 두분 최병문님,황연대님
장려상 두분 윤희정님,한종섭님
특별상 한분 김흥기님(92년 2월 작고)
장려상 부문에 있어서 한종섭님은 무한한 열의와 끝기로 백제 초기의 옛 성터와 유물을 찾아냈고 잊혀진 백제 역사를 복원하려는 뜻을 펴 앞으로의 발굴 조사 연구를 북돋우는데 큰 공을 세웠습니다. 그 열의,끈질김,유물의 체계있는 보존 등 서울의 역사찾기와 우리문화재를 사랑하는 마음이 시민의 본보기가 될 것입니다.
또 한분의 장려상 수상자는 윤희정님입니다. 여자고교 교사로 20여년 전부터 어려운 학생의 등록금을 대주고 노인의 입원비를 힘겹게 마련하고 간호해 왔을 뿐 아니라 어려운 집안의 전세금을 보태주는 등 따뜻한 마음으로 기꺼이 도와주는 선생님으로 살아왔습니다. 그 따뜻함은 참으로 훈훈한 바 있습니다.
본상부문에서도 두분이 수상하시게 되었습니다. 최병문님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먼저 농아자교육에 힘써 왔으며 이 길을 40년 가까이 천직삼아 거닐었으며 수화,발성법 등을 가르치고 최초의 구화학교 교장으로 근무하였습니다. 특수교육에 관한 논문과 책을 12가지나 지어 교육에 몸바친바 있습니다.
다음 본상을 받으실 분은 황연대님입니다. 장애인의 전인교육을 위하여 20년 전부터 3년마다 전국의 지체부자유 학생을 뽑아 장학금을 주었고 2년 뒤에 장애인의 전인교육을 위하여 정립회관을 세웠으며 나아가 지체부자유 청소년 체전을 제정하여 개최해오고 있습니다. 장애인들에게 새로운 하늘을 열어주고 장애를 넘어뛰는 길을 닦아낸 것입니다.
제4회 시민대상은 김화홍님에게 드리기로 정했습니다. 환경미화원으로 직업을 가장 영광스럽게 만든 분이십니다. 시민정신을 드높인 분이십니다. 어려운 살림을 꾸려나가는 가운데 병원비가 없어서 두살 난 어린딸을 여의고 잊지못하는 마음과 사랑을 다른 어려운 사람을 돕는데 있는 힘을 다해 살아왔습니다. 폐품을 수집하여 모은 돈으로 불우이웃돕기,심장병어린이,고아,꽃동네 사람들에게 사랑을 쏟아 왔습니다. 자조소년의 집,저소득 가구를 찾아서 돕지 않으면 못견디는 삶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이러한 일을 끊임없이 도와준 최형자부인의 공도 우리는 치하하고 싶습니다.
올해에는 특별상을 한분께 드리기로 정했습니다. 71세로 금년 2월21일 이승을 떠나신 김홍기님입니다. 일생동안 모은 1백10억원의 재산을 사회사업에 써주도록 유언,국가발전에 가장 바탕이 되는 기초과학 연구에 쓰도록 하신 분입니다. 그 뜻이 받아들여져서 홍산재단이 세워졌습니다. 그보다 앞서 90년에는 서울대학교 간연구재단에 간암치료를 위한 연구비로 8천만원을 기탁한 바도 있습니다. 이를 기리기 위하여 특별상을 드리기로 하였습니다.
위와 같이 여섯분이 꾸준히 하신 일을 여러 분야에 걸쳐 도움을 받는 바도 넓지만 그 뜻하는 바나 뜨겁게 사랑하는 마음씨에 있어서는 모두가 작게는 이웃,크게는 겨레,더 크게는 인류발전으로 이어집니다. 모든 괴로움을 이겨내고 희망을 고이 간진하며 날과 달,달과 해를 거듭하며 외길을 걸어온 보람이라 하겠습니다. 우리의 앞날이 밝을 것으로 믿어지며 많은 시민이 이 기쁨을 함께하고 더욱더 많은 선행이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손보기 심사위원장 대행>손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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