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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타는 검찰/홍윤오 전국부기자(기자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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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타는 검찰/홍윤오 전국부기자(기자의 눈)

입력
1992.09.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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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준수 전 연기군수(61)가 8월31일 관권선거를 폭로하는 양심선언을 했을 때 며칠동안 가만히 보고만 있던 검찰은 여론에 등을 떼밀려 국회의원선거법의 공소시효 만료(9월24일 0시)와 추석연휴를 의식하며 숨가쁘게 수사를 했다.지금 검찰의 수사결론은 조직적인 관권선거의 증거는 찾을 수 없으며 민자당 임재길후보와 한씨가 공모,사전·불법 선거운동을 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당초 폭로 당사자인 한씨의 소환조사가 사건해결을 위한 전제가 된다고 공언,야당 당사에 경찰력을 투입하면서까지 한씨를 구인했다. 그리고 그 다음날 구속했다.

『도둑이야하고 소리지른 사람은 잡아넣고 도둑은 안잡는다』는 비아냥 속에서 이종국지사와 임씨를 소환한 검찰은 이들이 폭로내용을 부인하자 광범한 기초 외곽수사를 전개,범죄정황을 되짚어가기 시작했다. 이 지사와 임씨를 동시에 사법처리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보였다.

그러나 14일 하오부터 분위기가 달라져 검찰은 별다른 기미도 없이 갑자기 임씨를 재소환한뒤 본인의 부인으로 자금살포 등 혐의사실의 입증자료가 부족한데도 소환 12시간여만에 전격 구속해 버렸다. 48시간을 다 채워 충분히 조사한뒤 구속하던 관례와는 딴 판이었다.

이때부터 검찰주변에서는 『정치권의 방침이 바뀌었다』 『이 지사는 구속이 안될 수도 있다』는 말이 나돌기 시작했다.

수사검사들은 밤을 새워 「때늦은」 법률 검토작업을 했으나 구속을 위해 공들여온 수사기록을 토대로 불구속으로 급선회한 방침을 뒷받침하기 위한 것처럼 보였다.

수사착수에서 막바지에 이르기까지 계속된 검찰의 선문답식 설명이나 함구,사법처리 방침의 혼선을 풀 수 있는 열쇠어는 결국 「정치권의 풍향」인 것으로 생각된다. 정치권의 바람이 부는 방향에 따라 검찰의 논리는 바뀌곤 했다.

『검찰은 일체의 「정치적 고려」를 배제한채 법률적 책임에 대해서만 검토할 뿐이다』라는 검찰간부의 말은 이제 설득력을 잃고 있다.

차라리 이렇게 말해야 정직한 것이 아닐까. 『우리는 바람부는대로 일을 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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