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이 권력에 굴종해서는 안된다』당위이면서도 흔들리기 쉬운 이 원칙이 지금 프랑스에서 시험받고 있다. 렌 지방 법원은 14일 앙리 엠마누엘리 하원의장을 불법 정치자금조성(일명 위르바 사건)에 연루된 혐의로 기소,법의 「당위」를 실천하고 있다.
엠마누엘리가 대통령,상원의장에 이어 집권사회당의 권력서열 3위라는 점 때문에 얼마전까지만 해도 『감히 일개 지방법원이 고위층을 기소하겠느냐』는 회의론이 우세했었다. 렌 지방법원에 대한 권력층의 압력도 상당했다.
그러나 담당예심 판사인 르노 반 루임베크는 이런 일반의 선입견과 달리 외압을 이겨내고 권력자를 기소,당당히 권력과 맞서는 용기를 보여주었다.
엠마누엘리는 지난 88년 대통령 선거 당시 집권 사회당의 재정위원장으로 있으면서 건축용역 회사 위르바사와 유착,불법적으로 정치자금을 조성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위르바사는 당시 정부의 특혜를 받아 르망지역 재개발 사업을 독점했고 그 대가로 가짜 영수증을 이용해 조성한 비자금을 사회당에 상납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위르바 사건이 노출된 계기는 렌지법의 장 피에르 예심판사가 지난 90년 6월 르망지역 공공건물 공사장의 인부 실족사 사건을 수사하던중 「공사비 일부가 상납되고 그 돈만큼의 안전설비가 설치되지 않았다」는 정보를 포착하면서부터.
중요사건이나 인권보호가 필요한 경우 초동수사를 예심판사에게 배당하는 프랑스의 사법 체계에 따라 렌 지방법원이 위르바 사건을 맡았다. 피에르 판사는 치밀한 수사로 관련증거를 하나하나 모아갔고 91년 4월에는 집권사회당의 연구소까지 수색했다.
사건수사가 확대되자 프랑스 국민들은 『법과 민주주의는 당신손에 달려있다』는 격려를 보냈다. 하지만 피에르 판사는 「수사권남용」을 이유로 수사지휘권을 박탈당하고 말았다. 이때 프랑스 법조계에서는 『결국 법이 권력에 밀리고 마는가』라는 탄식이 쏟아져 나왔다.
그러나 후임 루임베크 판사는 더욱 철저한 수사를 계속해 이같은 우려를 기우로 만들었다. 금년 1월에는 사회당 중앙당사까지 압수수색할 정도였다. 그리고 이제 하원의장을 기소하면서 『끝까지 파헤치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루임베크 판사의 의연함을 보면서 자연스레 「연기군 관권선거」가 오버랩된다. 『이땅에 루임베크는 없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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