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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는 더 늦추지 말라(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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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는 더 늦추지 말라(사설)

입력
1992.09.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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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선거 문제의 여파가 헌재마저 뒤흔들고 있다. 헌재의 야당 추천 변정수재판관이 장선거 연기의 위헌여부를 가리는 헌법소원 심리가 지연되는 것을 이유로 주심 재판관 사퇴서를 제출하기에 이른 것이다.이같은 일은 발족 4년의 헌재에서 처음 돌출된 불상사여서 심각한 내부갈등을 짐작키 어렵지 않다. 하지만 헌재의 권위와 막중한 소임에 비추어 이런 불상사란 정말 달갑지가 않다. 재판관은 판결을 통해서만 말한다고 한다. 정치판의 다툼과 협상부재가 권위있는 사법기관마저 곤혹스럽게 만드는 현실이 무엇보다 안타깝긴 하지만 헌재 스스로도 하루빨리 수렁에서 벗어나 법의 수호와 구현에 의연히 대처할 결단을 조속히 내려야 마땅하다고 생각된다. 그리고 일이 이 지경에 이르렀으면 더 이상 장선거 헌법소원 심리와 판단을 늦출 수도 없을 것이다.

변 재판관이 주심을 사퇴한 이유란 누구나 이해할만 하다. 장선거 연기의 위헌여부 가리기는 단순하고 간단명료한데 무한정 눈치나보며 시간을 끌고 신속처리 주장도 무시당했다는 것이고,이번 사건이 위헌일 경우 하루속히 공권력 남용에 제동을 걸어 국민의 참정권을 회복시키는게 재판관의 책무라고 본인 스스로 사퇴서에 밝히고 있는 것이다.

우리도 장선거 문제로 장기적인 갈등과 교착상태를 빚고 있는 오늘의 정치현실에 비추어 헌재의 어려운 입장을 이해못할 바는 아니다. 정치로 풀어야할 짐을 왜 사법부가 말려들어 져야할 이유가 있겠느냐는 주장이 충분히 나올 수도 있게 되어있다.

지자제법에 장선거일이 6월말로 못박혀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연기를 위한 개정법안도 국회에 제출되어 있는 바에야 정치권이 그 법안 심의는 내동댕이 친채 헌재판결만 촉구하는게 가당찮다는 논리인 것이다.

그래서 지난 6월18일 제기된 소원을 지금껏 교묘히 미뤄온 것도 엄연한 사실이다. 똑같은 사안인데도 6건의 소원을 변칙적으로 분산배치,사건별로 지루한 변론공판을 열면서 시간을 끌어왔던 것이다. 이 때문에 이미 지난달에 변 재판관이 주심 사퇴의사를 표명하려다 주위의 만류를 받아 그만 둔 것으로 알려진바도 있었다.

헌재가 정치의 짐을 떠맡는게 결코 달갑지야 않겠지만 일의 진행이 국민들 보기에도 어색하고 권위에 걸맞지 않을 뿐 아니라 주심 사퇴소동까지 빚기에 이르렀으면 문제가 달라진다 하겠다.

더이상 결정을 늦춰 얻을건 없다는 생각이 앞선다. 앞서 우리는 문제가 어려울수록 헌재와 같이 국민편에 서는 권위있는 기관의 결단이 오히려 절실하게 무게가 실리고,사정이 복잡 미묘할수록 눈치보기 보다는 오로지 법의 관점으로 되돌아가야 할 것임을 지적한바 있었다. 헌재의 권위 회복과 조속한 결정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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