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투기의 최대수혜자는 누구인가. 엄청난 땅을 보유하고 있는 재벌들이다. 그러면 투기의 큰손은 누구인가. 역시 재벌이다. 정부당국과 롯데그룹간의 「땅소송」을 계기로 새삼스럽게 던져보는 질문이고 대답이다.문제의 땅인 제2롯데월드 부지를 보면 이해가 쉬워진다. 롯데는 2만6천7백71평에 달하는 이 땅을 지난 87년 12월 서울시로부터 8백19억원에 불하받았다. 지난해말 정부기관이 계산한 감정가격은 9천9백70억원. 시장가격으로는 1조2천억∼1조3천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불과 4년만에 땅값이 12배이상 뛰었다. 자본이득이 1조원을 상회하고 있다. 일부 서민들이 집한채 사놓고 얻는 투기소득은 그야말로 조족지혈이다. 재벌이 땅에 집착하는 이유를 알수있다.
5·8조치가 취해졌던 당시의 사회상황은 아직도 뇌리에 생생하다. 투기 광풍이 전국을 강타,땅값 집값 전월세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국세청 경찰 검찰까지 동원,투기소탕작전을 펼쳤으나 역부족 이었다. 전세값 마련을 못해 비관자살하는 사건이 속출했다. 정부가 통치권 차원에서 최후수단으로 동원한게 바로 5·8조치이다.
50대 재벌이 소유하고 있던 비업무용 부동산 5천7백41만평을 강제처분토록 한 것이다. 롯데땅의 처분도 이 5·8조치의 일환이다. 재벌을 제재하지 않고서는 어떤 대책도 무용지물이기 때문이었다. 예상대로 투기광풍이 사그러들기 시작했다. 5·8조치는 애당초 법적으로 무리가 있었지만 『그동안 각종 특혜를 받아온 재벌이 국가를 위해 이 정도는 희생해야 한다』는 사회적 합의가 뒷받침됐기에 가능했던 것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억울한 것은 롯데만이 아니다. K그룹은 지금의 롯데처럼 소송을 제기했다가 자진취하했다.
H그룹의 총수는 땅을 처분하라는 최후 통첩을 받고 몸져 누워 병원에 입원까지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법률문제만을 따진다면 제2이동통신사업권을 반납한 선경그룹만큼 억울한 케이스도 없을 것이다. 경위야 어찌되었든 법률적으로 전혀 하자가 없는데도 사회여론을 감안,「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내놓았다. 법률문제는 법원이 가릴 일이다. 그러나 법 이전에 정권교체기의 어수선한 틈을 타 자기 이익만을 챙기려는 이기심을 보이는 것이 대재벌로서 떳떳한 일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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