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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적 비난에 고금리정책 수정/독 연방은행 이자율 인하 배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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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적 비난에 고금리정책 수정/독 연방은행 이자율 인하 배경

입력
1992.09.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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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 불황 타개 촉진책/EC통합 분위기 조성도【베를린=강병태특파원】 독일 연방은행은 14일 완강히 고수해온 고금리 정책을 허물고 이자율을 인하,「국제금리전쟁」에서 상징적 의미가 큰 양보를 했다.

이번 금리인하 조치는 공식적으로는 독일과 서유럽 경제는 물론,미국·일본 등 세계경제 전반의 불황극복을 촉진하기 위한 것이다. 독일의 이자율 인하는 서유럽 등 주요 선진국들의 이자율 인하를 가능하게해 투자증대 등 전반적인 경기회복에 보탬이 될 것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이번 조치는 경제적인 실질효과보다는 경제외적인 고려가 한층 크게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즉,독일의 입장에서는 무엇보다도 「세계경제 불황타개의 주요 장애」란 국제적 비난에 계속 몰려 정치·경제적으로 고립되는 상황을 피하려는데 의미를 두고있다. 이와함께 당면한 프랑스의 유럽연합조약 국민투표에 유리한 환경을 조성하는 한편,궁지에 몰려있는 부시 미 대통령의 재선을 지원하려는 배려도 개재된 것으로 분석된다.

정부와 독립적인 강력한 인플레 억제 정책으로 마르크화 가치안정의 보루역할을 하고 있는 독일 연방은행(분데스 방크)은 통일 비용지출과 통일특수 등에 따른 인플레 억제를 위해 지난해 2차례의 이자율 인상에 이어 지난 7월16일 다시 기준 이자율을 전후 최고수준인 8.75%로 추가 인상했었다. 이 추가인상 조치는 7월초 뮌헨 선진경제7개국(G7) 정상회담에서 독일정부가 「이자율 인하를 위한 환경조성」을 약속한 직후 취해져 불황과 화폐가치 하락,증권시장 침체 등으로 허덕이는 다른 나라들에 충격을 던졌었다. 독일이 이자율을 올리면 서유럽 각국도 화폐가치 방어를 위해 이자율을 따라서 인상할 수 밖에 없어 각국의 불황타개 및 재정안정 노력에 장애를 가중시키고 있다.

이 때문에 서유럽과 미국 등은 독일의 고금리 정책을 『자국의 경제안정만을 위해 세계 경제 불황 극복을 도외시하는 이기적 정책』이라고 비난해 왔다.

실제 프랑스 영국 이탈리아 등 EC(유럽공동체) 주요정부는 독일의 고금리로 인해 국내정치 기반까지 흔들리는 상황에 처했다. 그리고 이에따른 독일과의 갈등은 EC화폐 통합의 장래에까지 악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지적됐다.

우선 EC통합 논리의 최대동반자인 프랑스는 현재 3백만명선의 실업완화를 위해서는 이자율 인하와 투자확대가 시급하다. 그러나 독일의 고금리정책 때문에 이자율 인하가 불가능,실업해소 전망이 어둡고 이에따라 내년 총선을 앞두고 있는 사회당 정부의 곤경이 가중되고 있다.

영국의 메이저 정부도 독일의 금리인상으로 재정안정 정책에 큰 압박을 받고 있다. 전후 최장기 불황에 빠져있는 영국 실질금리 6%선의 이자율을 낮추거나 고평가된 파운드화를 평가절하하지 않고서는 경기회복을 기대하기 어려운 형편이다. 그러나 파운드화 가치는 고수하려는 메이저 정부는 독일과 마르크화의 EC경제 지배를 경계하는 여론을 업고 독일측에 금리인하 압력을 가해왔다.

EC국가들보다 경제상황이 한층 심각하므로,독일의 고금리 정책을 강도높게 비난해 온 것은 미국이다. 독일의 고금리 정책은 미국의 재정적자 보전에 큰 몫을 차지해 온 독일자본 조달을 어렵게 할 뿐 아니라,달러화 가치폭락을 가져오고 있다.

특히 투자확대와 실업완화를 위해 90년이후 18차례 연방은행 기준금리를 인하한 부시 행정부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다음달초 금리추가 인하를 계획하고 있다. 그러나 달러화 가치 특히 대마르크화 가치 폭락을 막으며 금리추가 인하를 단행하기 위해서는 독일의 금리인하가 선결조건이다.

그동안 독일연방 은행은 통독특수에 따른 엄청난 대독 수출증가로 EC국가들이 최고 2%의 추가적인 경제성장 효과를 누렸다는 분석을 내세워 다른 나라들의 비난을 일축해 왔다. 또 미국은 부시 행정부의 재정 정책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입장이었다.

분데스방크가 이같은 완강한 고금리 정책을 바꾼것은 독일의 경기침체 속도가 예상보다 빠르고 인플레 압박이 감소하는 등 국내 경제요인도 작용한 것이다.

그러나 최근 IMF까지 이례적으로 금리인하 압력에 가담하고 마르크화 독주 우려 등으로 EC화폐 통합에 대한 거부감이 증가하는 상황에서 고립을 피하고 당면한 프랑스의 유럽연합조약 비준을 돕기위해 독일연방 은행은 정부의 금리안하 요구에 동의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와함께 슐레진거 분데스방크 총재는 지난주 그린스펜 미 연방은행 총재와의 회동에서 부시의 재선지원을 위한 금리인하 조치에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에따라 지난주말 달러화 가치는 크게 회복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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