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나라가 온통 뒤숭숭하다. 관권선거 폭로로 비롯된 연기사태는 검찰의 수사종결이 있은뒤 오히려 어디서 어떻게 풀어가야 할지 가닥이 잡히지 않는다. 해결의 선행조건인 검찰의 수사는 축소·은폐라는 여론의 호된 비난만 남기고 주저 앉았기 때문이다. 파문은 정치권으로 다시 넘어갔다. 노태우대통령은 민자당 탈당이라는 의외의 극약처방을 내리게 되었다. 대선정국의 방향만 아니라 나라의 앞날이 깊이 우려되는 현실에 직면하고 있는 것이다.그렇다고 개탄이나 좌절에 빠져 있을 수는 없다. 어려우면 어려울수록 냉정하게 수습의 실마리를 찾는게 우리의 도리라고 생각한다. 이럴 때 가장 확실한 방법은 원점으로 돌아가 근본원인부터 규명하는 의연한 자세일 것이다. 지금까지 드러난대로 관권선거가 엄연한 사실임은 아무도 부인 않는다. 노 대통령이 거듭 시인 사과했으며 김영삼 민자당 총재도 국민에게 사죄한다고 밝혔다.
이렇듯 사실을 인정했으면 당연히 진실과 진상이 밝혀져야 한다. 우리는 이 시점에서 연기사태의 수사결과를 발표한 검찰의 발언을 새삼 상기하지 않을 수 없다. 수사를 지휘한 검사장은 「남은 의혹의 해결은 정치권의 일」이라고 공을 떠 넘겼다. 정치권에서 사실이라고 인정했으니 어느덧 공은 다시 검찰쪽으로 되넘겨진 셈이다.
이제 검찰의 재수사는 불가피하다는게 우리의 강력한 주장이다. 그 이유는 이미 본란을 통해서도 충분히 밝혀졌다고 확신한다. 몇가지 사안을 되풀이 지적할만하다. 관권개입을 폭로한 전직 군수는 공권력의 강력한 집행으로 구속되고 민자당 후보자는 우물쭈물하다 등을 밀린듯 구속당했다. 그러면 지금까지 알려진 관권개입의 「윗선」인 도지사는 입건만으로 끝난게 과연 납득할 수 있는 일인가. 의혹은 또 있다. 관계기관 대책회의는 흔적만 남고 실체가 아리송하다는 수사를 누가 믿겠는가. 국민은 최소한 상식적인 해명이라도 듣고 싶은 심정이다.
어디 그 뿐인가. 선거자금으로 주고받고 쓰여졌다는 돈의 출처와 행방은 왜 꼬리를 감추었는가. 이것이 사실대로 드러나면 공직사회의 신뢰와 사기가 걱정된다는 허튼소리도 들리지만 그런 사기와 신뢰가 무슨 필요가 있는가. 혹시라도 관례와 필요악이라는 변명을 고집한다면 그것이야 말로 한국병의 병인이라고 해도 할말이 없을줄 안다.
오늘의 시련은 우리가 대처하기에 따라 전화위복이 될 수가 있다. 관권선거가 과거의 치욕적인 유산이라면 이 기회에 척결이 가능하다. 또한 정치와 권력바람을 타는 검찰의 수사가 독립의 기틀을 마련할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검찰이야말로 국가기강의 원천임을 생각할 때 더욱 그러하다.
거듭 강조하고자 한다. 연기사태의 수사는 검찰이 원점으로 되돌아가야 수습이 가능하다. 정치권에서 의혹을 시인했으면 진실은 마땅히 검찰이 앞장서서 가려야 한다.
노 대통령은 임시 각의에서 모든 공직자의 엄정한 선거관리를 강조하였다. 검찰이 이 마당에 주춤거릴 까닭이 없다. 연기사태의 재수사는 불가피하고 당연하기만하다. 그래야 민심이 가라 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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