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옐친 개혁노선 도마위 오를듯/러시아 최고회의 개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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옐친 개혁노선 도마위 오를듯/러시아 최고회의 개막

입력
1992.09.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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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경제화 성과없어 권위약화/보수파 대공세로 정치타격 전망「보혁간 대결전장」에 비유되는 러시아 최고회의가 22일 개막됐다. 러시아 언론은 「개혁노선의 생사기로」 「도전받는 옐친 권위」 등 격한 표현으로 이번 최고회의에 긴장감과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이번 회의의 공식 의제는 각료인준·국영기업 민영화·국민의 주식소유 허용문제·에너지 가격자유화·파산법·신헌법 초안·쿠릴열도 반환여부·민족분규 문제 등이다. 외형상 이들 의제는 정치·경제·사회·영토 문제를 포괄하고 있지만,한꺼풀 벗겨보면 모든 쟁점들이 보혁간 권력투쟁과 연계돼 있음을 알 수 있다.

최대 관심사는 날로 세력을 키워가는 보수세력의 공세가 어느 선까지 취해질 것인가이다. 현지분석가 및 언론은 개혁정책의 실무총책인 예고르 가이다르 총리서리가 주요 타깃이 되리라는데 의견일치를 보고있다. 또한 그가 주도하는 시장경제 정책의 속도·방법이 심한 비판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도 정설로 굳어져 있다.

문제는 보수파의 공격이 옐친까지 위협할지 여부이다. 골수 반 정부 보수파들의 회의개막 며칠 전 「목표는 옐친 퇴진」이라며 『옐친을 무너뜨리기 위해서 보수계파간 이견도 무시하기로 했다』고 선언했다. 공개 도전장을 던진 셈이다.

옐친은 이를 「정치게임」으로 일축하고 있다. 의사당 주변에서도 『설마 옐친 탄핵사태까지는 생기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우세하다. 옐친외에 대안이 없는 현실을 보수파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옐친이 상당한 정치적 타격을 입을 가능성은 있다. 가장 개연성 높은 시나리오가 가이다르 총리서리 인준과정에서 보수파들이 「반란」을 일으킬 가능성이다. 현 최고회의 세력분포상 보수파는 25%에 그치고 있지만 45%의 중도세력이 보수성향으로 돌아선 상태여서 10%의 개혁파 세력이 큰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최고회의 의원을 선출하는 상위기관인 인민대표대회(정원 1천68명) 역시 보수파 중도파가 득세하고 있다. 따라서 최고회의가 회기중에 인민대표대회 개최마저 결의할 경우 보수파의 공세는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이같은 보수회귀 경향의 주원인은 옐친­가이다르 정부의 경제정책이 계속 죽을 쑤고 있기 때문이다. 러시아 정부는 금년초 가격 자유화 조치를 발표하면서 『멀지않아 러시아에도 시장경제가 정착되고,살기좋은 시대가 열릴 것』이라고 호언했다. 그러나 현실은 정반대였다.

금년 상반기에만 물가가 1천% 올랐고 수출,국내총생산,외환보유고는 격감했다. 반대로 외채는 7백50억달러를 넘어서고 실업자는 연말까지 8백만∼1천만명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대외정책에서도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옐친 정부는 서방지원을 얻기 위해 지난 6월 미소 정상회담때 「전략핵무기 3분의 2 감축」을 제의하는 등 유화제스처를 거듭했다. 그러나 7월의 G7 정상회담에서 서방선진국들은 2백40억달러 원조의 보류를 발표했다. 한술 더떠 일본정부는 『북방영토 반환없이는 한푼의 경제협력도 없다』고 공언해 러시아 국민감정에 생채기를 냈다.

이런 흐름속에서는 보수파가 득세할 수 밖에 없었다. 옐친도 대세를 수용해 권력 핵심부에 보수파의 진입을 단계적으로 허용했다.

이번 최고회의에서도 가이다르 대신 히자 부총리나 산업동맹의 거두 아르카디 볼수키가 들어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또한 코지레프 외무,네차예프 경제,티트킨 산업부장관 등에 대한 해임결의설도 나돌고 있다.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화되면 옐친의 정치력은 약화될 수 밖에 없고 이와함께 경제개혁의 좌초,대서방관계의 변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그러나 당장은 옐친을 대체할 세력이 마땅치 않다는데에 보수파도 동의하고 있기 때문에 보수파의 대정부 공격에도 한계가 있다.

따라서 이번 최고회의에서는 급진개혁 정책의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에 더 큰 비중을 둘수도 있다.<이영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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