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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통합 대세 「불안정 승리」/불 「EC통합」 비준 안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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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통합 대세 「불안정 승리」/불 「EC통합」 비준 안팎

입력
1992.09.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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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경고립 갈등 작용 “절반 찬성”/“주권상실 우려” 불안요인 여전【파리=한기봉특파원】 프랑스 언론이 다수통과·근소통과·부결 등 세가지 시나리오의 기사를 모두 준비해 놓고 기다려야 했던 바스트리히트조약에 대한 프랑스의 국민투표는 결국 통합파의 근소한 승리로 판가름 났다.

프랑스 국민의 손에 자신의 장래를 맡기고 결과를 주시했던 유럽은 대체로 안도하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그만큼 프랑스 국민투표는 유럽의 미래에 대한 불확성의 상징으로 비쳐져 왔다.

따라서 이번 투표결과는 일부 회의론에도 불구하고 유럽공동체(EC)의 정치·경제·화폐 동맹이라는 원대한 구성과 실험이 예정된 시간표를 따라 추진될 것이라는 확신을 유럽지도자와 국민들에게 더해 주었다는 데에서 의미를 찾어야할 것이다.

그러나 이에 못지않은 중요한 의미를 이번 투표결과는 던지고 있다. 그것은 프랑스 국민의 거의 절반에 가까운 49%가 마스트리히트 조약에 의한 유럽통합에 반기를 들어 불과 50여만명이라는 박빙의 차이로 조약이 가까스로 비준됐다는 사실이다.

프랑스 국민과 정치인들은 지난 4개월간 치열한 논쟁과 토론을 거치면서 방대한 이 조약을 이론적으로 철저히 검증했다. 국민투표가 아니었다면 이 조약은 내용도 별로 알려지지 않은채 국회에서 비준됐을 것이다. 그 결과 당초 약 3분의 2 정도가 찬성하겠다고 대답했던 국민들 사이에 비판적 시각이 광범위하게 확산되면서 결국 절반이 반대한 결과를 가져왔다.

국가주석과 고유권한의 상실,국민경제 압박,실업증가,이민급증,문화 및 전통의 동질성 훼손 등 통합의 부정적 영향에 대한 일반의 심정적 거부감은 비준이 됐다는 현상만으로 해소될 수 없을듯하다.

미테랑 대통령은 이날 밤 대국민 담화에서 『승자도 패자도 없다』고 말했다.

마스트리히트 조약이 이같은 분위기 속에서 결국 비준된 배경은 여러가지 국내외적 요인에서 찾아볼 수 있다.

우선 부결이 즉각 촉발할 프랑스의 정치적 지위약화,프랑화의 가치급락 및 평가절하 등에 대한 정치·경제적 우려와 고립감이 크게 작용했다고 볼 수 있다.

지난부터 유럽금융시장을 위기에 빠뜨린 환율조정체계(ERM)의 붕괴도 유럽통합이 아직 시기상조라는 부정적 영향으로 작용했다기 보다는 유럽통합 계획이 무산될 우려에 대한 더 큰 위기감을 조상해 찬성표를 유발할 측면이 컸다고 분석된다.

마스트리히트 조약이 좌초될 경우 독일의 세력확장에 대한 경계심도 큰 요인이라고 할 수 있다. 마르크화가 유럽단일통화가 될 유럽통화단위(ECU)를 대신해 유럽경제를 지배하고 내셔널리즘에 편승한 통일 독일의 패권주의가 프랑스 및 유럽의 안정과 이익을 위협할 것이라는 논리는 프랑스 국민들에게 특히 설득력이 컸다.

여기에 전세계적인 경제블록화 추세와 일본의 경제공세에 대항하기 위해서는 유럽의 단결이 필수적이라는 미테랑의 호소가 주효했다. 전통적으로 뿌리깊은 프랑스 국민의 유럽통합 성향도 결국 통합이라는 대세가 뒤바뀌는 것을 허용하지 않았다고 볼 수 있다.

프랑스의 비준통화에 즉각적인 환영을 표시한 유럽 지도자들의 반응이 말해주듯 이번 투표결과는 앞으로 독일과 영국의 의회비준과 덴마크의 재국민 투표실시에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현재 12개 회원국중 아일랜드가 국민투표로(70%),벨기에,룩셈부르크,그리스 등 4개국이 의회를 통해 비준시켰고 나머지 나라는 의회비준 과정에 있거나 준비중이다. 지난 6월2일 국민투표에서 근소한 차이로 유일하게 비준이 부결된(50.7%) 덴마크는 내년초 재투표를 고려중이다.

투표결과는 또한 유럽통화 위기를 진정시키는데도 긍정적 요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프랑스 국내정치적으로는 기대에 크게 못미쳤지만 최저인기에 시달리고 있는 미테랑의 사회당 정권이 내년 3월의 총선을 향해 세를 몰아갈 여지를 주었다. 특히 미테랑을 이을 후보로 국민의 인기가 높은 자크 들로르 EC 집행위원장의 당내외적 정치적 기반이 강화된 것은 주목된다.

한편 현재 큰 혼란에 빠져있는 EC 외환시장의 복구여부와 이를 둘러싼 영국과 독일의 반목 등 유럽정세의 불안은 이 조약의 앞날에 변수로 남아있다.

결론적으로 이번 프랑스 국민투표는 유럽통합 대세의 「비판적 승리」라고 요약할 수 있을 것 같다. 따라서 긴밀한 통합방식에 대한 비판논리와 비판세력은 유럽통화 과정에서 여전히 불확실한 요인으로 남아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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