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농·빈부따라 찬반 뚜렷이 갈려/각당도 내부 분열… 정계재편 전망【파리=한기봉특파원】 마스트리히트 조약을 승인한 지난 20일의 프랑스 국민투표는 프랑스의 기존 정치권에 심각한 분열의 후유증을 남겼다.
사회적으로 국민을 계층과 지역별로 확연히 양분시킨 결과를 가져왔다.
최종 집계결과 찬반표의 차이는 유효투표자수 2천5백80만명중 불과 54만표(51.05대 48.95).
주요 신문의 시사만화 『어느쪽이 진짜 프랑스인가』 『프랑스는 어디로 가는 중인가』라고 자문하며 고뇌하는 프랑스 국민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찬반 각 진영이 서로의 승리를 주장하는 묘한 양상도 나타나고 있다.
미테랑 대통령의 정치적 모험으로 결정된 프랑스 국민투표를 찬반캠페인이 가열되면서 여야간,특히 야권 전체와 제1야당을 크게 분열시켰다. 비준을 지지한 정당은 집권사회당과 함께 지스카르 데스텡 전 대통령이 이끄는 제2야당인 프랑스민주연합(UDF)이었다. 인기상승의 극우정당인 국민전선(FN)과 공산당은 비준을 확실히 반대했다.
그러나 제1야당인 공화국연합(RPR)은 차기 대통령 출마를 의식한 전 총리 자크 시라크 당수와 지도부가 지지를 선언한 반면 절반이 넘는 소속 의원들은 반대 캠페인을 벌이는 분열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이는 바로 미테랑이 국민투표를 결정하면서 내년 3월의 총선을 겨냥한 고도의 정치적 계산이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특히 전국적 반대 캠페인의 구심점은 공화국 연합의 중진인 필립 세겡 의원과 샤를르 파스콰 의원 2명이었는데 이들은 당내에서 시라크의 당권을 위협하는 세력으로 급부상했다. 당이 심각한 분열위기에 처하자 시라크는 23일 전당대회를 소집,자신에 대한 신임을 물을 예정이다.
사회당과 프랑스 민주연합내에도 소신에 따라 비준 반대진영에 가담했던 의원이 적지 않았다. 이에따라 앞으로 유럽통합에 대한 정치적 입장을 중심으로 정치권의 재편성과 이합집산이 나타나면서 프랑스 정치판도에 큰 영향을 끼칠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사회학자들은 이번 국민투표가 정치적 판단의 대결보다는 사회계층간 대결의 양상을 보였다는 분석을 제기하고 있다.
TF 1TV와 피가로지가 실시한 여론조사에 의하면 중산층 이상과 대도시 거주자 지식인 관리직 자영업자 청년층이 폭넓게 찬성표를 던졌다. 반면 노동자 농민 지방주민 영세업자 등은 반대하는 양상이 여실히 나타났다.
이같은 현상은 자신의 미래에 대한 확신과 보장을 갖고 있는 사람은 비준에 적극적이었던데 비해 사회적으로 소외된 계층이나 현실에 불만을 갖고 있는 저소득층은 반대가 많았던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특히 농민들은 유럽공동의 농업정책에 의한 정부보조금 삭감과 이에 따른 경쟁력의 약화 등을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
또 통합에 따른 이민의 급증으로 자신들의 일자리를 빼앗길 것이라는 심리도 작용했다.
지역별로 볼때도 분열현상은 대비되고 있다. 북부와 중부·남부 일대와 남서부 농업지대에서는 반대가,독일과 국경을 접한 중동부 일대·스페인과 인접한 남부 일부·영국의 전통이 남은 북서부 지역 등에서는 찬성이 많았다. 독일과 끊임없는 영토분쟁을 겪은 알자스 지방은 찬성률 66%로 가장 통합에 적극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인구 10만 이상 도시 35개중 29개 도시가 「찬성」 지역으로 나타나는 등 도농간 격차가 뚜렷했다. 파리시는 전국평균을 훨씬 상회한 63%,파리권 도시도 대부분 60%를 넘었다.
이같은 사실을 볼때 이번 프랑스 투표결과는 정치적이었다기 보다는 사회적이었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베레고브아 총리는 『노동자 농민 등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들이 이번 투표에서 문제점과 우려를 제기했으며 정부는 이들의 목소리를 모두 들었다』고 말했다.
프랑스를 절반으로 나눈 국민투표는 유럽통합의 추진외에 또다른 숙제를 프랑스에 안겨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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