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수사전 인책거론 불만/당선 소극 수사에 이의 제기/YS “이통때 보다 더 단호” 독자 수습책 검토연기군 관권선거 파문의 수습방안을 둘러싸고 여권내부에 미묘한 갈등 기류가 형성돼 그 처리향배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당초 민자당은 이번 파문이 조속히 수습돼야 한다는 점을 정부측에 주지 시키면서 늦어도 추석을 전후한 시점에서 사태의 일단락을 위한 구체적 수순이 착착 진행될 것으로 믿어 왔던게 사실이다.
예컨대 추석 연휴 기간중 검찰수사를 종결,사법조치가 일단락되고 3당 대표회담에서 정치적 해결을 모색한뒤 김영삼총재의 대국민 선언 등으로 이번 파문의 진화를 꾀하겠다는 복안이었다.
그러나 이같은 여권 내부의 스케줄은 검찰의 수사가 지연됨으로써 차질을 빚게됐고 이런 와중에서 민자당측은 정부쪽에 사건처리 방향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기에 이른 것이다.
즉 김 총재의 의중을 반영하고 있는 민자당측은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인책결과가 나와야 한다며 이종국 충남지사와 임재길 연기지구당 위원장을 포함한 관련자 모두에 대한 단호한 조치를 누차 주문했으나 정부측 반응은 의외로 소극적이었다는 후문이다. 이 지사 등이 검찰 수사과정에서 혐의사실을 완강히 부인하는만큼 이들을 당장 사법처리 대상에 포함시키는 것은 무리라는게 정부측 주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측은 사건의 주요 당사자인 한준수 전 연기 군수에 대한 검찰수사가 착수되기도 전에 당쪽에서 인책 대상을 공공연히 거론하는데 대해서도 볼멘소리를 적잖이 내왔던 터였다.
더욱이 한씨의 2차 폭로로 이른바 「관계기관 대책회의」가 야당의 새로운 정치공세 재료로 등장,사태가 심화되면서 청와대를 비롯한 행정부서와 검·경찰 등에서는 『민자당은 모든 책임을 정부쪽에만 지우려 한다』며 불쾌해하고 있는 것도 사실.
지난 12일 충남도의 일부 시장·군수들이 회동한 사실은 공직사회의 전에없던 분위기를 단적으로 드러낸 것이라는게 이들의 해석이며 이 지사와 임 위원장의 주변인사들도 『희생양이 되게할 순 없다』며 『민자당의 수습방안은 「정치적으로 짜맞추기려는 것」인 만큼 승복할 수 없다』는 반응이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김 총재 주변을 중심으로한 민자당의 대응태세 역시 갈수록 단호해지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이번 파문 수습의 착점을 자신의 「개혁의지」에서 출발시키고 있는 김 총재로서는 어설픈 수습책을 국민앞에 제시해 사태를 비껴가지는 않겠다는 의중을 거듭 분명히 하고 있는 것이다.
김 총재는 지난 13일 당 4역과의 만찬회동 석상에서도 이번 사태를 보는 자신의 시각을 재차 강조하고 임 위원장 등의 이름을 직접 거명해가며 불쾌한 심기를 그대로 드러냈던 것으로 전해졌다.
요컨대 김 총재는 관권선거라는 개념자체를 이번 기회에 완전히 불식시키기 위해 일벌백계의 자세로 연기사건의 관련 공직자 전원에 대한 「성역없는」 조치가 불가피하다는 생각을 굳히고 있다는 것이다.
김 총재의 한 핵심측근은 이와관련,『이번사태에 임하는 김 총재의 자세와 결심은 지난번 제2이동통신 파문때보다 더욱 완강하고 단호하다』면서 『일부 공직사회의 일탈 분위기를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장기적으로 공직사회의 새로운 기강을 확립시키기 위해서라도 「특단의조치」가 불가피하다는게 김 총재의 의중인 것으로 안다』고 전하고 있다.
다시말해 김 총재는 이번 사건으로 인해 국민들이 관권선거의 개연성을 사실상 확신하게 되었음에도 국정을 책임진 정부·여당이 미온적으로 대처한다는 것은 국민을 다시한번 기만하는 것이라고 여기고 있다는 설명이다.
김 총재측은 따라서 정부측에 조속한 수사매듭을 촉구하면서 사태해결을 위한 나름의 「고단위처방전」을 이미 청와대측에 제시해 놓고 있는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는 이 지사 이상의 고위직 공무원중에서도 연기사건에 따른 직·간접 책임을 물을 수 있는 대상이 있다면 문책범위에서 결코 제외될 수 없다는 뜻이 강력히 실린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김 총재는 금주말께 독자적으로 사태수습책을 발표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중인데 이미 구체적인 문안작성을 지시해놓고 있다는 얘기다.
이를 통해 김 총재는 대국민 사과표명과 함께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을 실질적으로 보장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마련을 공약하고 자신의 개혁의지를 보다 분명히 밝혀둠으로써 정면돌파 형식으로 대선행보를 선명히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다만 김 총재로서는 연기파문의 수습책을 둘러싼 당정 불협화가 내부적 요인에서 비롯된 것이긴해도 나름의 정치적 부담을 감내해야 한다는 점을 경계하지 않을 수 없는 입장이다.
무엇보다 대선득표력을 제고해야하는 현실적 측면을 고려할때 김 총재가 취해온 일련의 현안 대처방식은 경우에 따라 여권내부로부터 상당한 저항에 봉착할 수도 있고 이에대한 평가와 해석은 매우 다양할 수 있기 때문이다.<정진석기자>정진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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