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소」 조짐에 쐐기… 노심 겨냥 강공/민주/「실천의지」 확인에 주력… 「공조」에도 무게/국민/“과욕” 일축… 「중심축 복원」 속결태세/민자민자 민주 국민 등 3당은 23일 「9·18 조치」가 정국정상화의 계기가 되었음을 인정하면서도 선거관리내각의 명실상부한 중립성 확보와 정국주도권을 겨냥하며 치열한 신경전을 벌이기 시작했다.
민주·국민당은 「9·18 조치」의 이완 가능성을 막기위해 내각 총사퇴 요구라는 강수를 들고 나왔고 민자당은 이를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반박하면서 「9·18 조치」로 인한 위상저하를 경계하고 있다.
▷민주◁
민주당은 내각 총사퇴와 주요 공무원 및 국영기업체 임원의 당적이탈을 요구하고 나섬으로써 선거관리 내각구성과 관련해 보다 적극적이고 강경한 태세를 보였다.
김대중대표는 이날 상오 당무회의에서 선거관리내각은 내각 총사퇴후 전면 조기과정을 밟아야 한다고 원칙론을 제기한뒤 검찰총장 경찰청장 국세청장까지의 교체를 주장했다.
또한 당적을 가진 장·차관,별정직 공무원과 청와대 보좌진,국영기업체 임원 등도 당적을 이탈해야만 중립내각 취지에 맞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당무회의의 대부분 발언자들도 『각료의 교체만으로는 관료조직의 구조적인 친여 행태를 막을 수는 없다』는 이유에서 「장선거」 연내실시를 반드시 관철해내자』고 입을 모았다.
21일 김 대표의 기자회견 당시와 비교할 때 「9·18 조치」에 대한 경계심이 증대된듯한 민주당의 이같은 입장은 무엇보다도 「백지상태인 노심」을 자의적으로 채색하려는 민자당의 움직임에 대한 대응이다.
민주당은 경위야 어떻든 「9·18 조치」를 액면 그대로 수용해 이로인해 조성된 정국변화의 큰 물줄기를 최대한 유리한 방향으로 끌어당겨야 한다는 생각을 굳힌 상태이다.
따라서 이날의 강경선회는 의도된 것으로 「9·18 조치」의 본질이 변화할 수 있다는 경계를 바탕으로 중립성 보장을 위한 후속조치를 촉구해 「노심」의 변질 가능성에 쐐기를 박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또 이는 지자제 관철의사를 거듭 표명한 것과 마찬가지로 전날 롯데호텔에서 있었던 이기택대표와의 「정국논의」 결과라는 추측도 당내에 무성하다.
이 자리에서 이 대표는 김 대표의 유연일변도 전략에 우려를 표하면서 지자제의 유실상황에 제동을 걸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현재 민주당의 입장은 김 대표의 한 측근이 『노심은 백지』라고 밝힌데 잘 요약돼 있다.
따라서 채색의 주도권을 빼앗길 수 없다는 전제아래 지나치다는 지적을 받을 수도 있는 적극대응을 구체화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민주당은 이를 위해 조세형 최고위원을 위원장으로 하는 시국대책위를 구성하고 박상천의원을 중심으로 선거법 개정 등 제도적 장치 강구를 본격화하기 시작했다.<황영식기자>황영식기자>
▷국민◁
국민당도 이날 당직자회의와 당무회의를 잇달아 열고 내각 총사퇴와 선거관련 고위직 공무원 등의 교체요구 등 「9·18 조치」에 대한 가시적 이행을 강력 촉구하기 시작했다.
국민당은 이와함께 김정남총무를 위원장으로 하는 9·18 대책소위를 구성,구체적 대응방안을 마련키로 하는 등 「9·18 조치」에 대한 당의 입장과 대응전략의 본격 수립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국민당의 이같은 강경선회는 청와대 비서진의 당적 고수,중립내각에 대한 김영삼 민자 총재의 영향력행사 조짐 등 최근의 정황에서 비롯된 우려를 일단 바탕에 깔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국민당은 최근 일련의 민자당의 행보 곳곳에서 「9·18 조치」가 선언적 의미로 축소될 수도 있다는 조짐들이 감지되고 있는 만큼 강경대응으로 이를 좀더 강하게 기정사실화 시켜야 한다는 판단을 하고 있는 것 같다.
