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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정신 아닌 북경러시 풍경(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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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정신 아닌 북경러시 풍경(사설)

입력
1992.09.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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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보다 앞서 보자는 투기꾼 심리가 오늘날 한국의 곳곳에 병균처럼 스며있다.이 투기꾼 심리가 북경행 버스를 남보다 먼저 타려는 어처구니 없는 북경러시를 불러일으키고,그 부작용까지 이미 심각한 형편이다.

보도에 의하면 지난달 24일 중국과의 수교가 이루어진뒤,업계의 과당경쟁으로 갖가지 추태가 벌어지고 있다한다.

요즈음 대한무역진흥공사나 중국계 창구에는 매일평균 30여건의 상담이 밀려들고 있다는 얘기다. 중국과 장사하겠다는 업체가 정신을 차릴 수 없을 만큼 늘어나고,덩달아 고사리나 당면에 이르기까지 중국상품의 값을 올려놓고 있다.

정상적인 상식으로는 용납하지 못할 일이라해도,값을 올려놓는 것까지는 이해할 수 있을지 모른다. 어차피 한번 겪어야 될 일로 희망적인 기대를 가져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무조건 계약을 했다가 이행이 안돼 분쟁으로 확대된 일이 1백건이나 될만큼 북경러시는 제정신을 잃고 있다. 이중에는 1천만원 어치의 개고기도 들어있다 한다. 또 1백만달러 상당의 옷을 만들어놓고 한국의 계약업체가 인수해가지 않아 분쟁이 일어난 일도 있다한다.

무분별한 북경러시는 지난달 국교가 트일 때 이미 우려했던 일이다. 그러나 제정신을 잃은 러시가 이쯤되고 보면 스스로 얼굴이 붉어질 수 밖에 없다. 투기꾼식 한탕주의나 보따리꾼식의 무책임한 상거래는 결국 그만한 경제적 손실을 감당해야 되고,크게는 국가위신과 신용에 치명적인 상처를 주게 마련이다.

문제는 몰상식하고 무분별한 업계의 투기꾼 뿐만이 아니다. 북경러시 조짐은 관광업계와 일부 문화계·종교계에도 나타나고 있고,이대로 간다면 우리사회 모든 부문으로 확대될 것이 거의 확실하다.

이러한 과당경쟁의 밑바닥에는 남보다 한발 앞서야 한다는 투기꾼 심리가 깔려있다고 할 수 있다. 물론 현대 한국의 불치병은 국민 각자의 자각과 자발적인 통제가 근본적인 치유의 길이다.

그러나 관련부문의 자발적인 통제와 자각을 촉구하는 뜻에서도 우선 불부터 끄고 봐야한다. 정부를 비롯해서 각계 공공기관들이 앞장서 과당경쟁의 자제를 조직적으로 유도해야 한다.

북경러시의 자제는 단순히 주판을 튕기는 현실타산이 아니라,주변국들과의 국가거래라는 다변적 이해관계의 장래가 걸려있는 문제다. 우리는 국가의 이익과 위신을 걸고 북경으로 뛰어가는 투기꾼 증상을 다스려야 한다.

그때 비로소 한국은 국가간 거래에서 준만큼 되받고,존중되는 자리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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