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텅빈 고속도… 시민들 무표정/북 “한중수교 회담영향 없다”○…15일 저녁 제8차 평양고위급회담에 참석한 우리 대표단을 위해 연형묵 북한 정무원 총리가 평양 인민문화궁전연회장에서 주최한 만찬은 하오 7시15분께 정원식총리 등 우리측 대표단의 입장에 이어 양측 총리의 만찬사 건배 기념공연 등 순으로 1시간14분동안 진행.
연 총리는 만찬사에서 『지난 2월 서리꽃 피던 계절에 남측 대표단이 다녀간뒤 결실의 계절에 다시 평양을 방문하게 된 것을 따뜻이 환영한다』며 『이번 8차 회담에서도 계절에 걸맞는 결실을 이루자』고 인사.
이에 정 총리는 답사에서 『바르셀로나 올림픽에서 남과 북은 민족의 위대한 힘을 확인했다』면서 『이같은 민족의 저력을 평화통일의 추진력으로 삼자』며 건배를 제의.
이어진 환담에서 정 총리가 『평양에도 여러차례 왔는데 세계의 명산인 금강산을 한번 구경시켜줘야할 것 아니냐』고 말하자 연 총리는 『다음 10차회담때 기회를 마련해보자』며 『그럴려면 회담일정도 사흘은 더늘려 잡아야할 것』이라고 화답.
그러자 헤드테이블의 홍일점인 윤기정 북한 정무원 재정부장은 『정 총리의 금강산 관광이 이뤄지기를 기원하는 마음을 담았다』며 정 총리 좌석 앞까지와 개성인삼주를 권하기도.
만찬이 끝난뒤 양측 대표들은 남녀가수 13명이 나와 민요와 「기러기떼 나르네」 등 북한의 최신인기 가요를 소개한 「평양시 예술인종합공연」을 30여분동안 관람.
○…이에앞서 우리측 대표단은 15일 낮12시3분께 정 총리 승용차를 선두로 열을지어 숙소인 백화원 초대소 1각 건물에 도착.
정 총리는 초대소 현관에서 북한측 대표들과 함께 대기하고 있던 북한 연형묵 정무원총리와 반갑게 재회의 악수.
정 총리는 연 총리에게 『그동안 평양에서 열린 회담은 주로 겨울이나 여름이었는데,이번처럼 가을에 온 것은 처음』이라며 『고속도로를 달리면서 보니 곡식이 익는 들판이 황금물결이어서 결실의 계절임을 느꼈다』고 소감을 피력.
정 총리는 이어 『이번 회담에서도 이처럼 결실을 맺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회담성과에 대해 기대를 표시했는데 연 총리는 『이번에 무슨 일이든지 성사를 시키자』고 응답.
○…두 총리를 비롯한 양측 대표단은 이어 1층 접견실로 자리를 옮겨 5분여간 휴식겸 환담.
정 총리가 『열차로 올때는 개성에서 차를 내려 바꿔탔는데,이번에는 판문점에서부터 바로 오니 시간도 단축되고 여러모로 나은것 같다』고 고속도로를 화제에 올리자 연 총리는 『남측 사람들이 이 고속도로를 이용하기는 사상 두번째로 첫번째는 지난번 여성 세미나에 참가했던 여성 대표들이었다』고 남북여성교류를 부각.
정 총리는 『그래도 우리는 2등은 했어』라고 즉석 조크로 응수,좌중의 폭소를 유도. 정 총리가 이어 『연 총리의 밝은 표정을 보니 이번 회담이 잘될것 같다』고 말하자 연 총리는 『잘 돼야지…』라면서도 『이번엔 화해·군사분야에 서로 거리가 먼것 같다』고 부연.
○…남북양측은 16일의 본회의에 앞서 이날 하오 백화원 초대소에서 대표접촉과 분과위원장 접촉 등을 심야까지 잇따라 갖고 부속합의서 채택을 위한 사전 절충작업을 집중적으로 전개.
이날 우리측의 임동원 이동복대표와 북측의 안병수 백남준대표는 하오3시30분부터 2시간30분간 대표접촉을 가졌고 이어 하오10시 부터는 양측의 정치·군사분과위원장이 각각 별도로 회동해 심야협의를 계속.
이날 접촉에서 양측은 북측의 「하나의 조선」 논라주장을 놓고 장시간 공방.
이와관련,우리측 이 대표는 『본회의와 별도로 분과위별 접촉이 16일까지 계속될 것』이라며 『3개 부속 합의서 채택문제 해결방향에 따라 17일 비공개 회의의 예정시각과 형식이 유동적』이라고 설명.
○…평양 시민들은 우리측 대표단의 평양도착 소식자체를 접하지 못한듯 우리 대표단 일행을 태운 승용차와 버스들이 천리마 거리를 지나 숙소인 백화원 초대소에 오는동안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아 눈길.
우리 대표단 일행은 이날 낮12시께 평양시내를 통과해 때마침 많은 시민들이 점심식사를 위해 거리를 오가는 광경을 보았으나 이들 시민들은 무표정한 모습.
그러나 개성·평양간 고속도로 진입로에 연결된 「통일거리」 주변의 아파트 주민들은 간혹 닫힌 창문을 통해 대표단 일행의 평양도착 광경을 유심히 살펴보는 모습.
○…판문점 통일각 앞에서 승용차와 버스편으로 평양으로 향한 대표단 일행은 지난 4월12일 개통된 개성평양간 고속도로를 이용,이날 정오께 숙소인 평양시내 백화원 초대소에 도착.
총길이 1백70㎞,도로폭 24m의 왕복 4차선인 이 고속도로는 87년 12월에 착공,군인들을 공사에 투입해 김일성주석의 생일에 맞춰 축하선물로 건설됐는데 길이 1㎞의 충효굴을 비롯해 용궁굴 주포굴 삼룡굴 등 18개의 터널과 예성강다리(8백20m) 등 84개의 다리가 놓여있다는 것이 안내원의 설명.
이 고속도로는 그러나 현재 1단계 공사가 마무리 됐을 뿐이며 앞으로 두차례의 포장공사가 남아있다는 것. 남북고위급회담 대표들이 고속도로를 이용,평양에 도착하기는 이번이 처음.
○…판문점에 나온 북측 기자들은 최근 한·중 수교와 관련,애써 관심을 표시하지 않으면서 고위급회담 등 북한의 대화정책에 전혀 변화가 없을 것임을 강조.
한 북한기자는 『우리도 그정도는 예상했다』며 『더이상 얘기할 가치가 없다』고 태연한 표정.<평양=조재용기자>평양=조재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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