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통신 재판” 우려 배수진 공세/정/“극한 대립땐 공멸” 개각연기 수용/당연기군 관권선거 사건의 수습을 놓고 지난 13일부터 긴박하게 벌어진 청와대와 민자당간의 힘겨루기는 18일 노태우대통령김영삼총재의 회동에서 결착이 났다.
총재직 이양이후 여권의 권력중심이 급격히 이동하는 상황에서 빚어진 이번의 「한판승부」는 제2이동통신 파문으로 생긴 노김간의 앙금이 채 가시기전에 벌어지면서 한때 여권 내부에서 파워게임의 형태로까지 발전했다는 분석도 있다.
지난 6일간 여권내부에서 벌어진 막전막후의 뒷얘기를 간추려 본다.
▷시발◁
지난달 31일 한준수 전 연기군수의 양심선언이후 침묵을 지켜오던 김 총재가 수습의 첫 행보를 내디딘 것은 추석연휴 끝날인 13일이었으며 김 총재는 다음날로 예정됐던 3당 수뇌회담 연기를 제의.
김 총재가 이날부터 측근들을 통해 적극적으로 내비친 대청와대 카드는 기초단체장 선거를 수용한다는 것이었다는게 중론. 그러나 정가에서는 김 총재가 단체장선거 카드와 함께 처음부터 「선거중립내각」 카드를 함께 갖고 있었다는 후문.
어쨌든 김 총재의 단체장선거 수용의사는 참모중 일부와 비선 자문그룹으로부터 강력한 건의를 받아들인 것이고 이 사실이 알려지자 즉각적으로 청와대의 반발을 샀던 것은 자명한 일.
이 때문에 청와대측 요구로 월요일인 14일 저녁 정해창 비서실장 김중권 정무수석과 김영구 사무총장 등이 참석하는 긴급 당정회의가 긴박한 분위속에 열렸고 이 자리에서의 중론은 연내 실시 불가였다는 후문.
▷전개◁
청와대 및 당내 일부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김 총재는 15일 아침 『내일 아침 9시 기자회견을 하겠다』고 결심을 굳혔고 이에 중재에 나선 정부측 고위인사가 전화로 『우선 당론부터 모아보라』고 요청했다는 것.
이에 따라 김 총재는 이날 하오 H호텔에서 김종필대표 박태준 최고위원과 회동,단체장선거 수용의사를 타진했는데 두사람은 한결같이 『당이 깨진다』며 극력만류했고 이에 김 총재는 또하나의 카드인 「선거중립내각」쪽으로 급선회했다는게 정설.
다음날인 16일 아침 김 총재는 기자회견을 통해 「주내 선거중립내각」 방침을 밝히면서 그 내용은 직접 언급하지 않았으나 측근들은 이를 총리까지 포함하는 대폭 개각으로 해석했는데 정작 김 총재는 이를 부인하는 대신 함구령만 내리는 다소 모호한 태도.
하지만 이전까지의 당정협의 과정에서 『연기사건의 수사종결후 문책성 개각이 필요하다』는 원칙론에는 당정간 합의가 있었으나 한걸음 더 나아가 선거중립내각이니 주내 단행이니 하는 것은 전혀 사전조율이 없었다는게 정설.
때문에 이는 연기사건으로 빚어진 불리한 정국상황을 반전,대선판세를 유리하게 이끌어 보려는 김 총재 특유의 「밀어붙이기」식 전법으로 이해됐고 『집권당 총재와 대통령후보라는 책임있는 위치에서 개각을 마무리짓겠다』는 김 총재의 말은 이를 뒷받침하는 것으로 대부분 관측.
▷반전◁
청와대측이 상도동쪽의 이상기류를 감지하기 시작한 것은 15일 김 총재 측근들로부터 안기부장을 포함하는 개각설이 흘러나오면서 부터.
노 대통령은 이날낮 이춘구 이한동의원을 불러 당내 동향을 청취하고 청와대와 상의도 없이 단체장선거 수용·개각 등이 거론되는데 대해 불편한 심기를 보였다는 후문.
김 총재의 16일 기자회견 직후 청와대 참모들간에는 『총리가 국가 중대사로 평양에 가있는데 경질 운운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더이상 말릴 수 없다』면서 자폭론까지 제기됐다는 것.
이와함께 당내외의 노 대통령 지지그룹에서도 김 총재에 대한 「원초적 불신」을 상기시키면서 반격을 개시해야 한다며 세결집을 시작했다는 설도 유력.
이날 하오 청와대 핵심참모 3∼4명이 극비리에 회동,반격의 대안으로 구상한 것이 「노 대통령 탈당선거중립내각 구성안」.
이는 김 총재가 내세운 「선거의 공명성」이라는 명분을 수용하면서도 김 총재의 공세를 되받아치고 노 대통령의 위상을 지키려는 배수의 자세에서 나온 안이지만 그 출발은 제2이동통신 파문때로 거슬러 올라간다는게 중론.
당시의 당정 갈등상황속에 여권 일각에서 노 대통령의 탈당을 건의했는데 이때의 탈당은 김 총재와의 「결별」을 전제로 「모종의 선택」과 맥을 같이했다는 것.
청와대측은 이때부터 다음날인 17일까지 각종 채널을 총동원,노 대통령의 탈당의지와 함께 『이번에는 대통령이 절대로 물러서지 않는다』 『주내 개각을 고집하다가는 김 총재가 말을 쓸어담지 못할 것』이라며 초강경의 자세를 상도동쪽에 적극적으로 전파.
▷결말◁
갈등상황으로 치닫던 당정은 17일 저녁 최종 절충을 가졌는데 이는 김 총재와 정부측 고위인사의 2시간에 걸친 단독 대좌였다는 것이 정설.
이미 최형우 서석재의원,황병태 전 의원 등 측근들을 통해 청와대측의 「단호한 결심」을 간접 전달받은 김 총재는 정부측 고위인사로부터 직접 노 대통령의 결심을 전해들었고 타협안으로 선문책 개각론을 제시했다는 후문.<신재민기자>신재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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