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미래를 힘차게 열어가는 희망의 정치,신뢰의 정치,성숙한 정치를 하기위해 민주자유당을 창당하기로 했습니다…』1990년 1월22일 저녁 노태우대통령이 김영삼 김종필씨를 좌우에 세우고 민정 민주 공화 등의 3당 합당을 알리는 「새로운 역사의 창조를 위한 공동선언」을 발표했을 때 국민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대통령 자신이 며칠전 연두회견에서 인위적인 정당통합을 하지 않겠다고 했었는데….
그로부터 2년8개월동안 민자당은 희망의 정치대신 끊임없는 계파싸움으로 국민에게 걱정과 실망만을 안겨주었고 우여곡절 끝에 김영삼총재까지 만들어왔었는데 대통령선거를 3개월여 남겨두고 노 대통령이 민자당의 당적포기를 밝힘으로써 엄청난 충격속에 빠져들었다.
우리 헌정사상 역대 대통령중 잠시나마 당적을 갖지 않았던 예는 건국 초기의 이승만대통령과 10·26후의 최규하대통령이 있지만 갖고있던 당적을 포기하기로 한 것은 노 대통령이 처음이고 더구나 중요한 대선을 눈앞에 두고 탈당,중립을 밝혀 민자당의 충격과 놀라움은 더한듯하다.
건국이래 자유당 민주당 공화당 민정당 그리고 민자당에 이르기까지 역대 여당이 당원 등 조직과 자금과 영향력이 막강했던 것은,정부와 이신동체인 집권당이라는 매력과 이점때문이었다. 물론 그중에는 당이념에 뜻을 같이하기 때문에 참여한 축도 많겠지만 까놓고 말해 대다수가 안정세력의 구축,즉 여당하는 행복감과 재미 때문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힘과 영향력을 원천이자 기둥인 대통령이 당을 떠난다는 것은 실로 「끈풀어진 갓」이요,「로프가 풀린 나룻배」 신세가 아닐 수 없는 것이다.
성격은 다르지만 박 대통령이 피살됐을 때 필자는 대들보를 잃은 당시 공화·유정회 간부 및 의원들이 우왕좌왕하고 심지어 『나는 유신이념에 반대했는데도 억지로 유정회 의원을 시켰다』고 변명하여 크게 놀랐던 적이 있다.
그렇지 않아도 민자당은 3계파간의 파쟁 불씨와 대통령후보 경선에 따른 후유증으로 어수선한 상황에서 당적 포기쇼크는 자칫 일부 반김세력의 탈당 가능성마저 있어 일대위국에 직면한 것이다.
어쩔 수 없이 대집권당에서 다수당내지 제1당으로 처지가 바뀐 민자당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것은 전적으로 김 총재의 책임이자 지도력에 달려있다.
충격으로 인한 위기의 극복여부는 장차 대선의 승패와 직결된 사활적인 과제가 아닐 수 없는 것이다.
여기서 필자는 김 총재가 민자당을 살리고 또 대선을 자신있게 치르기 위해서는 시급히,또 반드시 선택해야 할 결단과 노력에 대해 몇가지 제기하고자 한다.
첫째는 뭐니뭐니해도 당내 화합이다. 민자당은 비록 규모는 공룡처럼 거대하지만 분위기는 계파간의 보이지 않는 갈등으로 어정쩡하다. 게다가 후보경선을 계기로 최대 파벌인 민정계는 지리멸렬되어 침묵을 지키고 있는 터에 민정계의 원보스인 대통령의 당적 포기로 그들의 법취는 주목의 대상이 되고 있다. 김 총재는 민자당을 새로 시작한다는 각오아래 민정계를 포함한 모든 세력을 포용해야 한다. 당내 화합은 최대의 선결과제다. 둘째는 민자당이 제1당이수당답게 홀로서도록 모든 타성을 씻어내는 일로서 야당을 한다는 각오로 당의 체질과 운영방식을 획기적으로 바꿔야 한다.
셋째는 당내 민주화다. 집권당의 최대 고질병은 획일체제 관료적 체제다. 언로를 꽉 막은채 모든 것을 몇사람이 결정하고 따라오라는 식으로는 안된다. 당이 고립무원속에 어려움에 처할 때 최대의 방책은 당내 민주화를 통한 자생력 뿐임을 알아야 한다.
넷째 민자당의 정강정책을 전면 재검토하여 국민에게 새로운 출발의 면모를 보여줄 필요가 있다. 이는 국정전반에 대해 시대적 변화에 부응할 수 있는 과감한 개혁안을 선보여야 한다. 여기에는 김 총재가 회견서 약속한 공무원의 엄정중립과 신분보장 등 모든 선거로부터 관권개입을 영원히 막을 수 있는 처방을 담아야 할 것이다.
다섯째 여당에서 정부도 질책할 수 있는 다수당으로 바뀌게 된만큼 김 총재는 지자제 단체장선거중 정당이 선거에 개입할 수 없는 기초단체장(구·시·군) 선거의 실시문제도 적극 검토할 것을 권유하고 싶다.
끝으로 김 총재는 당무회의는 물론 의원과 지구당 위원장 연석회의 중앙위 각분위 등을 잇달아 소집,밤을 새워서라도 민자당이 나아갈 길과 새위상,그리고 대선대책 등을 마라톤 토론으로 일체감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국민들은 이제 김 총재의 과감한 개혁결단과 민자당의 새출발 여부를 주목할 것이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