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 침공 주도 입지전적 군인/당보수파 대표… 일부 “개방지연” 우려【싱가포르=최해운특파원】 민족해방전쟁의 영웅이며 지난 78년 베트남군의 캄보디아 침공을 주도했던 레 둑 안장군(72)이 23일 베트남의 새 대통령으로 선출됐다.
지난해 당서열 2위에 오른 레 둑안은 정치국원으로서 당의 외교 국방 국내 치안업무를 담당해오며 베트남 정치에서 막강한 실력자로 인정받아왔다. 그러나 그는 거의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외교관과도 거의 만나지 않아 외부에는 별로 알려지지 않은 인물이다.
전형적인 군인인 그는 이제 대통령으로서 군통수권자와 국방안보위원회 의장 등 막강한 권한을 행사하게 된다. 지난날 당의 허수아비에 지나지 않았던 대통령은 지난 4월 개정된 헌법에 따라 군통수권자로서 전쟁선포권을 가지며 외국과의 조약비준과 외교관 임명권을 행사하는 등 지위가 강화됐다.
레둑안은 당정치국 내에서 보수세력의 대표로 「경제개혁은 필요하나 국가발전을 위해서는 정치적 안정이 유지돼야 한다」고 주장해온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따라서 그간 추진돼온 개방화정책의 속도가 다소 늦어질지도 모른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레둑안은 지난해 7월 북경을 비밀방문,중·월 국교정상화를 이끌어내는 등 탁월한 외교관 역할을 수행하기도 했다.
베트남 중부 투아 티엔후에 성에서 태어난 그는 프랑스 식민군과의 전투를 시작으로 월남전과 베트남의 캄보디아 침공에서 공을 세우면서 사병에서 군 최고지도자에 오른 입지전적인 인물.
17살때 프랑스 침략군과 싸우던 베트민의 게릴라 운동에 가담했다.
베트남전 당시에는 베트콩 특공대를 이끌었고 월맹군의 마지막 공세인 75년 4월엔 베트콩 부사령관으로 활약했다. 캄보디아 침공때는 베트남군을 총지휘해 크메르 루주 정권을 붕괴시키는데 성공한뒤 81년까지 캄보디아 주둔군 총사령관을 지냈다.
사고로 왼쪽 눈을 실명했다. 당중앙위원과 정치국원에 오른데 이어 지난 87년 국방장관에 임명돼 지금까지 주로 국방 국내 치안분야에서 막강한 권한을 행사해 왔다.
한편 베트남 국회는 새 국회의장에 소민족인 타이족 출신으로 정치국원중 최연소인 농둑만(52)를 선출했다. 레둑안 대통령의 등장으로 일부에서는 모처럼 추진되고 있는 개방화 정책이 주춤거리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으나 기존정책의 큰 흐름에 커다란 변화를 없을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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