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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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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입력
1992.09.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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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가 어려울 때 충신과 어진 선비를 생각하게 된다는 말이 있다. 어진 선비(현사),나라의 원로라고 할 수 있는 이들은 평소 명리 권력자리에 대한 욕심을 등진채 초야에서 학문연구에 열중한다. ◆그러다가 실정으로 나라가 어지럽거나 외침으로 나라가 위태로울 때는 분연히 일어나 목숨을 걸고 임금에게 상소하거나 의병을 일으켜 싸우기도 했다. 이런 「선비정신」과 「존경받는 어른」은 우리 사회를 지탱해온 정신적·도덕적 지주였던 셈이다. 8·15 이후 현대사를 보아도 정부수립 전후무렵 나라안에는 훌륭한 원로들이 많았다. 그들은 구국방략은 반드시 일치하지 않았지만 애국심과 집권자에 대한 비판만은 누구보다 날카로웠다. 정계만이 아니라 분야마다 오랜 경륜을 축적한 지도급 원로들이 즐비했었다. ◆그러던 것이 60년대부터 국민이 존경할만한 원로들이 하나둘씩 사라졌다. 분명 사람은 있는데 국민들이 등을 돌린 것. 이는 집권자가 통치행위의 권위를 과시하기 위해 원로들을 회유,권력주변으로 끌어들였기 때문이다. 원로들을 권력에 오염시킨 대표적 예는 5공때 국정자문회의가 있다. 원래 국정자문회의를 만든 취지는 나무랄게 없었다. 하지만 당시 국민들에게 국정자문위원들은 5공 독재체제의 들러리 또는 병풍역으로 변절한 것으로 비쳐졌다. ◆오랫동안 잊혀졌던 일부 원로들이 지난주 모임을 가졌다. 「크리스천 아카데미」가 주선한 「나라를 위한 원로모임」에 70세가 넘은 각계 인사 42명이 참석한 것. 이들은 4시간여동안 불법과 선거부정,경제침체,지도층 부패,사회기강 등 나라전반에 관한 심각한 문제들을 진지하게 토의했다. 일부에선 몇몇 참석인사들의 과거 행적 및 처신과 관련,소위 「말할 자격」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기도 했지만 어쨌든 각계 원로들이 한자리에 모여 「나라걱정」을 했다는 것은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깨끗한 처신으로 각분야에서 오랜 경륜을 쌓은 원로들이 권력에 대해,나라전반에 대해 매서운 직언·정언을 할때 나라의 앞날은 어둡지 않을 것이다. 국민은 존경할만한 원로를 그리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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