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가 표류한지도 정말 오래되었다. 지방자치단체장 선거연기를 둘러싸고 금년초부터 시작된 여야간의 평행선 대결은 국민의 심판이라는 총선이 끝나도,여름이 가고 가을이 와도,두번의 임시국회가 무위에 그치고 정기국회가 닥쳐도 여전히 개선될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여기에 전 연기군수 한준수씨의 관권개입 사례 폭로가 빚은 파동이 정국을 더욱 경직하게 만들고 있다.이러한 정치부재의 현실속에서도 세월은 어김없이 흘러 14일엔 14대 국회의 첫 정기국회가 문을 연다. 그러나 이 국회를 어떻게 운영해나갈 것인지에 대해서는 여야가 모두 속수무책이다. 3월24일 총선이 있은지 6개월이 다되어 가는데도 아직 원 구성조차 안되어있는 기현상이 계속되고 있다.
금년 6월말까지 실시키로 되어있던 시도지사 및 시장군수구청장선거(지방자치법 부칙 2조2항)는 언제 실시한다는 후속입법 조치도 없이 그냥 위법상태 속에서 표류를 계속하고 있을 따름이다.
전 연기군수 한씨의 양심선언으로 공식 심판대에 처음 오른 관권선거 문제에 대해서도 역시 과연 국민의 의혹을 후련하게 씻어줄 수 있을 정도로 명쾌한 조사와 조치가 나올지 의아스런 눈으로 지켜보고 있다.
이처럼 각종 현안문제들이 모두 미결의 장에서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는것은 각 정당이 모두 3개월 앞으로 다가온 대통령선거에만 전념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돌아가는 양상을 보고 있노라면 모든 문제가 한결같이 대통령선거만을 위해 존재하는 것 같은 인상이다. 지방자치라는 풀뿌리 민주주의도,정기국회의 예산심의도,경제난국과 민생문제도 모두가 대통령 선거의 희생양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주객이 뒤바뀐 것이다. 나라와 국민을 위해 선거가 있는 것이 아니라 몇몇 정당과 대통령 후보들을 위해 국민과 국회와 선거가 존재하는양 되어버렸다.
그동안 국회 정치특위가 구성되어 현안문제를 다루었으나 가장 중요한 단체장 선거에 대해서는 건드려보지도 못한체 두손들고 말았다. 이 특위는 처음부터 그러한 숙명적 한계성을 지니고 출발했기에 나무랄 수도 없게 되었다.
문제의 열쇠는 오늘의 정치를 이끌어가는 정당 지도자들의 손에 있다. 그들의 결단과 양보가 아니면 현재의 표류정국은 제길을 찾을수가 없게 되어있다.
정기국회 개막과 때를 맞추어 14일 열리기로 돼있던 3당 대표회담이 또 며칠 연기됐다고 한다. 그나마 열리는 정기국회도 다시 파행이 불가피해졌다. 국민은 이제 더이상 실망할 것도 없게됐다.
각당의 대통령 후보들이기도한 3당 대표들은 그동안 기회있을때마다 개혁과 변화의 공약을 국민앞에 제시해 왔다. 구체적으로 무엇을 어떻게 개혁하고 개선하겠다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아직 언급이 없다.
우리는 그들의 개혁공약에 대한 진실성을 시험하는 자리로 3당대표 회담을 기대했었다. 연기된 이 회담에서도 당리당략과 사리사욕에 휘말려 돌파구를 찾지못할때 그들이 외쳐온 개혁의지는 거짓말이요 공약임을 국민들은 확인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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