국민당은 이날 내각 총사퇴,국영기업체장 경질,선거에 영향력을 미치는 전 공직자의 경질 등 공직사회 전반에 대한 물갈이 요구와 함께 청와대 비서진 당적포기,관변단체의 정리 등 「9·18 조치」가 선언적 의미를 넘어 실천단계로 가시화될 수 있는 행동의 요구를 당론으로 채택했다.
김 총무는 『최근 민자당의 움직임을 보면 여전히 집권당 행세를 하고 있는 대부분 공직자들도 선언의 의미를 모르고 있다』고 강경으로 선회한 당행보의 배경을 설명했다.
국민당은 그러나 강경대응의 방침과는 달리 여전히 노태우대통령에 대한 신뢰감은 배제하지 않고 있다. 국민당은 후속조치의 요구가 선언 자체에 대한 의구심 보다는 선언의 실천 및 의지확인에 무게가 실린 것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정주영대표가 『선언에 대한 의심을 전제로한 논의는 적절치 않다』며 유보적 입장을 보인 것이나 일부 당직자들을 중심으로 내각 총사퇴 논의는 재고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개진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국민당은 따라서 이번 강경방침 선회가 단순한 정치공세가 아니라 대선의 명실상부한 공정성 확보를 위한 명분에서 출발한 것임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 따라서 국민당은 후속조치의 실천으로 노 대통령을 압박,실질적인 관권개입 방지방안 도출에 향후 공세의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
국민당은 『누가 대통령이 되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어떤 환경에서 대통령이 되느냐가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국민당의 이같은 전략에는 민주당과의 공동 보조라는 의미도 있음은 물론이다.<이재열기자>이재열기자>
▷민자◁
민자당은 노 대통령의 「9·18 조치」를 「코페르니쿠스적 전환」 등의 찬사일색으로 반기던 민주·국민당이 태도를 돌변,내각 총사퇴를 요구하고 나서자 이를 「과욕」으로 일축하면서도 진의를 다각도로 탐색하고 있다.
이같은 민주당 등의 돌연한 공세는 장기화될 것으로 예견했던 민자당 내홍이 예상보다 조기에 진화국면에 접어들자 이를 또한번 흔들어보자는 복선을 깔고 있다는게 당관계자들의 한결같은 분석이다. 때문에 일일이 맞대응해 이들의 계산에 말려들기 보다는 노 대통령 결단에 의한 여론의 지지를 등에 업고 오는 28일 3당 수뇌회담서 김영삼총재의 기세로 일괄 돌파구를 시도한다는 방침이다.
민자당은 특히 민주당 등이 ▲무조건 국회정상화 ▲자치단체장 선거문제에의 신축 접근입장을 밝혀놓은 터여서 대선국면으로 조기 진입하는 대세의 흐름을 역류시키는 행동을 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관련,박희태대변인은 『중립선거 관리내각을 구성,대선의 공정성을 보장하고 책임있는 국정운영을 하겠다는 대통령의 뜻과 달리 민주당 등은 상궤를 벗어난 요구를 하고 있다』며 『그들의 주장은 정당무용론,정당해산론과 다를바 없으며 사회혼란과 무정부 상태를 자초할 수 있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하지만 민주당 등의 계산이야 어떻든 이들의 돌연한 태도변화에 따라 개각협의 등 앞으로의 3당 대회가 적잖은 진통을 겪을 것으로 예상돼 대책마련에 부심하는 것도 사실이다.
따라서 민자당은 우선 『정돈돼가는 정국이 또다시 암초에 부딪쳐 표류한다면 그것은 전적으로 민주·국민당의 책임』이라는 홍보전을 펴며 여론을 상대로 정국주도권을 확보해 나간다는 전략이다. 민자당은 특히 노 대통령의 결단이후 공직사회가 정국추이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며 갈피를 못잡고 동요하는 현실을 중시,중립내각 조각을 서둘러 매듭지어 정국의 시계가 투명하게 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당의 한 중진은 『이제부터의 진짜문제는 민주·국민당의 태도가 아니라 대통령의 탈당으로 생긴 공백을 서둘러 메우고 안정적인 정국 중심축을 형성하는 것』이라고 강조한뒤 『민주당 등도 이러한 현실적 정국인식을 외면하며 정치공세로 국면을 어지럽히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이유식기자>이유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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