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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공정 보장 초당인선 초점(한국일보 월요포럼:「중립선거내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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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공정 보장 초당인선 초점(한국일보 월요포럼:「중립선거내각」)

입력
1992.09.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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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 관련부처 대상… 비정치인사 물색/3당 합의→김 총재 건의→개각 수순 전망중립선거 관리내각이란 헌정사상 초유의 실험은 과연 성공할 것인가. 그리고 정확한 성격과 개념 그리고 조각의 구체적 절차는 과연 무엇일까. 대선을 불과 3개월 앞둔 정가는 노태우대통령의 민자당 탈당이라는 집권세력의 공백속에서 이뤄질 중립선거 관리내각의 향배에촉각을 공두세우기 시작했다. 여권은 집권당의 최고책임자인 대통령이 자신의 태반을 떠난 현실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고 야권은 자신들의 오랜 주장이 받아들여졌다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진의 파악에 우선 주력하고 있다. 그런가하면 이를 지켜보는 대다수 국민들은 「9·18 결단」의 근본취지가 현실정치에 반영돼 진정한 공명선거가 이뤄지고 우리의 정치수준이 한단계 높아지는 계기가 돼야 한다는 기대감을 보이고 있다. 우리나라는 물론이고 대통령 중심제하의 국가에서는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중립선거 관리내각의 이모저모를 미리 알아본다.

▷성격◁

현직 대통령이 자신의 통치기반인 집권당을 탈당,중립선거 관리내각을 구성하는 것은 우리 헌정사상 초유의 일이어서 섣불리 「중립내각」의 성격을 규정하기는 쉽지 않다.

우선 『여당 뿐 아니라 야당의 의견까지도 수렴해 명실공히 중립성이 보장되도록 하겠다』는 청와대의 발표내용은 해석하기에 따라서는 그동안 야당이 주장해온 거국내각과도 일맥상통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에 대해 김영삼 민자당 총재는 『우리나라는 내각제를 택하고 있지 않아 거국내각이라 볼 수 없다』고 못박고 있어 앞으로 중립내각의 성격부터를 놓고 여야간의 공방이 예상되기도 한다.

청와대측도 중립내각의 개념에 대해 명확히 설명치는 않고 있으나 『김 총재가 여야 협의를 거쳐 건의해온 안을 바탕으로 개각을 단행하겠다』는 발표내용으로 미루어 여야 인사가 직접 참여하는 거국내각의 형태보다는 한단계 수위가 떨어지는 모양으로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즉 각당의 이익을 대변하는 사람들이 모여 내각을 이끌어간다기 보다는 어느 정당의 영향권에도 속하지 않는 인사들로 내각을 구성,대통령이 대선의 향배에 관계없이 남은 임기를 끝내는 것으로 보는게 타당할 것 같다.

특히 노 대통령이 밝힌 중립내각구성의 목적이 「대선의 공정한 관리」에 있다는 점을 상기할 때 10월초께 모습을 드러낼 중립내각은 민자당과의 「연결고리」를 단절하는 것이 두드러진 특징이 될 것으로 보인다.

물론 당정이 한몸으로 움직여온 과거의 관행을 짧은 시간에 깨버린다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겠지만 이번에 노 대통령의 결심을 낳게한 정국상황을 고려할 때 일단 중립내각의 인적 구성에서 만큼은 민자당과 단절된 모양새가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구성절차◁

중립선거 관리내각이 구성되기까지의 절차는 일단 노 대통령이 밝힌대로 「3당 협의→김 총재의 건의→개각단행」의 수순을 밟아갈 것으로 보인다.

이를 위해 여야는 21일 3당 사무총장회담을 갖고 중립내각의 성격,인선 등에 대해 실무교섭을 시작하는 한편 3당 수뇌회담을 추진할 예정이다.

그러나 민주 국민당은 중립내각 구성에 원칙적으로 찬성하면서도 노 대통령이 밝힌 3당 협의의 방식에 의한 의견수렴 방식을 배제하고 노 대통령을 대등한 자격으로 포함시키는 「4자회동」을 주장하고 나서 주목되고 있다.

노 대통령이 야당의 의사를 수용하겠다면서도 3당 협의에서 나온 건의를 받아들여 개각을 단행하겠다는 입장은 인사권자로서의 권한을 강조한 것이다. 따라서 대통령이 직접 야당측과 협의하는 절차를 밟을지 여부는 좀더 두고 봐야할 대목이다.

이같은 절차상 난점에도 불구하고 어떤 형식으로든 3당 협의가 이루어지면 논의의 주된 부분은 내각의 얼굴인 총리의 인선문제가 될 전망이다.

이와함께 교체대상이 되는 선거 관련부처의 선정과 민자당 당적을 갖고 있는 국무위원의 경질 등 개각의 폭에 대해서도 상당한 논의가 있어야 한다.

