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유럽통화 위기에 불안고조/“조기수습 안되면 달러화에 불똥”/세계자금 흐름 통제 서둘러 제안유럽통화 위기를 강건너 불보듯 방관해오던 미국이 다급해졌다.
니콜라스 브래디 미 재무장관은 23일 워싱턴에서 개최된 국제통화기금(IMF) 세계은행(IBRD) 연례총회에서 왜곡된 세계자금의 흐름을 효과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새로운 방안을 마련하자고 제안,유럽통화 위기의 장기화에 따른 위기의식을 드러냈다. 미국의 이같은 태도변화는 유럽외환 시장에서 파운드화와 리라화의 폭락으로 초래된 유럽환율체계(ERM)붕괴가 당초 기대와는 달리 좀체로 수습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유럽통화 위기가 조기에 진화되지 않을 경우,세계외환시장에서 하루에 유통되는 1조달러 상당의 자금이 세계금융시장을 붕괴시켜 미국은 물론,세계 경기회복에 치명타를 가할 것이라는 우려가 미 경제계 내부에서도 고개를 들고 있다.
미국은 지난주 유럽통화 위기가 시작될때만해도 이를 유럽 각국간의 통화금리 조정상의 문제로 보고 안일하게 대처해왔다. 미 재무부와 연방준비 제도는 유럽내부의 문제라며 적극적인 개입을 꺼려온 것이다. 지난 19일 워싱턴에서 열린 서방선진 7개국 재무장관 회담에서 독일의 금리인하를 거듭 촉구한 정도가 미국의 대응이었다.
미국의 일부 금융전문가들은 유럽통화 위기를 위기로 판단하기보다 미 경제의 추락을 막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마스트리히트 조약에 얽매여 있는 유럽국가들이 이번 위기를 교훈으로 삼아 ERM을 재조정함으로써 미국측에 경제적 이득을 안겨줄 것으로 생각한 것이다. 다시말해 유럽각국이 세계경기 침체라는 현실을 간과한채 유럽통합이라는 정치적 목표에 매달려 통화정책의 본질을 추구함으로써 통화위기를 자초했다는 지적이다.
따라서 유럽 정치지도자들이 이점을 중시,현실에 맞게 마스트리히트 조약의 내용과 통합의 속도를 재조정할 경우 유럽각국은 우선 발등의 불인 경제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금리인하 조치를 취하게 되고 이는 미국의 경제회복에도 도움을 줄 것이라는게 이들의 판단이다.
특히 유럽의 경제회생이 미국의 경제회복과 결합되면 세계경제에도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이들은 내다봤다.
그러나 이런 관측은 빗나갔다. 유럽통합의 주축국인 프랑스와 독일은 유럽통화의 계속 추진에 합의했고 이번 통화위기의 책임을 느껴야할 독일은 금리인하 요구를 일축했다. 오히려 프랑스는 프랑화의 폭락을 막기위해 금리를 인상하는 조치를 취했다. 달러화는 외환시장에서 아직 안정세를 보이고 있지만 미국 경제가 불안해 유럽통화 위기의 불똥이 언제든지 달러화로 튈 가능성이 있다. 때문에 미국은 경제부양책의 일환으로 독자적으로 저금리 정책을 쓸 수 없게 됐다. 유럽통화 위기의 장기화가 미국 경기를 더욱 침체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는 것이다. 미국이 서둘러 외환시장의 자금 흐름을 통제하자고 나선 것도 이런 연유에서다.
미국은 오래전부터 독일의 금리인하를 강력히 요구해왔다. 독일의 금리인화는 유럽국가들 뿐만 아니라 미국이 금리인하는 조치를 위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 주기 때문이다.
그러나 독일이 금리인하 요구를 받아들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독일은 통일에 따른 경제적 후유증을 수습하기 위해 통화환수와 고금리정책이 불가피하다고 맞서고 있다. 독일은 오히려 파운화가 경제력에 맞게 재평가 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물론 독일의 경제문제를 보는 시각은 전문가에 따라 다르다. 미 프투만그룹의 투자책임자겸 경제학자는 독일 경제문제는 통일로 빚어진 인플레 때문이 아니라 한때 강력했던 서독 경제속에 내재된 디플레이션 때문이라고 말한다. 독일정부가 이점을 깨닫게 되면 저금리정책을 취하게 될 것이라는게 그의 판단이다. 하지만 이는 미국전체의 희망사항일뿐 세계경제가 그렇게 돌아가지는 않는다는데 미국정책 입안자들의 고민이 있다.<이진희기자>이진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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