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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의 유럽」 원대한 꿈 수포로/불 투표부결 경우 시나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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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의 유럽」 원대한 꿈 수포로/불 투표부결 경우 시나리오

입력
1992.09.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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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화·경제등 위기고조… 경기침체 가속화/불 국제위신 추락 독은 영향력 더욱 확대많은 전문가들은 마스트리히트조약안이 20일 실시되는 프랑스 국민투표에서 아주 근소한 차이로 통과될 것이라고 내다보면서도 부결될 경우의 사태를 다각도로 분석하고 있다. 만일 부결된다면 그것은 가깝게는 지난해 12월 유럽공동체(EC) 회원국 정상들간에 체결된 조약이 폐기되는 것이지만 길게는 정치경제적 초강대 세력이 되려는 지난 40년간의 유럽의 원대한 꿈이 좌절되는 것을 의미한다.

유럽공동체(EC) 통합에 있어서 프랑스가 차지해온 역할과 비중을 미루어 볼때 프랑스의 부결은 조약이 끝장나는 것과 다름없다. 조약의 골자는 오는 99년까지 유럽단일통화(ECU)와 유럽중앙은행을 실현하고 국방과 외교분야에서 더욱 긴밀한 협력을 목표로 하고 있다. 결국 조약안이 부결될 경우 EC 12개국간에 이미 체결된 공동 농업정책(CAP)이나 자유무역제도 등 기존 EC제도엔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겠지만 통합을 향한 정치적 구심력의 상실로 미일에 대응하는 유럽의 정치 경제 통합구상 논의도 자연히 수년간 연기될 수 밖에 없게 된다.

프랑스의 부결로 즉각적으로 영향을 받는 것은 금융·경제분야다. 최근 수년간 계속되고 있는 선진국들의 경제침체가 가속화할 것이며 독일 마르크화의 강세를 부채질할 것이라는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경제적 측면에서 조약의 취지는 독립적인 중앙은행을 창설함으로써 마르크화의 지배력을 견제하려는 면도 있었다.

결과적으로 마르크화의 강세는 연쇄적으로 유럽통합제도(EMS)의 혼란과 위기를 가중시켜 통화체제의 와해를 가속화할 가능성이 높다.

최근 자국 화폐의 가치하락을 막기위한 영국 중앙은행의 이자율 인상 및 파운드화의 유럽환율체계(ERM) 탈퇴에서 보듯 각국의 화폐 평가절하·ERM 탈퇴 등 유럽통화제도 위기가 고조될 것으로 예상된다.

당초 유럽연합을 주도한 나라는 프랑스였다. 처음부터 통합의 핵심은 거대하고 번영하는 유럽공동체라는 울타리안에서 대게르만주의를 잠재우는데 있었다. 조약 추진파는 결국 조약거부로 프랑스의 국제적 위신과 자신감이 추락하게 되는 반면 독일에 중부유럽에 대한 영향력 확대의 빌미로 작용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EC 공동의 외교정책 구축을 꾀하려는 정치동맹도 수포로 돌아가게 될 전망이다. 공동방위 구상도 마찬가지. 군사적 측면에서 서구 안전보장을 밑받침해온 서유럽동맹(WEU)의 중핵을 형성해온 프랑스의 주도권 약화로 WEU 권한이 약화되는 반면 미국이 참여하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비중이 다시 강화될 것이다.

조약거부사태는 유럽에서 단지 EC 12개 회원국만의 문제로 끝나지 않는다. 탈공산화 이후 EC 가맹을 국가 최우선 목표의 하나로 삼아온 폴란드,체코슬로바키아,헝가리 등은 더욱 시장경제개혁의 진통을 겪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낙후된 경제의 도약을 위해 EC의 부국들로부터 막대한 경제원조를 기대하고 있는 스페인,그리스 등의 국가계획에도 중대한 차질을 주고 이미 EC 가맹신청을 끝마친 스위스 등의 충격도 피할 수 없다.

반면 각국내에서 「국가주권」을 중시하는 우익 및 민족주의적 입김이 강화돼 정치사회적인 파장이 심대할 것으로 전망된다.

비준 반대론자들은 유럽통합의 원대한 구상이 EC의 경제정치적 통합방안만으로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면서 프랑스의 고유성 상실을 가져올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또 54년 유럽방위공동체 조약거부시에도 언론 등의 우려와는 달리 아무문제가 없었던 것처럼 이번에 거부돼도 아무문제가 없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이는 현실을 무시한 감정적 대응이며,설령 근소한 표차로 통과되더라도 깊어진 불신감 등으로 후유증은 클 것으로 진단하고 있다.<조상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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