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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입력
1992.09.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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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평양에서 열리고 있는 남북총리회담은 화해·불가침·교류협력 등 3개 분야의 부속합의서를 채택하는 등 이번에도 나름대로 진전을 보이고 있다. 지금까지 모두 8차례의 고위급 회담을 통해 굵직굵직한 원칙문제에 대해서는 상당한 합의를 도출해낸 셈이다. 핵사찰이라는 가장 긴급한 문제가 빈번히 미결로 빠지긴 했지만 그래도 무엇인가 합의했다는 기록은 남겨 왔었다. 앞으로 구체적 실천여부와 실효가 의심스럽긴해도 하나씩 합의를 쌓아 감으로써 남북대화도 이제는 만남 자체에 의의를 찾덩 시대가 지난 것 같다. ◆이러한 아슬아슬하게나마 잘도 고비를 넘기는 남북대화를 보면서 새삼 생각나는 것이 우리 정치권의 여야관계이다. 한마디로 남북대화보다 더 어려운 것이 여야대화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그러고보니 여야간에 대화다운 대화가 있었던게 언제인가하고 기억을 더듬어 봐도 언뜻 떠오르지 않는다. ◆그동안 각 정당의 사무총장이나 원내총무 등은 자주 만났지만 하마하나한 대화였다. 이런 실무급 협상은 처음부터 무위로 돌아갈 수 밖에 없는 운명을 지니고 있었다. 자유재량이 전혀없는 그들이 콘크리트 벽같은 당론을 어떻게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줄 알면서도 그들은 협상하고 대화하는 시늉을 하기위해 그냥 만났던 것이다. ◆그래서 주선된것이 3당 대표 회담이었다. 수뇌들끼리 모이면 무슨 묘수가 나오지 않겠느냐는 막연한 기대가 있었기 때문이다. 금년에는 한번도 열린 일이 없는 여야간의 수뇌회담이다. 그러나 정기국회 개막에 즈음해서 14일 열기로 합의되었던 3당 대표회담은 여당측 요청으로 연기되었고 22일로 다시 결정되었던 이 회담은 야당측 거부로 무산될 위기에 처해있다. 남한의 여야 대화는 정말 남북대화보다 더 어려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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