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멍가게」 주식회사 설립 “붐”/“부도나도 지분만큼만 책임”… 세제상 이점도/올해 천여개 등록… 무턱댄 전환은 되레 손해「주식회사 Y통상 대표이사·사장 김○○」
명함은 꽤 거창해 보이지만 주택가 골목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슈퍼마켓 주인일 뿐이다. 김씨 같은 구멍가게 대표이사 사장이 올들어 급속하게 증가하고 있다. 상호 앞이나 뒤에 (주)라고 표시하고 있어 제법 그럴듯한 회사같지만 알고보면 동네가게 수준인 회사다. 올들어 개인기업을 하다가 주식회사로 전환한 기업이 유난히 많이 늘고있다. 관계전문가들은 올해에만 1천개 정도의 동네구멍가게 수준의 회사가 법인으로 등록한 것으로 추산한다.
Y통상뿐 아니다. 주식회사 T양행,주식회사 G유통,주식회사 K프라자,주식회사 H퍼크로 등등… 이들은 모두 이름만 거창할뿐 규모는 대단치 않은 양복점이나 슈퍼마켓,인테리어점,세탁소 같은 생활용품 취급 점포들이다. 직원수도 10명이 채 안된다. 또 서로 약속이라도 한듯이 자본금 규모가 5천만원이다. 주식회사 설립에 필요한 최소한의 자본금이 5천만원이기 때문이다. 주주구성 역시 가족 일색으로 본인이 사장이고 부인이 감사를 맡는 경우가 많다. 전화번호부를 찾아보면 대개 회사 전화번호가 한두개 정도에 불과하다. 말만 주식회사이고 실제 속 내용은 개인기업이다. 그러면 이들은 왜 주식회사가 됐으까. 이유는 간단하다. 잃는 것보다 얻는게 많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에 자금난이 심해져 기업체의 부도가 빈발하면서 주식회사의 장점이 더욱 위력을 더하고 있다.
개인기업의 경우 일단 부도가 나면 회사는 물론 집까지 날아가 알거지가 되기 쉽상이지만 주식회사는 대응만 잘 하면 꽤 건질 수가 있다. 주식회사는 경영주가 유한책임을 지기 때문에 부도가 났다 하더라도 회사,즉 법인이 책임을 지지 개인이 몽땅 뒤집어 쓰지는 않는다. 사장은 주로 주식지분에 대해서만 책임을 지면 그만이다. 물론 현실적으로 모두 그런 것은 아니지만 최소한 원칙적인 측면에서는 그렇다. 또한 세제상의 이점도 크다. 개인종합소득세에 비해 법인세의 세율이 훨씬 낮다. 개인기업의 경우 사장은 종합소득세를 물어야 하는데 수입이 늘수록 누진율도 그만큼 높아져 세금부담이 엄청나게 커진다. 반면 주식회사로 법인등록을 하면 법인세와 주식배당에 대한 소득세로 나눠지므로 누진율을 낮출 수 있다. 또한 법인의 경우에는 접대비,연구개발비 등을 보다 손쉽게 손비처리할 수 있는 것도 매력중 하나다.
이밖에 각종 중소기업 지원책들이 대부분 법인을 위주로 하고 있는 것도 역시 주식회사 전환 붐에 일조를 하고있다. 특히 연간 매출액 5천만원에서 1억원 규모의 중소기업의 경우 주식회사가 여러 부문에서 훨씬 유리하다. 최근 정부가 발표한 중소기업 세금경감 조치를 보아도 개인기업은 20%의 혜택이 주어지는 반면 주식회사는 40%나 덕을 볼 수 있다. 또한 법인으로 전환할 경우 대외공신력이 높아지고 기업이미지가 개선돼 은행과의 거래 등이 훨씬 수월해진다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강점이다.
전환절차 또한 비교적 수월하다. 발기인 7인 이상이 모여 정관을 작성,창립총회를 거친 뒤 등기소에 등록을 하면 된다. 법무사의 도움을 받으면 보다 쉽다. 자본금 5천만원도 일부 사채업자들이 제공하는 잔액증명으로 대체할 수 있다.
법인으로의 전환 붐은 경영컨설팅회사 상담창구에서도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한국생산성 본부 산하 한국기업상담(주)의 경우 개인기업을 주식회사로 전환하는 방법에 대한 문의가 잇따르고 있다. 윤상희 전문위원은 『연간 매출액이 2억4천만원을 넘는 경우에 주식회사 전환을 권하고 있다』며 『최근들어 상담을 마치고 실제 주식회사로 전환하는 개인사업자가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같은 현상에 대한 부정적인 견해도 있다. 임기혁세무사는 『주식회사는 장점이 많은 만큼 공적인 책임도 많이 뒤따른다』며 『기업규모가 아주 영세하거나 회계처리 능력이 미흡한 상태에서 섣불리 법인전환을 했다가 오히려 실익은 없이 절차만 복잡하게 되는 경우도 있으므로 주식회사 전환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당부했다.<김경철기자>김경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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