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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의류 「무공해표시제」 도입 “파문”(특파원리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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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의류 「무공해표시제」 도입 “파문”(특파원리포트)

입력
1992.09.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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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백제등 인체·환경 유해”… 내년 실시/엄청난 시설비… 관련업체 강력반발/EC 확산땐 한국등 수출 큰 타격【베를린=강병태특파원】 독일의 섬유 및 의류제조업계가 내년부터 「무공해표시」제도를 도입키로 해 국내외에 큰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무공해표시제」는 발암성 물질을 함유한 표백 염색제 등을 사용하지 않고,인체와 환경에 유해한 화학물질 잔류량을 최대한 줄인 상품을 소비자들이 식별 선택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이 제도의 도입은 환경보호분야에서 가장 앞선 독일에서는 당연한 진전인듯 하지만,관련업계의 이해가 엇갈려 논란을 빚고 있다. 특히 이 제도가 도입돼 EC 전체에 확산될 경우 한국 등 아시아 섬유류 수출국들에 큰 타격이 예상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이 제도를 추진하고 있는 직물제조업협회 등은 섬유가공 및 의류제조과정의 인체 및 환경유해요소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다. 이들은 천연섬유나 화학섬유를 가릴 것 없이 직조 및 염색과정에서 염소 형광표백제 등이 여전히 대량 사용되고 있고,구김방지와 촉감향상 등을 위한 화학가공물질 사용이 늘어나고 있는 상황을 지적한다.

어쨌든 이 제도는 직물의류업계의 구조와 관행을 뒤흔들 것으로 예상된다. 독일 소비자들은 공해에 대한 높은 경각심을 갖고 있을 뿐 아니라 실제 섬유 알레르기 질환 등으로 고통을 겪는 경우가 격증하고 있다. 따라서 「무공해」 표시제품에 폭발적인 선호가 예상되고,결국 전체업계가 시설 및 공정을 「무공해」방식으로 바꿀 수 밖에 없으리란 예상이다.

바로 이 때문에 염가섬유류메이커와 거래상들은 이 제도도입에 완강히 반대하고 있다. 이들은 표면적으로는 「무공해」 표시제는 천연섬유 표시 등과는 달리 소비자들이 표시내용의 진위를 확인하는 것이 불가능,관계법률에 어긋난다는 등의 논리를 내세운다.

그러나 실제 이들이 반대하는 속사정은 이들이 원료직물이나 제품 또는 판매상품의 상당량을 홍콩 대만 한국 중국 등에서 계약생산하거나 수입하고 있는데 있다. 이들 아시아국가들은 섬유업체의 공해배출 규제조차 제대로 안되는 실정이어서 인체 「무공해」 제품생산은 기대하기 어렵다. 따라서 염가수입품으로 독일시장에서 장사하기도 어렵게 된다.

이같은 반대론에 대해 직물제조업협회측에서는 엄격한 기준과 감시장치를 두는 한편,수입제품도 기준을 충족할 경우 「무공해」 표시를 부여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이를 위해 독일 수입상들이 외국 하청업체의 시설개선을 하려면 엄청난 투자지원이 필요,독일내 메이커들과의 경쟁은 한층 어려워질 소지가 크다. 이같은 상황과 관련,『무공해 표시제는 당초부터 염가수입품 봉쇄가 주목적』이란 분석도 나오고 있다.

한편 의류판매상들은 「무공해」 표시제는 청바지 등 진(Jean) 종류와 수년내의 유행인 검은색 의류를 선호하는 젊은층 고객들에게 큰 영향을 미칠 것을 특히 우려하고 있다.

일부러 세탁때마다 염색이 빠져 색깔이 옅어지도록 만드는 진종류와,반대로 색깔이 바래지 않도록 유독 중금속 함유 화학염료를 쓰는 검은색 의류는 특히 환경 및 인체에 유해하다. 이들 의류의 잔류 발암성 화학물질은 땀에 쉽게 묻어나와 피부를 통해 혈액속으로 침투한다. 이 때문에 기왕에도 전문가들은 젊은층 소비자들에게 진과 검은색 의류를 피할 것과,다른 유해위험이 높은 값싼 의류의 빈번한 구입을 줄이는 대신 잘 가공된 의류를 정선해 구매하라고 권고해왔다.

「무공해」 표시제는 바로 이같은 경고에 대한 인식을 높여 최대 고객군인 젊은층의 옷소비를 줄여 염가의류 판매에 심각한 타격을 줄 것이란 우려다.

그러나 이같은 논란에도 불구하고 독일 최대 메이커 클라우스 스타일만과 에스프리 등은 이 제도도입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여 이미 「무공해」 의류개발 및 판매에 나서고 있다. 에스프리의 경우 지난 2월부터 화학 표백제 등을 전혀 쓰지 않고 식물성 염료 등만을 사용한 청바지 등 40가지의 「무공해」 컬렉션을 시판,성공을 거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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