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내각 카드로 “장선거 희석”/당정갈등·야 반발 대선길 부담「중립적 선거내각」 구성을 골자로한 김영삼 민자당 총재의 16일 회견은 연기군 관권선거 파문의 수습을 위한 처방전의 의미와 함께 자신의 「개혁정치」 표방에 따른 실천적 의지의 강조에 역점을 둔 것으로 보인다.
김 총재는 회견문 말미에서 『연기군 사건은 변화와 개혁을 행동으로,실천으로 보여줄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주었다』고 밝혔다.
김 총재는 관권선거 사건으로 야기된 위축된 분위기를 반전시키기 위해 오히려 「관권파문」을 십분 활용했으며,이를 대선가도의 득표전략으로까지 접목시키려는 과감한 시도를 했다는 얘기이다.
악재를 호재로 뒤집어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으려는 김 총재 특유의 승부사적 기질이 그대로 반영됐다는 분석이 뒤따르고 있다.
그러나 회견직후 야당이 3당 수뇌회담을 거부키로 하는 초강경자세를 취한데서 보듯 김 총재가 제시한 수습책은 여전히 대치정국 해소의 묘약이 되지 못하고 있는게 사실이다. 또 청와대측은 회견내용이 총리경질 시사로 해석되자 강한 불쾌감을 감추지 않아 김 총재의 말과 달리 수습인책의 기본구도에 관한 당정갈등 역시 만만찮게 자리잡고 있다.
특히 김 총재는 이날 회견을 통해 「사죄」라는 표현을 써가며 집권당의 책임을 시인하고 관권선거의 척결의지를 분명히 했지만 자치단체장 선거관철이 유일한 관권선거 방지책이라 주장하는 야당의 이해와는 여전히 상충돼있다.
김 총재는 「중립적인 선거내각의 성격」으로 금명간 대폭 개각을 단행함으로써 관권선거 시비의 재발을 차단하겠다는 의중을 밝혔으나 여기에는 「단체장선거 연내 실시 불가」라는 기존입장의 전제가 깔려있음을 유의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즉 김 총재는 단체장선거 불가입장을 견지,여야 경색정국의 고리를 끊지 못하는 대신 중립적 선거내각이란 「고단위처방」을 제시함으로써 단체장선거 시비의 희석을 꾀하려 했다고 볼 수 있다.
이를테면 「중립선거내각」이란 카드는 야당의 단체장 선거 공세에 맞대응하는 것으로 마련된 셈이라 할 수 있다.
김 총재의 이같은 대처방식은 그러나 눈앞에 다가온 대선정국을 효과적으로 운용하기 위한 철저한 손익계산의 산물이라는 점에 흥미를 더하고 있다.
관권선거 파문의 수습방안을 모색하는 과정에서 김 총재 역시 여권내부의 이견과 저항에 부딪혔던 것도 사실이나 결과적으로 김 총재의 현안 대처방식이 거의 오차 없이 받아들여진 점은 유심히 짚어봐야할 대목인 것이다.
김 총재는 연기군 파문의 해결책을 놓고 정부측의 「행정논리」를 과감하게 반박함으로써 오히려 야당측의 요구수위를 앞질러온 셈이 되었다. 여기에는 관권선거 파문을 조기진화하지 못할 경우 대선전략에 적잖은 차질이 초래된다는 현실인식이 우선 작용했던 것 같다.
김 총재는 여권 일각에서 고개를 내민 「수구논리」를 제어하면서 자기방식의 수습책 제시를 통해 스스로의 개혁논리를 실증적으로 부각,국민정서에 호소하는 정공법을 택했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김 총재의 측근들은 『차라리 지더라도 야당방식으로 선거를 치르겠다』 『김 총재의 개혁논리를 따라오지 못하는 일부 기득권 세력들은 역사의 낙오자가 되고 말것』이란 언급을 서슴지 않으면서 여권 내부로부터의 발상전환이 국면타개의 첫 수순임을 강조해왔다.
김 총재 주변 인사들은 이밖에 『야당에서 여당에 들어와 개혁을 시도하는 새로운 정치행태의 모델이 이번 파문의 대처방식으로 제시될 것』이라며 『김 총재의 해결방안은 대증적 치유가 아닌 근원적 해결을 위한 실천 의지로 받아들여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 총재측은 이와함께 단체장 선거문제에 대한 방어논리로 표면적으로는 경제·행정적 이유를 들고 있으나 근본적으로는 집권후의 정국운영에 미칠 「역기능」까지를 상정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강하다.
예컨대 단체장 선거가 실시될 경우 지역할거주의가 정국운용의 장애로 등장,이로인해 효과적인 정책추진이 어렵게 되고 이른바 「강력한 정부」 구상에도 차질을 빚게 된다는 얘기이다.
정치논리에만 얽매인 나머지 효과적인 국정수행의 길을 우회할 수 없다는 설명인 셈이다.
어쨌든 김 총재는 이날 회견을 통해 자신의 수습방안을 기정사실화 시킴으로써 총재취임이후 여권내서 확실한 권력축의 기능과 입지를 확보하고 있음을 거듭 과시한 셈이됐다.
다만 단체장 선거 시비를 둘러싼 여야 공방과 이로인한 정국상황은 김 총재에게 있어 여전한 부담이며 대선가도의 남은 과제가 아닐 수 없다.<정진석기자>정진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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