▷여·야 입장◁

여야는 선거관리 중립내각에 대한 상당한 입장차이에도 불구하고 이를 유리한 변수로 이끌기 위해 다각적인 대응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민자당은 선거관리 내각구성이 초래할 심리적인 여파에 당혹감을 표시하면서도 『이제 야당은 더 이상 공정선거를 이유로 「장선거」 주장을 계속할 수는 없을 것』이라는 정도로 자위하고 있다. 또한 정부 각료의 인사권은 대통령의 고유권한이라면서 『여야간 협의가 있을 수 있을 뿐 합의란 지나친 요구』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민자당은 또 선거관리내각이 구성될 경우 선거공정성 논란은 더이상 계속될 여지가 없으며 야당의 지자제 주장이 퇴색하는 것은 물론 국회정상화도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편으로 당내 일각의 「장선거」 수용 주장도 수그러들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반면 민주당은 노 대통령의 민자당 당적이탈과 선거관리 내각구성을 한묶음으로 환영하면서도 아직까지 결과가 불투명한 선거관리 내각구성문제를 가지고 지자제 문제를 전면 대치할 수는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민주당은 무엇보다 선거관리내각이 말 그대로 거국 중립내각이 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최소한 국무총리와 내무·법무·공보처장관,안기부장은 반드시 「여야합의」로 초당적 인사를 「내정」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따라서 최종 인사권자인 노 대통령이 당연히 논의과정에 참여해야 하며 3당 수뇌회담보다는 청와대 4자회담으로 논의형식을 잡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선거관리내각이 제대로 구성되더라도 관료사회의 조직적인 이반 및 친여 행태가 여전히 선거공정성을 해칠 수 있다는 판단아래 여전히 「장선거」는 선거공정성 확보장치로서의 의미가 퇴색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한편 국민당도 선거관리 내각구성을 환영하면서 선거관련 각료의 전원교체를 주장하고 있어 민주당과 대동소이한 입장이다. 또 인선문제를 「협의」차원이 아니라 「합의」차원에서 논의해야 한다는 주장도민주당과 궤를 같이하고 있다.

논의형식에 대해서도 3당 수뇌회담 또는 4자회담 등의 형식에 굳이 선호를 보이지 않으며 만나서 논의하자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지자제문제와 관련,국민당은 『장선거가 갖는 공명선거 보장장치로서의 효용은 여전히 줄어들지 않았다』면서 연내 장선거 관철을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국회정상화에 있어서는 좀더 적극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외국사례◁

중립선거 관리내각은 우리 헌정사 뿐만 아니라 대통령중심제 국가에서는 찾아보기 어렵다.

원래 대통령중심제 국가에서는 대통령이 선거를 포함한 국정의 모든 면에서 「무한책임」을 지기 때문에 특별히 선거를 위해 따로 중립내각을 구성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다만 의원내각제를 채택한 국가들 가운데 국가가 위기상황에 처해있을 경우 국력을 집결하기 위해 위기관리 내각을 조직하는 경우가 더러 있다.

전쟁이나 경제난 등으로 국가가 위기에 빠져있는 「비상시국」의 경우 이를 극복하기 위해 여야 각정당들이 함께 「거국일치내각」(national government)」을 만든다.

대표적인 예가 영국. 세계경제 대공황때 조각된 제3차 맥도널드 내각(1929년),제1차 세계대전 때의 조지 내각,그리고 제2차 세계대전때 처칠의 전시연립내각 등이다.

또한 의원내각제에서 한 정당이 과반수의석을 확보하지 못한 경우 다른 정당과 제휴해 내각을 구성하는 「연립내각(Coalition cabinet)」도 비슷한 경우다.

프랑스의 제3,4공화국이 대표적인 예이다.

그러나 이러한 경우들이 노 대통령이 표방한 중립선거 관리내각과는 성격이 다르다는게 학자들의 일반적 지적이다.

▷전망◁

우리 정치사의 획기적인 사건으로 평가되는 중립내각 구성의 전망을 현 상태에서 점쳐보기는 매우 어려운게 사실이다.

3당 모두가 노 대통령의 결심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임으로써 출발은 순조로운 편이나 단체장선거 문제와 국회정상화 여부 등 암초가 여전히 도사리고 있는데다 중립내각 구성을 위한 여야 협의과정 또한 그리 쉽지만은 않을 전망이다.

야당의 경우 현 시점에서 노 대통령의 결단을 「진심」인 것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나 앞으로의 정국 전개과정에서 결단의 구체적 효과가 드러나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이 서면 또다시 단체장선거 문제를 중심으로 한 정치공세를 펼 가능성도 있다.

이번주부터 진행될 3당의 협의에서부터 민자당이 3당 수뇌회담의 방식을 주장하는 반면 민주 국민당은 대통령을 포함한 4자회동을 주장하는 등 이견을 보이고 있다. 더욱이 구체적 인선작업으로 들어가면 3당이 일치된 의견을 만들어내기란 좀처럼 쉽지만도 않을 것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인선에의 추상적 기준에만 합의하고 실제로는 각당에 안배하는 식으로 논의가 이루어질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여당이든 야당이든 대선의 공정성 보장을 위한 중립내각 구성에는 모두 명분과 실리를 공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우여곡절은 예상되지만 최소한의 합의는 기대해볼만 하지 않나 싶다.

여기에서 대선이 이미 12월중순으로 잡혀있어 여야가 시간에 쫓기고 있다는 점도 유의해야 할 대목이다.<신재민·황영식·권대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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