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도 유리온실 보급등 장기계획 외면우리나라 시설농업이 첫걸음부터 불안하다.
정부는 농업의 경쟁력을 높여주고 농가소득을 향상시키기 위해 올해부터 오는 2001년까지 모두 1조5천7백억원을 투입,유리온실 등 첨단시설 농업을 육성할 계획이나 이를 뒷받침할 농사기술이 개발되지 않은데다 농자재 산업의 낙후와 관련규정의 미비로 출발 첫해부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유리온실과 같은 반영구적 구조물속에 컴퓨터 등 첨단기기를 설치,농작물 생육에 필요한 수분과 영양의 공급은 물론 공기와 온도,일광등을 자동조절해 품질 좋은 저공해 농산물을 1년내내 대량재배하는 첨단시설 농업은 우루과이라운드와 이에 따른 농산물 수입개방에 대처할 수 있는 우리나라 농업의 유력한 돌파구로 기대되고 있다.
이 때문에 상당수의 농민들이 시설농업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으나 정작 이에 필요한 농자재의 상당수가 품질이 불량,선뜻 나서지 못하고 있을 뿐 아니라 애써 시설을 갖추었다가도 고장 때문에 한철농사를 망치는 경우까지 있는 실정이다.
농업 전문가들은 이같은 불량자재의 범람에 대해 자재의 생산과 규격에 대한 기준이 미비한데다 우리나라 농자재산업이 영세,업계에서 제대로 된 자재를 만들어 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하면서 농자재산업을 시급히 육성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시설농업에 필요한 자재는 크게 온실구조물과 온풍기,탄산가스 발생기 등 기계장비 및 온습도 조절장치와 차광시설 등으로 구분되는데 이중 기계부문만 상공부가 제정한 규정에 따라 제작,공급되고 있으며 구조물과 온습도 조절장치 등은 아무런 규정이 없어 업체마다 제멋대로 제작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 일부업체는 자신이 공급한 기계나 설비가 고장나도 애프터서비스를 못해줄 정도여서 앞장서 시설농업에 투자한 농민이 애를 먹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설농업이 뿌리를 내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유리온실의 보급이 앞서야 하는데 농업진흥청 등 당국이 당장의 성과만 고려,값싼 비닐하우스 등에만 집착하고 있는 것도 우리나라 시설농업의 발전을 가로막는 장애요인이 되고 있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농업전문가들은 유리온실이 비닐온실보다 당장에는 투자비용이 많이 소요되지만 비닐온실은 시설농업의 생명이라 할 수 있는 온습도 조절능력이 크게 떨어져 우수한 농산물을 대량 생산한다는 시설농업의 본래 취지를 살리지 못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특히 습도조절이 제대로 안될 경우 병충해 발생율이 높아지게 되며 자연히 농약살포량도 많아지게 된다는 주장이다.
또 비닐온실은 유리온실에 비해 내구성이 떨어져 고가장비 설치에 어려움이 있으며 이에 따라 자동화,기계화를 통한 생산성 향상이 불가능할 뿐 아니라 오히려 노동력이 기존농법에 비해서도 더 많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현재 유리온실의 설치비는 평당 약 50만원으로 최고급 비닐온실(PET온실) 설치비 30만원보다 비싸지만 생산성과 품질이 뛰어나 오히려 더 경제적이라는 분석도 있다.
실제로 포항제철이 지난 6월 평당 50만원으로 준공한 유리온실에서는 기존 비닐하우스에 비해 토마토는 무려 17배,카네이션은 3배나 많이 생산하고 있다. 포철은 자재의 국산화가 이뤄지면 평당 30만원으로 유리온실을 설치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정숭호기자>정숭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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