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태 소위원장 맡으면서 “진보퇴색”미국의 국회의원 총수는 5백35명이다. 상원의원이 1백명에 하원의원이 4백35명. 총인구 2억4천9백만명에 비하면 그리 많은건 아니다. 그런데도 보통 미국인들은 제나라 국회의원 이름을 제대로 기억하지 못한다. 미국 국회의원 가운데는 오히려 외국에서 지명도가 높은 사람이 더러 있다. 스티븐 솔라즈(52)가 그중의 하나다.
작달만한 체구. 권투선수처럼 매서운 눈매의 유대인. 뉴욕주 민주당 출신 하원의원으로 아시아와 태평양 지역에 있는 수많은 나라의 최고 실력자 관저를 자기집 문지방처럼 들락거리며 큰소리를 쳐온 솔라즈 의원이 15일 실시된 하원 예비선거에서 낙선의 고배를 들었다. 10선에 도전하던 길이었다.
솔라자의 낙선은 부도수표 남발을 비롯한 오직 사건으로 현역 정치인에게 등을 돌린 미국 유권자의 반기성 무드를 반영하는 일대 사건이다.
솔라즈 의원은 미국 행정부내의 전통적인 아시아 경시경향을 뒤바꿔 놓은 정치인이다. 이 때문에 백악관과의 충돌도 잦았다.
그는 특히 한국 중국 필리핀 등 아시아 국가의 인권문제에 깊은 관심을 표명해왔다. 6공화국 이전의 독재정권과 89년 천안문 사태이후의 중국 지도부,그리고 86년 민중혁명 이전의 마르코스 필리핀 정부가 그에게 시달렸거나 시달려왔다.
솔라즈는 특히 워싱턴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한반도 문제 전문가이다.
박정희대통령 시절은 물론 최근까지도 청와대를 자주 드나들었으며 김영삼·김대중씨 등 한국 정계 인사와도 친분이 두텁다.
지난해에는 80년에 이어 두번째로 북한을 방문해 김일성에게 핵무기 개발포기를 종용하기도 했다. 솔라즈 의원은 또 북한의 정치체제를 『가부키(가순기)처럼 알쏭달쏭하다』면서도 『남북한의 통일은 가능성의 문제가 아니라 필연적이다』라고 진단하기도 했다.
인권과 민주를 표방한 솔라즈의 대아시아 외교는 그러나 철저히 미국의 국익에 바탕을 두고 있다. 마르코스 몰락이후 아키노 정부를 철저히 감싸던 그가 미군기지 폐쇄조치이후 필리핀에 대한 원조중단 결의에 발벗고 나섰던 사실이 이를 입증한다.
원래 진보파였던 솔라즈는 80년대 하원 아시아·태평양 지역 소위원회 위원장을 맡으면서 중도파로 변신했다.
한때 「클린턴 행정부」아래서 국무장관감으로 지목되기도 했던 솔라즈의원의 향후 정치행보가 궁금하다.<이상석기자>이상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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