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패소율 너무 높다/법률지식 부족 공무원이 담당/기본절차 몰라 재판에 차질도/“판·검사 미임용자 활용을”국가를 상대로 한 각종 민사소송과 행정소송이 해마다 급증하고 있으나 전문적 법률지식이 없는 하위직 공무원들이 국가측 대리인으로 나와 소송을 수행하는 바람에 국가 패소율이 높아 막대한 국고손실을 초래하고 있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대법원과 법무부에 의하면 국가상대 민사소송은 82년 2천3백36건에서 91년 8천5백46건으로 10년 동안 3백65%나 늘어났다. 이중 90년의 경우 소를 취하하거나 법원에 계류중인 사건을 제외하고 판결이 내려진 사건중 국가가 이긴 것은 1천2백1건인데 비해 진 것은 1천7백51건에 달했다.
또 91년에는 국가승소가 9백30여건에 불과한 반면 패소는 2천3백여건으로 패소율이 더욱 증가했다.
국가를 상대로 한 행정소송도 사정은 마찬가지. 지난 한해동안 서울·대구·광주·부산 등 4개 고등법원에 접수된 행정소송 건수는 3천9백44건으로 지난 90년의 3천1백16건 보다 26.8%가 늘어났다. 이는 88년의 1천7백32건에 비해 2배가 훨씬 넘는 것이다. 올 연말까지는 4천5백여건의 행정소송이 제기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한편 행정소송의 국가패소율은 지난 90년 35%에서 91년 31.4%로 다소 낮아졌으나 판결 계류중이거나 취하된 건수를 고려하면 패소율은 이보다 훨씬 높다.
이처럼 국가패소율이 높은 주된 이유는 행정 각 부처가 소송의 수행을 대부분 법률적 지식이나 경험이 부족한 5급 이하의 일반직 공무원에게 맡기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 일반적인 지적이다.
국가상대 소송은 민사소송에 한해 검찰이 법적 지도와 감독을 해야 하나 인력과 예산 부족으로 실질적으로는 행정부처 일반직 공무원들이 소송을 담당하고 있다. 서울지검의 경우 송무부소속 검사 2명이 수천건의 국가상대 민사소송을 맡고 있는 실정이다.
이 때문에 국가소송을 수행하는 공무원들이 기본적인 소송절차나 방법도 잘모르고 소송에 임하거나,답변서·증거제출 등을 제때에 못해 패소하는 경우가 많다. 서울민사지법의 모부장판사는 『국가소송을 수행하는 공무원들의 경우 법률지식이 부족해 소송의 쟁점부분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가 하면 기본적인 재판절차 조차 몰라 재판진행에 차질을 빚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재야 법조계에서는 이에 대해 민사소송에 있어서 변호사 강제주의를 채택하는 것이 세계적인 추세인 만큼 우리나라도 국가소송의 수행자를 변호사로 선임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법무부 등 관계당국은 변호사를 국가소송 대리인으로 선임하는 것이 국가예산상 문제가 있어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법무부 관계자는 『국가배상금 예산도 부족해 해마다 예비비 등으로 충당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가소송 대리인으로 변호사를 선임하거나 검사인원을 대폭 늘려 국가소송을 수행케 하는 것은 현재로선 불가능 하다』고 밝혔다.
법조계에서는 단기간내에 예산증액이 어려운 현실을 감안,▲판·검사로 임용되지 못한 사법연수원 출신을 각 행정부처 법무담당관으로 임용하거나 ▲국가예산으로 운영하는 법률구조공단 소속 변호사를 증원해 국가소송을 수행케 하는 것이 바람직 하다고 말하고 있다.<고재학기자>고재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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